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CBDC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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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2월16일 09:30
출처=언스플래쉬
출처=언스플래쉬

비트코인 15억달러를 투자한 테슬라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테슬라는 3만1000~3만7000달러 사이에서 비트코인을 사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낮지 않은 가격이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의 10%를 연간 가격변동률이 80%대에 육박하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결정도 쉽지 않다. 그만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5억달러 투자도 투자지만 테슬라가 조만간 차 값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한 게 더 큰 뉴스로 보였다.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하면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결제 전문기업을 끼지 않고도 물건을 팔 수 있다. 결제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줄어들고 할부 판매 등을 고려하면 금융기관이 아님에도 이자 장사가 가능해진다. 

일군의 애널리스트들이 당장 테슬라 다음 타자로 애플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은 애플 페이, 애플 카드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적극 유도할 정도로 결제 수단에 관심이 많고, 여기에 암호화폐가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변화는 제조업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암호화폐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은 올해부터 2600만 가맹점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선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하는 것이 사회에는 어떤 의미일까. 가장 확실한 신호는 과세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와 비슷한 사용자 사용환경을 가진 디지털화폐(CBDC)를 빨리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세금 거두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현재 모든 암호화폐 관련 세금은 암호화폐가 법정통화(달러, 원)로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법정통화로 받는다. 그래서 이 환전이 일어나는 장소인 암호화폐 거래소가 세금 징수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근데 기업들이 물건값을 암호화폐로 받아버리면 소비자들이 자기가 들고 있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바꿀 필요가 없다. 즉, 돈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정부가 파악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그때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붙잡고 누가 비트코인 얼마 가지고 있고 얼마 벌었냐고 확인하게 하는 지금의 방법으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가급적 빨리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 늦기 전에 사람들이 쓰게끔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화폐를 다루는 지갑에서는 불편함 없이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는 최근 발간한 연구노트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의 CBDC 도입 속도가 늦어질 경우 비트코인 류의 암호화폐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암호화폐든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은 디지털 법정화폐든 세부적인 기술 차이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디지털 사용 경험이 중요하다. 결국 그 영역에서 먼저 대중화에 도달하는 쪽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사고, 아이폰을 사는 세상이 되면 비트코인 매매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사고방식 자체가 도전받게 될지도 모른다. 암호화폐가 화폐처럼 기능한다면 우리가 달러 환전 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듯, 비트코인 매매차익에도 세금을 매길 이유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CBDC를 부른다. 어떤 국가의 정부가 가장 먼저 이 외침에 대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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