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임스톱 페이스북 캡처
출처=게임스톱 페이스북 캡처

지난 주에 DeepF**kingValue라고도 알려진, 레딧의 투자자 키스 길이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증언했다. 길이 “나는 고양이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던 순간 영상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이 “고양이”가 누군지 즉시 알아차렸고, 누군가는 마시던 커피를 키보드 위에 뿜기도 했을 것이다. (길의 유투브 아이디는 "Roaring Kitty")

그저 재미있는 농담거리만은 아니었다. 길은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로 권력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는 모습이었다. 길은 기득권층이 아닌 자신의 소속팀에 충성심을 보여주었다. 이는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학교, 문화, 스타트업, 심지어는 금융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반기득권'의 대표주자 비트코인(BTC)은 가격 상승을 거듭해 이번 주 1조달러를 넘겼고, 도지코인(DOGE) 등 밈(meme) 코인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도 많은 부분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이어져 있다. 기득권이 신뢰와 영향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대안이 더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개별 암호화폐 자산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의회 청문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본 시장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리스크를 인지하기 시작했음을 짚어주었다. 이런 변화가 최근 산업 트렌드와 결합하면 디지털자산 분야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 분야가 바로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DeFi)다.

이 개념은 높은 투자 수익 그 이상에 관한 것이다. 더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투자 수익이 돌아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 개념은 새로운 금융시장의 태동에 관한 것이다. 전문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들이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이번 주에 이 움직임에 큰 도약이 있었다.

‘후드’ 아래서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하면서 금융시장에 관심이 몰렸다. 이전에는 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소수에 불과했다. 기관이 개인 투자자를 희생양으로 삼을 때, 사람들은 의문을 가진다. 의회 청문회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해답을 찾고 변화의 시작을 목도하기 위해 청문회를 지켜보았다.

한편 디파이에 관한 관심과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디파이는 대출과 거래 등을 탈중앙화된 P2P 방식으로 수행하는 자동 프로그램을 뜻한다. 블룸버그는 1월28일에 거래되지 못한 게임스톱 주식 거래액이 약 3억5900만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자동화된 암호화폐 거래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거래가 동등한 우선순위로 처리되고,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도 없으며, 특정 주문을 우선 처리하는 중개인도 없다.

디파이는 몇 년 전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이 실험은 거래, 이자 결제, 담보 스왑을 처리하기 위한 오픈소스 '스마트 계약'을 배포했다. 작년에는 '이자 농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자 농사란 가장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다니는 행위를 뜻한다. 수익률이 세 자리를 기록할 때도 있었다. 당시 전통금융권의 금리는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익만큼 리스크도 높았다. 많은 플랫폼이 급히 작성한 코드로 개발되었고, 수없이 많은 버그와 손실이 발생해 다시 손쓸 도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혁신이 시작될 때는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결과는 놀라웠다.

높은 수익률로 인해 기관이 주목하기 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제네시스 트레이딩(Genesis Trading, DCG의 종속회사, 코인데스크의 지배회사)은 2020년 3분기 보고서에서, 대출 상품의 성장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온 기관들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고, 생태계는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디파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거의 3배가 증가해 기사 작성 시간 기준 439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디파이 플랫폼은 접근권과 거버넌스 권리를 제공하는 토큰을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시가 총액 기준 상위 100개 토큰의 총 가치는 83조달러에 달하며, 24시간 거래액이 16조달러가 넘는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의 토큰을 추적하는 디파이 펄스 인덱스는 연간 260% 성장했다.

디파이 경제적 가치. 출처=DeFiPulse.com
디파이 경제적 가치. 출처=DeFiPulse.com

거기다 대부분의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이더리움이 더 확장성이 높고, 에너지를 덜 쓰는 이더리움2.0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것이 이더리움의 거래량에 위협이 되는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또한 이는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에 실행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줄 것이다.

기관의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는 기관 고객에게 디파이 토큰 거래 및 수탁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올해도 4개의 새로운 디파이 토큰을 등록했다. 비트고(BitGo)는 비트코인에서 디파이 친화적인 토큰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수탁기업 트러스톨로지(Trustology)는 기관 고객이 디파이 프로젝트를 검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별 토큰 구매 외에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주, 암호화폐 펀드 매니지먼트 기업인 비트와이스(Bitwise)는 여러 토큰의 가중치를 추종하는 디파이 펀드를 출시했다. 그리고 미국에 상장된 몇몇 신탁금도 곧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몇 주간 산업 최대의 펀드 매니지먼트 기업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DCG가 소유, 코인데스크의 지배회사)는 수익률 최적화 서비스 제공사 와이언 파이낸스(Yearn Finance), 머니 마켓 에이브(Aave), 데이터 오라클 체인링크(Chainlink)같은 디파이 프로토콜을 위한 토큰에 기반한 투자 신탁금의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신청을 한다고 해서 출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세계

디파이 자산의 수익이 올해까지는 높았지만, 리스크 또한 높다. 크고 작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킹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달에도 이러한 사례가 몇 건 보도되었다.

규제 리스크도 있다. 2020년 12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핀센, FinCEN)은 거래소가 암호화폐 수신자의 신원 정보를 수집할 것을 제안해 논란이 뒤따랐다. 이는 디파이 혁신을 가로막고 몇몇 기능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유동성 리스크도 있다. 기관의 작은 주문도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매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다가 디파이 자산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엄청난 하락장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자본 시장의 구조적인 비효율과 취약성을 조사하려는 대중의 지지, 디파이 활동과 혁신의 증가를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자본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과 이러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 이번 달에도 디파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 펀드를 3곳 소개했다.

토큰 투자이건 벤처 캐피털이건, 디파이 생태계에 기관의 돈이 더 들어가면 갈수록 유동성과 적법성은 강화될 것이다. 기관의 지원은 규제적 용인성을 제공하고 현재의 시장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적응 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한 리스크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혁신은 용감한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현재의 시장 인프라는 이를 돕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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