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lexander Tsang/Unsplash
출처=Alexander Tsang/Unsplash

아짓 트리파띠는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로 에이브(Aave)에서 국제사업을 총괄한다. 컨센시스(ConsenSys)에서 핀테크 파트너를 맡은 바 있으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영국 블록체인 사업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하다.

최근의 게임스톱 사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 대한 주류 사회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등 대표적인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이 전통적인 청산 및 결제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신용시장이 탈중앙화되면 전체 금융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져 시스템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글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암호화폐 중심의 탈중앙시장에서 실물자산의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과,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도전과제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디파이에 대한 기관의 관심

내가 경험한 바로는, 디파이에 대한 기관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기존의 기업형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개념증명과 달리, 공개형 디파이 프로토콜은 눈에 보이는 투자 성과가 있다. 디파이 거래량이나 시장 유동성, 수수료 수입 등을 보면 분명한 투자 가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디파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는 이미 상당 부분 구축돼 있다. 암호화폐 수탁업체, 안전한 암호화폐 지갑을 제공하는 업체, 온라인은행 등이 디파이에 필요한 큰 작업을 이미 마무리해 놓은 상태다.

셋째, 많은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패밀리오피스, 헤지펀드, 기업 등은 저금리 환경에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과 암호화폐 대출 사업은 하루 5~2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중앙화된 유동성 풀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은 (중앙화 플랫폼에 비해) 리스크와 자본 상태의 투명성이 월등히 높다.

 

오프체인 자산과 NFT

나는 ‘실물(real-world)자산’이란 용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암호자산이나 디지털자산도 달러 지폐나 주식만큼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암호자산(crypto-native asset)’과 ‘오프체인 자산(off-chain asset)’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앞으로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용어를 사용하겠다.

대부분의 오프체인 자산은 현금 토큰이나 상장 주식과 달리 대체가 불가능하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이라 하면 보통 디지털 예술품과 연관을 짓는다. 이전 강세장에서 NFT 사례 중 하나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큰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집품 게임인 크립토키티의 인기로 한 때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 상태에 이르기도 했었다. 한편 지금의 강세장에서는 24x24 픽셀의 gif 파일로 이뤄진 크립토펑크(CryptoPunk)의 가치가 1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꼭 내가 갖고 싶어서, 또는 친구들에게 뽐내고 싶어서 수집하는 디지털 서명 방식의 gif파일이나 비디오만이 NFT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모든 자산은 NFT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식이 아니라 사적으로 거래되는 주식이라면, 해당 주식만이 갖는 특유의 개별적인 계약 조건들이 있다.

계약에 따라 그 특유의 구체적인 제약이나 조건이 붙는 채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어떤 ‘특유’의 ‘구체적’인 성질을 갖는 모든 자산은 대체불가능토큰이 될 수 있다. 사실 예술품이나 음악과 같은 비금융 자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금융자산은 현금 토큰이나 상장 주식과 같은 대체가능토큰이 아닌 대체불가능토큰이 될 수 있다.

내가 최근 직접 참여한 NFT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영국 왕실 토지등기소(HMLR)의 개념증명이었다. 내 집은 이웃의 집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의 모양과 설계, 크기가 모두 동일해도 사람에 따라 보는 가치가 다르고, 판매되는 가격도 달라진다.

NFT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분할 부동산과 같은 대체가능토큰과, 버킹엄 궁전 등을 나타내는 대체불가능토큰을 결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유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다양한 개념증명이 이루어지고 있고, 오프체인 자산 시장에 시동을 걸기 위한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3가지 도전과제

우선 오프체인 자산을 가지고 온체인 시장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오프체인 시장에 탈중앙 기술을 접목하면 투명성과 자동화,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번째 도전과제는 시장에 시동을 거는 일이고, 두번째는 재산권이나 수탁 등과 관련한 효과적인 법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번째 도전과제는 자산의 수익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출처=Karolina Grabowska/펙셀스
출처=Karolina Grabowska/펙셀스

