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령 내놓은 정부…"가상자산 제도화는 아냐"
금융위,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12월 14일까지 40일간
은행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 통과 못하면 암호화폐 거래소 문 닫아야
자금이동규칙 시행은 1년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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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1월2일 12:22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은행의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내년 9월 이후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현실성 논란을 빚었던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이동규칙 적용은 내후년으로 시행이 1년 유예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같은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는 3일부터 12월 14일까지 40일간 이뤄지며, 시행령은 내년 3월 2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존폐, 사실상 은행이 결정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받고 이들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법은 일찌감치 나왔지만 구체적인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와 신고 요건 등의 상당 부분이 시행령에 위임됐다. 그동안 업계에서 시행령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공개된 시행령을 보면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보관·중개 등을 업으로 하는 자'로 규정했다.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개인간거래(P2P) 플랫폼,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조언만 제공하는 경우, 개인 암호키에 대한 독립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경우 등은 사업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사업자로 분류된 기업들은 반드시 금융당국에 정해진 요건에 맞춰 내년 9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 수리를 위해서는 범죄 및 실형 이력이 없어야 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도 필요하다. 특히 법정통화를 다루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반드시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입출금 계정을 발급을 받아야만 신고가 가능하다. 

실명입출금 계정 발급 기준은 크게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범죄 관련)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 분리 관리 △은행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 등 다섯 가지다. 

앞의 4가지 기준은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지만 은행의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특금법 발효 이후에 계속 사업을 희망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앞의 4가지 기준을 만족한다 해도 결국 은행의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소를 접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법정통화와 가상자산간 교환을 하지 않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경우에는 실명입출금 계정 발급을 받지 않아도 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ISMS 획득 등 요건을 갖춰 사전 신고를 해야하고 법에 정해진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 고시 개정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금이동규칙 시행은 1년 유예기간 두기로
은행의 실명입출금 계정과 함께 시행령의 주요 내용으로 관심을 모았던 자금이동규칙(travel rule) 적용은 법 시행 이후 1년 후(2022년 3월 25일)로 유예됐다.

자금이동규칙이란 가상자산 이동에 관여하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송금인과 수취인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업계 자율적으로 공동의 솔루션을 도입할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법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다른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보낼 때는 자금이동규칙이 예외없이 적용된다. 다만 개인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보낼 때는 개인에게 송신인 정보를 요청하는 정도로 의무를 완화했다. 개인과 개인간 거래에서는 자금이동규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자금이동규칙이 적용되는 기준금액도 함께 공개됐다.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장 고시*에 따라 환산금액을 산정했을 때 1백만원 상당 이상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의 이전에 대하여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이동규칙 시행 유예와는 별개로 '프라이버시 코인' 등 거래내역 파악이 곤란해 자금세탁방지 위험이 큰 가상자산은 취급 자체가 금지된다. 금융위는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프라이버시 가상자산 이외에도 전송기록이 식별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내재된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취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이전 유형별 규정 대상 여부. 출처=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이전 유형별 규정 대상 여부. 출처=금융위원회

정부, "특금법이 가상자산 제도화는 아냐"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을 공개하면서 "특금법은 국제기준인 FATF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확인 의무, 의심거래보고 의무 등 자금세탁과 연관된 방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특정금융정보법 내에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국가가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암호화폐 및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해 왔다. 

통상 제도화란 설립 인허가, 자본금 규제, 영업행위 규제, 투자자 보호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가 제도화에 재차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그간 지속적인 문제로 거론되어 왔던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문제도 당분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는 이번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신고 사업자의 폐업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위는 "정부도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장에서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투기 과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기존의 사실상 금지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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