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과 테라가 다른 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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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1월24일 06:05
2016년 방송된 엠넷(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처=CJ E&M 제공
2016년 방송된 엠넷(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처=CJ E&M 제공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음악전문방송 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PD에게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프로그램 책임을 맡았던 김용범 CP는 징역 1년 8개월 형을 받았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가 심사위원 역할을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 연습생 수백명 중 십여 명을 선정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키는데, 오직 시청자의 문자 투표로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대규모 문자투표 과정을 통해 데뷔 전부터 팬덤이 형성되다 보니 흥행도 잘 되어 4개 시즌을 거치며 네 팀의 아이돌 그룹을 인기리에 배출했다. 

대표적인 아이돌 등용문이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로 무너졌다. 안준영PD 등 제작진이 최종 순위를 임의로 조작해 왔다는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제작진은 구속되고 데뷔 아이돌들은 활동하지 못했다. 법원은 제작진이 시청자 투표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성공적인 데뷔조가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으며, 개인적인 이익은 도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최근 이 프로그램 출신인 '아이즈원'이라는 인기 걸그룹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활동 반대 편에 선 이들은 아이즈원이 투표 조작으로 만들어진 팀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조작된 팀이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활동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들 역시 투표 조작의 피해자라고 반박한다. 

국내 아이즈원 팬클럽의 입장은 활동 찬성 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이미 데뷔한 '우리 애들'이고 돈 내는 내가 좋다는데, 누가 우리 애들 활동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냐는 것이다. 

지난 19일 보도된 테라 '프리마이닝' 관련 취재를 진행하면서 아이즈원 사건과 어떤 면에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라는 지난해 테라 블록체인의 제네시스 블록을 만들면서, 재단 앞으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테라 SDR(SDT) 코인 10억개를 사전발행했다. 현재 시세로는 약 1조5600억원어치다. 

문제는 이 사실을 백서에 명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라에게 10억개 코인의 사전발행 사실을 공유받았다. 테라 측은 최초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년 가까이 공시 등의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사실 관계를 해명하지 않았다. 뒤늦게 코인데스크 기사를 보고 사실을 알게 된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테라는 미디엄 공지를 통해 지난 4월 테라폼랩스 2주년, 메인넷 출시 1주년을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테라는 미디엄 공지를 통해 지난 4월 테라폼랩스 2주년, 메인넷 출시 1주년을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최종적으로 테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테라의 프리마이닝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투자자 입장으로 빙의해서 생각해보면 판단하기가 애매할 법 하다. 사업계획서인 백서에 없는 프리마이닝은 황당한 일이지만, 테라 명의로 개설한 자체 디스코드 채팅방에서는 질문이 나오면 해명을 해왔다고 하니 작정하고 숨긴 건 아닌 거 같고.

간편결제서비스 차이(Chai)의 흥행으로 테라 생태계가 잘 확장되고 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여기에 굳이 제동을 거는 게 이득일까 싶은 생각도 들 수 있겠다.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의 팬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인 아이즈원과 스테이블 코인을 다루는 금융 프로젝트 테라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돌 그룹은 전문적인 춤과 노래, 캐릭터를 소비해주는 소수의 열성 소비자들만 있어도 존속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금융, 특히 화폐는 보통 사람들의 신뢰가 생명이다. 이들이 쓰는 데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생태계가 넓어질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재단 측은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프리마이닝 관련해서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그에 대해 취재원들이 제기한 이런 저런 우려를 함께 전했다.

재단 측은 '우리가 테라 잘 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팩트를 전달해 공론화하는 기자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재단의 말대로 테라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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