국회가 구글을 국정감사에 부른 이유
구글, 내년부터 플레이스토어 수수료 변경
구글 결제시스템 채택·매출 30% 수수료로
“국내 업계 플레이스토어 매출점유율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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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한겨레 기자
김재섭 한겨레 기자 2020년 10월20일 16:07
구글 시드시 지사 간판. 출처=언스플래시
구글 시드시 지사 간판. 출처=언스플래시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공급되는 모든 모바일 앱에 자사 결제시스템 채택을 의무화하면서 앱 내 매출(인 앱 결제)의 30%를 수수료로 떼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서비스·콘텐츠 제공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결국 앱 장터란 인프라를 특정 사업자 플랫폼에 의존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란 반성이 나온다. 

국가 정보화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에 의존해 추진한 결과 엠에스가 구형 윈도에 대한 보안 지원 중단 일정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까지 나서 보안 중단 일정을 연기해줄 것을 ‘읍소’해오던 것과 판박이 꼴이라는 것이다.

19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스케이텔레콤·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모바일 서비스·콘텐츠 업체들과 함께 조사한 ‘앱 장터별 국내 콘텐츠 가격’을 보면, 애플 앱 장터(앱스토어)를 통해 공급된 서비스·콘텐츠 가격이 플레이스토어와 토종 앱 장터(원스토어)를 경유한 것보다 비싸다. 

동영상 서비스 가운데 웨이브 이용료는 앱을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았을 때는 7900원인데 비해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았을 때는 1만2천원으로 52% 비싸다. 티빙은 51%, 시즌은 41%, 유튜브는 34% 가격 차이가 난다. 

멜론과 지니뮤직 같은 음악 서비스 이용료는 최대 27%,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웹툰 이용료는 최대 33%의 가격 차이가 난다. 앱을 원스토어에서 내려받았을 때의 이용료도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았을 때와 같다.

애플의 자사 결제시스템 채택과 수수료율 30% 강제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들이 같은 서비스·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비싼 요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현재 앱스토어는 모든 앱에 자사 결제시스템을 채택하게 하고, 앱 안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고 있다. 

반면 구글은 게임 등 일부 앱에 대해서만 자사 결제시스템 채택과 수수료율 30%를 강제하고, 원스토어는 외부 결제를 허용하면서 수수료도 매출의 20%까지만 받고 있다.

구글. 출처=Photo Mix/Pixabay
구글. 출처=Photo Mix/Pixabay

안드로이드도 아이폰 수준으로 인상 

구글의 발표대로라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앱을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내려받아 사용할 때의 서비스·콘텐츠 이용료도 아이폰 사용자들이 무는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사업자연합회가 앱 장터별 매출 비중을 집계한 결과, 2019년 기준으로 플레이스토어는 63.4%에 이르고, 앱스토어와 원스토어는 각각 24.4%와 11.2%에 그쳤다. 구글의 수수료율 변경이 모바일 서비스·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조정식 의원은 “구글이 자사 결제시스템과 수수료율 30% 강제를 통해 더 가져가는 만큼, 서비스·콘텐츠 제공자들이 이익을 줄이거나 요금을 올려 보충해야 한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앱스토어처럼 변경하면서 콘텐츠 제작 참여자들의 형편이 악화하거나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콘텐츠 제작 원가 구조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문화·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생계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모바일 서비스·콘텐츠 제공자들의 평균 영업이익율이 10% 남짓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평균 10% 이상의 비용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는 구글의 조처가 상당수 콘텐츠 제공자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등 콘텐츠 생태계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잘 나가는 축에 드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2분기 영업이익율이 각각 12.1%와 10.3%에 그쳤다. 

 

국회, 22일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 불러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콘텐츠 업체 임원은 “구글이 ‘사악해지지 말자’ ‘혁신’ ‘개방’ 등을 앞세워 운영체제와 인프라 시장을 선점한 뒤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본색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관련 업체들은 물론이고 정부도 구글과 애플의 행태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앱 장터는 부가서비스로 돼 있다. 유선전화와 이동통신 같은 기간서비스와 달리 부가서비스는 사업 인·허가와 주파수 할당 등의 절차가 없어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다. 정부의 ‘영’이 먹히지도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을 통해 연이어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구글과 애플은 귓등으로 흘리는 모습이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 수수료율 정책 변경 내용을 발표하면서 “원스토어란 다른 선택지가 있는 만큼 강제하는 게 아니고, 앱스토어란 선례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 과방위 쪽에서는 “앱 장터는 ‘콘텐츠 산업의 소·부·장’”이란 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의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이 떨어져 일본 등에 종속된 것처럼,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는 앱 장터 인프라 부실로 구글과 애플 등에 종속되고 있는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조정식 의원은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을 펼 때 이런 상황을 예상해 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받아보니,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을 펴면서 인 앱 결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관련 연구용역조차 진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문민정부 이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재촉한 결과, 국가 정보화가 엠에스의 윈도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심지어 보안이 중요시되는 주요 국가기관과 군까지도 윈도를 사다 썼다. 이후 엠에스가 구형 윈도에 대한 보안 지원 중단 일정을 발표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선 ‘비상’이 걸렸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 등 정부 당국자가 엠에스 본사를 찾아가 보안 중단 일정을 늦춰달라고 사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오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감 때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구글코리아 임재현 전무를 증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고민이 깊은 게 사실이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전적으로 구글의 성의와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귀를 닫으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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