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한국에서도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독으로 수탁 서비스를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있지만, 전통 금융기관과 블록체인 개발사가 손을 잡은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는 빗썸(빗썸커스터디)과 업비트(업비트세이프), 고팍스(다스크)가 사업 중이며 한빗코, 지닥 등도 수탁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거래소만 있던 시장에 새로 진출한 건 은행의 투자를 받은 합작법인이다.

  •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신한은행-코빗-블로코-페어스퀘어랩
  • 한국디지털에셋(KODA): KB국민은행-해시드-해치랩스

법인을 설립하진 않았지만 NH농협은행-태평양-헥슬란트도 내부에서 준비 중이다. 

암호화폐 수탁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크길래 거래소를 넘어 은행까지 뛰어드는 걸까.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페어스퀘어랩 사무실을 찾아가 김준홍 KDAC 대표에게 물었다. "암호화폐 수탁 사업 수익이 그렇게 높다면서요?"

김 대표는 "암호화폐 수탁 사업으로는 현실적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며 "수탁 서비스를 기반으로 등장할 다양한 금융상품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수탁 서비스가 생겨야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고, 향후 수탁받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돈이 되는 금융상품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준홍 KDAC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김준홍 KDAC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KDAC의 설립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KDAC는 2019년 11월에 첫 삽을 떴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KB국민은행과 해시드, 해치랩스가 만든 KODA가 먼저 시작한 거로 알지만, 사실 저희가 훨씬 더 빨리 시작했죠.

2019년 11월에 코빗, 블로코, 페어스퀘어랩이 합작 법인 논의를 시작했고, 2020년 3월에 컨소시엄 형태로 법인 설립을 완료했습니다. 2020년 7월 신한은행과 제휴 논의를 시작으로 10월 업무협약(MOU) 체결, 2021년 1월 최종적으로 투자유치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수탁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물론 신한은행의 합류 이전부터 3개사가 함께 수탁 솔루션 및 서비스 기획을 했습니다.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수탁 솔루션 개발도 끝난 상황입니다."

 

―코빗, 블로코, 페어스퀘어랩은 어떻게 수탁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나요? 또 각 기업이 맡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3개사의 특징은 명확합니다.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죠. 코빗은 거래소인 만큼 대규모 고객 관리 및 운영에 특화돼 있습니다. 블로코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죠.

제가 대표를 맡은 페어스퀘어랩은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블록체인 리서치에도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KDAC에서도 각 기업이 잘하는 분야를 맡을 예정입니다. 코빗은 수탁 서비스 운영(operation), 블로코는 수탁 시스템 개발, 페어스퀘어랩은 서비스 기획입니다.

하지만 우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어떤 한계를 알게 된 건가요?

"코빗이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블로코가 업계 최고의 개발사라고 하지만 결국 블록체인 업계에서만 통한다는 점이죠.

암호화폐 수탁을 하려면 고객의 무한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우리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그 해결 방법이?

"최소한 국내 굴지의 전통 금융사와 함께해야지 암호화폐 수탁 사업 성패를 장담할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처음부터 금융사와 합류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신한은행과 저희가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신한은행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금융사들과 수탁 사업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출처=KDAC
출처=KDAC

―신한은행 이전이라면, 작년 초부터 금융사와 수탁 사업 논의를 진행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늦어진 건가요?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있고, 금융사와 저희의 수탁 사업 협의, 조건 등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과 문제가 예기치 않게 생기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 덕분에 이렇게 신한은행과 암호화폐 수탁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죠."

 

―오늘 인터뷰 중 핵심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빗썸,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를 비롯해 KDAC, KODA 등 국내에서만 벌써 여러 기업이 수탁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왜 이렇게 다들 뛰어드는 걸까요? 그만큼 수탁 서비스가 돈이 되나요?

"최근 여기저기서 수탁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근데 사실 수탁 서비스로는 수익을 많이 얻기가 힘듭니다.

전통 금융사의 수탁 서비스의 매출 구조를 보면, 돈을 맡기고 받는 수수료는 0.00x%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수탁 규모에 따라서 수수료는 더 낮아지겠죠.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 수수료로는 사업 수수료를 얻기가 쉽지 않죠. 그나마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도 갖춰야 합니다. 그만큼 치열하죠."

 

―그럼 수익도 크지 않는 수탁 서비스에 다들 뛰어드는 이유는 뭔가요?

"단적으로, 수탁 서비스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통 금융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수익의 본질은 리스크(risk)에서 옵니다. 금융에서 고수익은 하이리스크(high-risk)를 말하죠.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자산을 보유하는 서비스에 수익이 많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가 돈이 안 되더라도, 미래에는 안전하게 보관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암호화폐 코어 인프라가 되는 거죠. 저희는 그때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김준홍 KDAC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김준홍 KDAC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코어 인프라를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세요.

"현재 글로벌 초대형 민간 은행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신뢰가 존재합니다. 그 신뢰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을 통해 이룬 거죠.

암호화폐 수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노라하는 거래소들도 한 번쯤 해킹이나 횡령 등으로 고객자산 손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체 보유자산으로 해결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은 이런 거래소에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없게 되는 거죠.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결국 거래소가 갖고 있던, 혹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수탁 서비스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전통 금융에서처럼 다양한 암호화폐 금융 상품이 등장할 겁니다.

모든 암호화폐 금융 상품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암호화폐 코어 인프라인 셈이죠."

 

―벌써 국내에만 수탁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경쟁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앞서 말했다시피 암호화폐 수탁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수입니다. 규모가 커야지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서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죠. 하지만 현재 시작 단계인 만큼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함께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는 게 선행돼야 합니다."

 

―끝으로 국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전망을 하신다면?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투자자나 기관, 금융사, 정부 등에서 암호화폐 수탁에 대해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암호화폐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어떤 서비스나 정책이 나오면 뒤따라서 우리나라에도 확산이 이뤄졌습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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