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이더리움2.0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이더(ETH) 가치가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레이스케일은 현지시간 8일 이더리움 투자신탁 판매 재개를 앞두고 '이더리움 가치 평가(Valuing Ethereum)' 보고서를 지난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더(ETH)의 가치를 화폐와 소모품, 이자 창출을 위한 자산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더리움2.0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소모품과 이자 창출을 위한 자산으로서 이더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서 '이더'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토큰을,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더(ETH)에 대한 투자 사례와 가치 평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고 이더리움 가치 평가 보고서를 낸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그레이스케일은 지난해 8월 '비트코인 가치 평가(Valuing Bitcoin)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서로 다른 전선에서 특화된 기능을 하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비트코인이 디지털 생태계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선호되는 반면, 이더리움은 선진적인 금융 인프라로 등장하며 일간 120억달러의 거래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폐로서의 이더(Ether as money)

그레이스케일은 이더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화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서 대출을 위한 담보물로 쓰이거나,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수수료 등으로 쓰이는 게 대표적 사례다. 

그레이스케일은 "디파이 생태계 내 담보물로서 이더의 활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경쟁 수단이 잇따라 등장하며 이더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랩드 비트코인(wBTC)와 유에스디코인(USDC), 테더(USDT) 등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금융 서비스의 담보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WBTC와 USDT, USDC의 시가총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WBTC와 USDC, USDT 시가 증가 추이. 출처=그레이스케일, 코인메트릭스
WBTC와 USDC, USDT 시가 증가 추이. 출처=그레이스케일, 코인메트릭스

 

소모품으로서의 이더(Ether as a consumable commodity)

그레이스케일은 이더리움2.0으로의 전환에 따라 이더의 성격이 점차 화폐보다 연료와 같은 소모품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이더가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과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그레이스케일은 특히 향후 이더리움 네트워크상 거래 활동이 많아져 수수료로 쓰인 뒤 소각되는 이더의 양이 신규 발행 속도를 초과할 경우,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이더 가치가 올라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의 일일 총 거래 수수료를 바탕으로 소모품으로서 이더 수요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1월 한달간 총 거래 수수료가 전고점인 2018년 1월의 5배를 기록했다"면서 "같은 시기 이더 가격 또한 2018년에 세운 신기록과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더 가격(P)을 거래 수수료로 지불된 이더의 총량(S)으로 나눈 'P/S 비율'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이 지수가 낮다는 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이더 가격에 비해 높은 수익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 지수가 낮을수록 이더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고,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더 가격(P)을 일일 총 거래 수수료(S)로 나눈 값(P/S)이 작을수록 이더 가치가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그레이스케일, 코인메트릭스
이더 가격(P)을 일일 총 거래 수수료(S)로 나눈 값(P/S)이 작을수록 이더 가치가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그레이스케일, 코인메트릭스

 

이자 창출을 위한 자산으로서의 이더(Ether as an interest-bearing asset)

그레이스케일은 이더 보유자들이 스테이킹을 통해 이자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더리움2.0을 통한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이 이더를 '생산성 있는 상품(productive commodity)으로 변모시킬 거라고 내다봤다. 

그레이스케일은 "유가증권이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위한 권리를 제공하듯, 이더리움2.0 아래에서 이더 또한 미래의 유동성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테이킹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스테이킹을 담보로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더를 보유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이더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테이킹으로 묶인 이더 양이 많아질수록 유통량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모품으로서 이더의 공급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스테이킹 이자를 얻기 위해 이더를 묶어 두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소모품으로서 이더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그레이스케일
그레이스케일은 스테이킹 이자를 얻기 위해 이더를 묶어 두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소모품으로서 이더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그레이스케일

 
관건은 이더리움 2.0 성공적 전환 여부

다만, 그레이스케일이 그리는 청사진은 거래 수수료로 쓰인 이더의 일부를 소각해 공급량을 조절하는 내용의 EIP-1559가 실제 실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가 EIP-1559를 채택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의 엄청난 활동량, 이더 토큰의 경제학적 개선, 그리고 확장성 증대에 대한 약속 등과 관련해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 가격은 네트워크 내 활동량에 비례해 움직인다. 보고서에서 언급했듯 다양한 지표가 신고점을 가리키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겐 긍정적 신호다." 

그레이스케일은 현지시간 8일부터 이더리움 투자 신탁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스케일은 앞서 2020년 12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투자 신탁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Valuing Ethereum by Coindeskkorea Contact on Scribd

정인선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