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디지털 위안(CBDC) 무기로 미국 제재 맞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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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11월3일 06:00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시리즈 메이트40에 디지털위안(CBDC) 지갑이 탑재된다. 출처=화웨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시리즈 메이트40에 디지털위안(CBDC) 지갑이 탑재된다. 출처=화웨이

화웨이가 최근 새 5G용 스마트폰 시리즈 '메이트40'을 공개했습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메이트40 시리즈 발표회에서 "어떤 회사는 5G 스마트폰을 이제 겨우 내놨지만, 메이트40 시리즈는 벌써 화웨이의 제3세대 5G 스마트폰"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이폰12를 출시한 미국 기업 애플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나오기까지 상황은 긴박했습니다. 메이트40 시리즈엔 5G 칩 '치린(麒麟)9000'이 탑재됐습니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대만 기업 TSMC에서 이를 위탁 제조해 왔습니다. 화웨이는 지난 9월 15일 미국의 제재가 발효되기 직전까지 TSMC로부터 치린9000 칩을 급히 공수했지만, 시장 수요를 맞추기엔 공수 수량이 크게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메이트40 시리즈의 출시에는 미국의 무역 제재 공세에 '정면승부'로 맞서겠다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메이트40 시리즈에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CBDC) 지갑이 세계 최초로 공식 탑재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서 진행된 디지털 위안 결제 테스트 참가자들은 농업은행과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주요 은행이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별도 설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메이트40 시리즈를 쓰는 사용자는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살 때부터 이미 디지털 위안 지갑이 내장돼 있다는 건, 소비자들이 실생활에 디지털 위안을 사용할 때 느낄 심리적 진입 장벽이 하나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아직 해외 수출용 기기에서 디지털 위안 지갑을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화웨이 기기가 해외 소비자들의 디지털 위안 접근성을 높여 줄 수 있다면, 디지털 위안이 세계 시장에서 달러의 기축 통화 자리를 넘보는 데 큰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기축통화로 자리잡으려면 결국 널리 쓰여야 하는데, 현재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위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면서 "IT 기업들을 매개로 사용성을 넓혀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두 기기 모두 오프라인 상태일 때에도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해당 기능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제 중국에선 사실상 전국 어디서나 빠른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중국 내 소비자들에겐 해당 기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에 출시된 메이트40 시리즈가 최소 120만원에서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형 모델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화웨이가 미국의 부품 공급 제재를 딛고 보급형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일 수 있을지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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