1. 시장에 시동 걸기

디파이를 접목한 새로운 시장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디파이가 제공하는 새롭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시장체계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는 참여자를 찾아야 한다. 즉, 구매자와 판매자, 빌려주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 등을 찾아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암호화폐의 사용자 경험이나 자체 수탁 등에 익숙한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오프체인 자산 시장의 참여자들에 비해 높은 수익과 리스크를 쫓는 성향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고객에 청구해 받아야 할 매출금을 토대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인보이스 파이낸싱(invoice financing) 시장에서는 연간 10%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굉장히 큰 성과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기대수익률이 이보다 열 배 이상 높을 수 있는데, 이는 물론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인보이스 파이낸싱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지갑 메타마스크(MetaMask)를 사용하거나, 이더리움 수수료인 가스비를 지불하거나, 하루 10% 내외의 가격 변동에 익숙한 참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오프체인 자산 시장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얼리어답터’가 많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모색해 제도권 금융기관의 관성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2. 재산권과 수탁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개인키가 없다면 그건 너의 암호화폐가 아니다(not your keys not your crypto)’라는 자체 수탁의 개념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부동산, 매출금, 주식, 채권 등의 오프체인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프체인 시장에서는 개인키를 갖고 있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아울러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계약, 규제, 중재 및 법정 절차 등이 필요하다.

오프체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온체인 시장에서도 수탁은 단순히 개인키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고객을 대신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법적 책임이다. 미국에서 암호화폐 수탁사가 요구하는 인증이나 허가 등은 주식 수탁사가 요구하는 조건과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그만큼 앞으로 찾아올, 오프체인 자산이 거래되는 탈중앙화 시장에서는 수탁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 시스템 (System of Record)

정보관리학에서 ‘기록 시스템(SOR, System of Record)’이란 특정 데이터 요소나 정보에 대한 권한이 있는 공식 출처를 의미한다. ERC-20 토큰과 같은 고유 암호화폐 토큰이나 NFT의 경우,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이 이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고, 어떠한 거래를 통해 소유권이 변경됐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모두 기록되는 절대적이며 공식적인 장부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고유 암호자산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아울러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금고(vault), 담보 대출, 유동성 채굴 등에 대한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오프체인 자산의 경우 온체인장부가 기록 시스템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마트계약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오프체인 시장에서 이를 인정할 수 있을 만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대체로 오프체인 세계에서는 토지등기소와 같이 장부의 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국내법으로 지정된 기관이 존재한다.


3. 자산 수익 처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래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와 관련된 사항들이 계약서에 명시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주식은 배당금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분할하거나 공개 매수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임대료 등의 형태로 주기적인 소득이 창출된다. 

자산 수익 처리(asset servicing)란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마다 그 수익이 해당 자산의 소유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처리하는 업무를 일컫는다. 주식시장에서는 보통 수탁사와 같이 당국의 규제를 받는 중개기관이 이 업무를 담당한다. 온체인 시장에서는 스마트계약에 설정된 조건에 따라 토큰, 프로토콜 고유 토큰, 또는 리베이싱(rebasing) 등의 형태로 수익이 지급된다.

 

향후 전망

디파이 프로토콜의 가장 큰 장점은 혁신을 위한 문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은 담보 대출, 자동화 마켓메이킹, 필수 파생상품 계약 등 자산의 종류와 상관없이 디파이를 적용할 수 있는 근간을 이미 마련했다. 즉, 기본적인 시장 인프라는 이미 구축된 상태다.

오프체인 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겨오려는 기업가들은 이와 같은 오픈소스 기술과 온체인 유동성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벤처 자금도 충분하다. 기업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반복적으로 자금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각종 제도적 절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오프체인 자산에 대한 전문성만 있다면 디파이 프로토콜이 마련해 둔 근간과 유동성을 결합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나아가지 않되, 이전에 이룬 것을 발판 삼아 빠른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오늘의 디파이 혁신가들은 이미 존재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을 활용해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혁신의 가치가 빛을 발할 때, 시장에 접목되는 기술에 대한 규칙의 변화를 가져올 만한 경제적 근거도 마련될 것이다.

고유 암호자산을 다루는 디파이1.0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눈부신 기술적 성과를 달성했다. 오프체인 자산과 법적 기술이 접목되는 디파이 2.0은 앞으로 더욱 큰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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