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어느 분야나 산업에 일찌감치 들어와 어느 정도 영역을 구축한 기업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시도나 혁신은 보통 신생 기업들의 몫이다. 2014년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시작한 코인원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독특한 기업이다. 

이들은 지난 7년 동안 남들이 안 하는 걸 과감하게 잘 도입하고, 소화해내는 행보를 보여 왔다. 다른 거래소들이 비트코인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을 최초로 상장했으며, 국내 최초로 다중서명 지갑을 도입했다. 사이버 배상책임 보험을 최초로 체결하고, 암호화폐 마진 거래를 처음 도입했던 암호화폐 거래소이기도 하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제도권 편입 원년이 될 2021년에 코인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일 화상통화를 통해 만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를 꼽았다. 그는 "디파이 상품들을 다루기 쉽게 제공하고 그걸 주축으로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계를 넘는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기존의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 투기 성향의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투자자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성향도 다양해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며 "암호화폐 업계의 제도화와 전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2021년에도 상승장이 지속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되돌아본 소감이 궁금하다. 예상했던 일과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나눠본다면.

"2014년에 거래소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당시 중앙화된 기관 없이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비트코인에 무척 감화가 된 상태였는데(웃음), 비트코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걸 알게 될 거고 널리 쓰이게 될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세상이 된 것 같다. 상상했던 게 현실로 이뤄졌다. 이런 면에서 제게는 2020년 비트코인 붐이 예상했던 일이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서 4만달러를 돌파했다. 상승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간단하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믿게 됐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신뢰도 상승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특수를 누리는 대표적인 수혜자가 암호화폐 거래소다. 거래소들은 올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까지 앞두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산업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비트코인이 신뢰를 얻었듯,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신뢰가 많이 생길 것 같다. 특금법은 사실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지만, 그렇게 법에 한 줄 정의가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용자들에는 충분한 의미가 생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제공
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제공

―암호화폐 투자자는 늘어날까.

"초기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대부분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했다면, 지난 2017년 전후로 들어온 분들은 단번에 두배, 세배 벌 수 있는, 레버리지가 큰 단기 투자를 즐기는 성향이 짙었다.

요즘은 금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투자자의 숫자와 폭이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자의 양과 질 모두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비트코인 상승의 원인으로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을 지목하는 시선도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암호화폐 투자에 나설까. 

"사실 아직 그런 논의는 없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금융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국내에서 금융사, 자산운용사로 분류되는 곳들은 라이선스(면허)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법적으로 이들이 투자할 수 있는 자산에 주식이나 채권, 금은 들어가지만,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빨리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미국은 그런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투자가 가능했다." 

 

―올해 3월부터 특금법이 시행된다. 모든 거래소는 영업하기 위해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하고 수리를 받아야 하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및 수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두가지다. ISMS 보안 인증 취득을 하는 것. 그리고 은행과 연동된 실명확인계정을 보유하는 것.

코인원은 둘 다 이미 완료한 상태고 추가로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내부보고체계 수립과 개인 신원확인(KYC) 강화 등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한 준비는 거의 마친 상황이다." 

 

―신고는 언제 제출하나. 누가 첫번째 제출자가 되느냐를 놓고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장 먼저 하고 싶다.(웃음) 저희는 특히 해킹을 당한 적이 한번도 없는 거래소다. 이런 부분들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신고 수리를 받는 데는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는 코인원의 주요 사업 방향이 궁금하다.

"작년에도 틈날 때마다 얘기하긴 했지만, 디파이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유는 디파이가 투자자가 많이 확대되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트렌드가 위임 지분 증명 방식(Delegated Proof
of Stake, DPoS)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디파이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디파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어려워서'라고 생각한다. 보면 거래 대금에 비해 실제 사용자 숫자가 많지 않다.

디파이를 하려면 개인 전자지갑을 만들어서 내 자산을 어디로 이동시켜서 콘트랙트(계약)를 실행하는 과정들이 필요한데, 솔직히 좀 어렵다. 우리는 이걸 좀 쉽게 풀고 싶다. 코인원 거래소 안에서는 원클릭으로 디파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국내 거래소 중 거의 유일하게 다이(DAI)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판매하고 있다. 디파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가.

"맞다. 디파이를 사용하려면 그 플랫폼에 맞는 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다이 같은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들이 많이 사용된다. 이런 스테이블 코인들은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은 자산들이어서 굳이 거래소 오더북에 올릴 필요도 없다. 그냥 간편구매 창을 하나 열어서 판매하면 된다." 

 

―얼마 전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은행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혀서 화제가 됐다. 세계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이 확실히 각광받고 있는데 한국은 규제 영향력 때문에 아직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활발히 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 검토를 많이 해봤는데, 사실 외국환관리법이라는 장벽 때문에 뭘 하기가 힘들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도 검토해봤는데 쉽지 않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여러가지 스테이블 코인을 자유롭게 다루기는 힘든 것 같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코인원도 간편 구매 서비스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판매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문제 때문에 입출금은 막아놓은 상태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제공
차명훈 코인원 대표. 출처=코인원 제공

―올해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외에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가 있나.
"올해까지는 디파이에 집중할 예정이다. 혹시 여력이 된다면 그다음 주력할 지점은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가 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한 분위기다. 코인원도 과거 마진거래 서비스 때문에 검찰 조사받았다. 그 일은 잘 해결됐나.

"검찰 조사단계에서 중단됐다(웃음). 이게 좀 재미있는 부분인데, 코인원 마진서비스라는 게 저희가 이용자에게 일정 부분 대출을 해주고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실제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저희가 자연스럽게 만든다고 대출하는 과정을 없애버렸다. 그러니까 마진거래를 할 때 자동 대출, 자동 상환이 이뤄지게끔 만들었더니 '코인원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인증받지 않은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면 도박개장죄로 잡혀들어간다. 검찰에서도 이 혐의를 적용하려고 왔는데 거래 뒷단의 대출 과정을 보여줬더니 그냥 돌아갔다.(웃음)"

 

―그럼 다시 서비스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나. 국내 이용자들이 마진거래 할 곳이 없어서 해외 거래소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을 과열시킬 수도 있고... 아직 조심스럽다. 일단 디파이 다음 사업으로는 암호화폐 담보대출 쪽으로 풀어가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에서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역시 디파이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자농사(Yield farming) 모델들은 올해 아마 많이 정리되고, 건전하게 잘 성장해온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입지를 다질 것 같다.

두번째 키워드는 제도화. 거래소 제도화와 전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2021년에도 상승장이 지속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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