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 밀거래에 사용된 다크넷 암시장 실크로드(Silk Road)의 창립자이자 관리자였던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의 사면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울브리히트는 현재 가석방 없이 2회 연속 종신형에 40년을 더한 형량을 받고 복역 중이다.

울브리히트는 1억8300만달러어치의 불법거래가 이루어진 다크넷 운영과 관련한 컴퓨터 사기, 돈세탁, 마약 혐의 등으로 2015년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실크로드는 상인들과 매수자들이 자유로이 거래하는 공개 암시장으로, 전성기에는 마리화나부터 헤로인에 이르기까지 수천가지 마약이 거래됐다.

실크로드 웹사이트는 명백히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지만, 울브리히트는 폭력과 연관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기소됐고, 전과 없는 초범이란 점도 고려됐다. 그래서 많은 사법정의 시민단체들은 울브리히트에게 언도된 형량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법 처리가 절차 단계부터 잘못됐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 울브리히트의 모친인 린 울브리히트의 주도하에 36세로 종신형을 사는 울브리히트에 대한 관대한 처분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배경으로는 울브리히트의 실제 형량과 기대 형량 사이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실크로드 관리자들의 경우, 17개월에서 6년6개월 사이의 징역형을 받았다. 성매매 사이트 백페이지닷컴(Backpage.com)의 최고운영자인 칼 페러의 경우에도 돈세탁과 성매매 혐의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울브리히트가 종신형을 받자, P2P 기술이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온라인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법부가 울브리히트에게 엄한 처벌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크로드는 운영 당시 이름 인식을 시행한 첫 프라이빗 라우팅 토르(Tor) 사이트이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실질적으로 활용한 첫 사례로 사람들의 머릿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공포의 해적 로버츠(Dread Pirate Roberts)’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당시엔 베일에 싸였던 실크로드의 운영자는 웹사이트의 운영을 위해 철권을 휘둘렀고, 심지어 자신의 신분과 실크로드에 대한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정부가 울브리히트를 ‘공포의 해적 로버츠’라고 간주하고 청부살인 시도 혐의를 제기했지만, 이 혐의는 실제 재판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메릴랜드주 검사들이 제기한 혐의 중 하나인 살인죄는 기소에 필요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증명되지 않은 혐의들은 2015년 캐서린 포레스트 연방지법 판사의 최종 판결에는 포함돼 형량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2016년 항소법원은 배심원들의 판결을 받지 못했던 이 혐의들에 대해 ‘종신형을 정당화할 만큼 의미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법률 변호사 제이크 체르빈스키는 “정부가 비폭력(nonviolent) 범죄로 울브리히트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실제로 형량을 선고할 때는 입증되지 않은 다른 폭력 범죄 혐의를 근거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울브리히트로서는 사법 체계를 통해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더는 없다. 항소도 기각됐고, 대법원도 심리를 거부했다. 지난 4월 린 울브리히트는 선처를 바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있다면, 대통령의 사면에 의한 감형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린 울브리히트는 “미국 수정헌법 제8조에서는 잔혹하거나 이례적인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데, 울브리히트의 형량은 비폭력 범죄 초범으로는 매우 이례적이고 확실히 잔혹하다”며, 아들의 형량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보도한 데일리비스트(Daily Beast)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측근이 울브리히트에 대한 선처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울브리히트 케이스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울브리히트의 가족이 우리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우리 단체와 나는 울브리히트의 완전한 감형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브리히트의 형량을 완전히 감해주기를 바란다. 울브리히트 사건은 다른 비슷한 사건들에서 봤던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웰던 안젤로스, 형법 개혁 운동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류에 서명만 하면, 내 아들은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다” – 린 울브리히트, 지난 4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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