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시행될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보면 예금 및 대출 분야에서 금융소비자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되어있어요. 여러 거래소가 같은 기준을 만족하는 상황에서 시중 은행이 특정 거래소에만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것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차별에 해당합니다."(도현수 프로비트(Probit) 대표)

사실상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존망을 맡긴 정부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한빗코, 고팍스, 프로비트 등 중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지난 11월30일 블록체인 포럼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온라인에서 개최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웨비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달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수리 요건으로 '(시중 은행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정)을 개설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과 실명계정을 계약하지 못하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은행이 거래소의 존폐를 결정하는 셈이다. 

웨비나에 참석한 거래소 대표들은 이런 설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은행들이 각자 기준을 가지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심사해서 실명계정을 내주는 것은 전혀 불만이 없다"며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능력 등에 차이가 없는데, 특정 거래소에만 계좌를 내주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포럼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지난 11월 30일 온라인에서 개최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웨비나 화면.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블록체인 포럼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지난 11월 30일 온라인에서 개최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웨비나 화면.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현재 은행 중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정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농협(빗썸, 코인원)과 신한은행(코빗), 케이뱅크(업비트) 세 곳이다. 도 대표의 말은 이들 은행들이 현재 연결되어 있는 거래소와 연결되지 않은 거래소들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농협이 빗썸에게 실명계정을 제공하면서 적용하는 계좌 발급 기준을, 다른 중소 거래소들이 똑같이 충족한다면 해당 거래소에도 차별 없이 계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백명훈 고팍스 CISO는 금융결제원 오픈플랫폼을 이용한 대안을 제시했다. 금융결제원 오픈플랫폼은 핀테크 업체의 금융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구축된 금융 인프라다. 핀테크 업체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시중 16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이체시키거나 금융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백 CISO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오픈플랫폼을 이용하게 해준다면 충분히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자금세탁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특금법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금세탁방지 능력을 유지시키는 것이니, 굳이 불편하게 은행에서 실명계정을 획득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가 전자지갑 중심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사용하지 않는, 전자지갑 중심의 거래도 존재하는데 실명계정 발급 여부만으로 신고 수리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시행령에서 실명계정 발급의 요건을 마련하는 등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명계정 발급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업계 의견이 거세게 제기되면서 금융위원회가 이 의견을 받아서 입법예고한 시행령을 수정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입법예고중인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은 12월14일까지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오늘(1일) 오후 4시에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유튜브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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