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 출처=KISA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 출처=KISA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달 29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에 관한 234페이지에 달하는 상세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디파이가 차세대 핀테크(FinTech) 금융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았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금융 혹은 그 어떤 서비스조차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디파이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보고서는 IT기술이 활용된 금융서비스의 변화 과정을 ①전통금융 → ②핀테크 → ③블록체인 핀테크 → ④디파이'로 구분했다. 여기서 블록체인 핀테크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연계된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반면 디파이는 순수 암호화폐만으로 작동하는 금융서비스다.

금융서비스 변화 과정. 출처=KISA
금융서비스 변화 과정. 출처=KISA

블록체인 핀테크의 성장과 디파이의 부상

보고서는 블록체인 핀테크 시장이 기존의 금융서비스가 암호화폐와 결합해 혁신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아직 시장 초기 상태라고 진단했다. 반면 디파이 서비스는 블록체인 핀테크와 달리 전통 금융서비스 전반에 걸쳐 이에 대응하는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핀테크에서는 할 수 없는 예금, 적금, 대출, 투자 서비스 등도 디파이에서는 가능하다는 식이다.

보고서는 시중은행들이 블록체인 핀테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1. 신한은행 : 증명 서류 검증하기 위한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 구축, 이자율 스와프 거래 위한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기술 도입, 골드바 보증서 블록체인 저장 서비스,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
  2. 우리은행 : 코인플러그와 문서인증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연계 서비스 개발 협약, 아이콘루프와 업무 협약,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위비코인) 발행, SBI 리플 아시아와 제휴
  3. KB국민은행 :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마곡페이),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 딜라이트(Delight),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 '한국디지털에셋(KODA)' 설립
  4. NH농협은행 : 블록체인 기반 'P2P금융 증서' 서비스,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 준비

보고서는 블록체인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결제'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2010년 5월22일 컴퓨터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을 주고 피자를 사 먹은 일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를 기념해 '피자데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다날에서 만든 페이코인으로 편의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며, 페이팔 및 비자카드가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핀테크와 디파이의 차이. 출처=KISA
블록체인 핀테크와 디파이의 차이. 출처=KISA

스마트계약으로 무장한 디파이

보고서는 흔히 디파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탈중앙화'만으로는 금융 서비스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점으로 꼽는 게 바로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이다. 스마트계약은 계약 당사자 간에 사전합의 된 내용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전자계약 형태로 체결하고,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이행하도록 구현한 시스템이다.

디파이가 실제 금융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법정화폐' 사용 여부다. 현재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전통 금융서비스는 모두 법정화폐로 이뤄진다. 하지만 디파이는 법정화폐가 아닌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다. 암호화폐 기반 금융서비스는 관련 법률의 미비로 규제당국이 인정하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디파이에 대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동작하는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시파이(CeFi, Centralized finance)는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디파이보다는 블록체인 핀테크에 가까운 서비스로 여겨진다. 시파이 금융 서비스에는 델리오, 불닥스, 볼트러스트, 디엑스엠(DXM) 등이 대표적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디파이 시장

디파이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전세계 디파이 서비스 예치금액(TVL, Total Value Locked)은 2018년 2.8억달러에서 올해 1월 240억달러로 불과 3년 사이에 약 85배가 커졌다. 현재 디파이 대출 서비스 메이커(Maker)가 약 41억달러로 시장 점유율 17.8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디파이 서비스 예치금액 추이. 출처=디파이펄스
전세계 디파이 서비스 예치금액 추이. 출처=디파이펄스

보고서는 "현재 디파이는 주로 담보대출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자산운용, 파생상품, 보험 등 다양한 금융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전통 금융 기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디파이의 한계도 지적됐다. 대표적으로 디파이를 현실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가 많지 않고, 파생상품 시장처럼 고수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대부분이며, 디파이를 쓸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보고서는 중개자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로 △사용성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및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규제도 지적했다.

사용성 문제는 디파이가 등장했을 때부터 지적됐던 것으로, 국내 자료가 거의 없으며, 디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메타마스크(Metamask)와 같은 웹기반 지갑이 필수다. 또 규제에 있어서 디파이는 고객신원확인(KYC) 의무가 없는 만큼 불법 자금 유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각국 규제당국이 디파이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파이의 미래

보고서는 디파이가 암호화폐 영역에서 구축되었기에 일반 산업 또는 실물 경제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디지털 기반 금융 기술, 디지털자산(Digital Asset) 기술이 확산하면 본격적인 생태계를 구현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로 '자산의 디지털화'가 디파이 생태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을 토큰화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실험을 하는 △카사코리아와 음원 저작권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뮤직카우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아트블록코리아 △마스터웍스 △코카(QoQa) △매세나스 등이 있다.

보고서는 저작권이나 소유권 기반의 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 등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실물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론, 이전에는 없었던 생소한 시장의 유입과 새로운 관리 규제 방법의 정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으로 성장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KISA는 총 3단계로 이뤄진 디파이 육성 전략을 공개했다.

1단계 : 디파이 생태계 조성기 (2021년~2022년)
디파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설, 스마트계약 제3자 감사(Audit)지원 사업, 디파이 서비스 마케팅 지원, 디파이 스타트업 육성

2단계 : 기술고도화 및 사용자 저변 확대기 (2023년~2024년)
디파이-시파이-금융사 서비스 연동 지원 사업, 디파이 서비스 라이선스 취득 지원 사업, 디파이 전용 투자 펀드 조성, 디파이 테스트베드 구축, 디파이 표준 UI/UX 지침 개발

3단계 : 제품 간 융합 고도화기 (2025년~2026년)
디파이 고객신원확인 및 자금세탁방지(AML) 플랫폼 구축, 글로벌 표준 디파이 플랫폼 구축, '케이-디파이 얼라이언스(K-DeFi Alliance)' 구축, 한국형 디파이 UI/UX 세계 표준화 추진

KISA는 디파이 육성 전략을 통해 다소 허황되지만 △예치금액 기준 단일국가 1위 △디파이 서비스 개수 단일국가 1위 △매출 기준 단일국가 1위 △사용자 수 단일국가 1위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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