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금지법'이 패착인 이유
중앙은행, 암호화폐 관련 은행계좌 폐쇄
의회, 암호화폐 금지법 논의
정부 불신 키우고 오히려 P2P 송금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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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kuiyibo
Hannah Akuiyibo 2021년 2월24일 19:45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하나 아큐이이보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우드로 윌슨 센터의 연구원이다.

나이지리아는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중앙은행(CBN)이 최근 암호화폐를 금지한 것은 이런 계획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민중의 불신을 악화시킬 것이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엄청난 가능성에 눈을 뜨는 판에 나이지리아는 정부기관들이 늑장 부리고 블록체인이란 부정할 수 없는 찬란한 혁신에 눈을 감아버리는 바람에 뒤처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보통신기술진흥원(NITDA)이 발간한 ‘국가 블록체인 채택 전략’이란 보고서에 나온 문장이다. NITDA는 나이지리아가 진정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려면 암호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N은 지난 5일 금융기관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은행에 암호화폐 관련 계좌를 전부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디지털 경제에 기대를 건 많은 나이지리아인이 적잖이 놀랐다.

CBN은 이틀 후 새로운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17년 1월12일부터 나이지리아 내 모든 은행의 암호화폐 보유, 거래, 사용은 금지되고 있다”면서 폐쇄명령에 대한 변명을 내놨으나 이런 규제는 틀림없이 디지털 경제로 가는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 이후 나이지리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를 증권상품으로 인증하는 절차를 중단했고, 나이지리아 의회는 CBN과 SEC에게 암호화폐 금지법에 대한 더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2020년 유가가 폭락하면서 나이지리아가 보유한 외화의 가치와 나이지리아 나이라 통화의 가치도 같이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경기 침체에 접어들고 2020년 12월 기준 인플레이션이 16%까지 치솟았다. CBN은 외화 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해외송금 업체들이 나이라화가 아니라 미 달러로 송금하게끔 만들고 수익을 다시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는 수출기업도 추적해서 단속했다. 외화로 사들일 수 있는 수입품목도 제한했다.

이런 외화 지출과 송금에 대한 제한 때문에 월 해외 거래액 한도를 고작 100달러로 설정하는 은행도 있다. 2020년 1~9월 나이지리아로 보내지는 송금액이 97% 감소했다. 즉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게 어려워지니 애초부터 나이지리아 내로 돈을 들이지는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지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서 없다.

2020년 CBN이 나이라화를 두차례 절하했고 나이지리아 내로 자금을 송금하는 비용이 늘어날수록 나이지리아인들은 암호화폐 같은 대안을 절실히 찾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개인간(P2P) 비트코인 거래량은 아프리카에선 1위, 세계에선 2위다.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거래량은 2015~2020년 5억6600만달러에는 달했으며 2015년 이후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거래량은 30% 증가했다.

외화벌이가 까다로워지고 나이라화의 가치가 급락해서 나이지리아 소비자들은 암호화폐를 결제와 투자, 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해외송금 감소에 코로나19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CBN의 외화 송금 수수료가 20~30%인 것을 고려하면 나이지리아인들이 대안 송금수단을 찾으려고 나선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거래소 옐로카드(Yellow Card)는 2020년 한해 동안 거래량이 18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인들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나이지리아 핀테크 산업의 성장과 맞물린다.    

나이지리아 국기. 출처=플리커
나이지리아 국기. 출처=플리커

나이지리아의 디지털 행보

CBN의 최근 행보와 달리 나이지리아 정부는 몇 년간 국가 디지털화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 왔다.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019년 국가 정보통신부의 명칭을 정보통신과 디지털경제부(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Digital Economy, FMoCDE)로 바꿔 주민등록관리위원회를 산하기관으로 전환시켰다.

FMoCDE는 2020년 ‘디지털경제 정책전략 2020-2030’이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인재개발 플랫폼인 디지털 나이지리아(Digital Nigeria)를 출시했다. NITDA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국가 블록체인 채택 전략’을 발간했으며, 2020년 9월 나이지리아 SEC는 암호화폐를 하나의 증권상품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1월까지만 해도 CBN은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금지법의 진짜 이유

디지털 경제를 추구하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행보를 보면 암호화폐 금지법은 생뚱맞고 비생산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이 아무리 계좌를 폐쇄하고 일부 이용자들이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아무리 청산해도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용자들이 중재자가 필요 없고 비법정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P2P 거래소들로 몰릴 것이다. CBN이 암호화폐 관련 계좌 폐쇄명령을 발표한 이후, 이미 P2P 비트코인 대출이 16% 증가했다. 세계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나이지리아인만을 위한 P2P 플랫폼까지 출시했다.

많은 나이지리아인이 P2P 거래소를 찾는 이유로 정부의 외화벌이에 대한 집착을 지목했다. 하지만 외화보유액을 늘리고 금융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진짜 목표라면 자국민을 P2P 플랫폼으로 몰아내서는 안 된다.

당연하게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이런 행보가 혁신을 억압하고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올해 30% 이상의 실업률로 고통받는 나이지리아 청년층의 살길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본다.

안 그래도 나이지리아 국민은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많은 편이다. 부패가 난무하고 국민 삶에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국민과 산업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 앞에서 이런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나이지리아인들이 트위터에서 진행한 #WeWantOurCryptoBack 캠페인도 이런 불씨에서 번진 것이다.

경찰 폭력에 저항하는 #EndSARS 운동도 중요한 요소다. 은행 계좌가 폐쇄된 시위자들이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했는데 이런 정치적 배경도 암호화폐 금지법 뒤에 없을 리 없다. 하지만 CBN은 국민을 사기로부터 보호하고 범죄활동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암호화폐 금지법이 핀테크 산업을 개발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신뢰를 추구하고,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국민의 지지를 얻고, 경제를 진정 디지털화하려면, 정책 수립에 있어서 블록체인 산업과 이용자들과 상의하고 그들의 견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된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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