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파이(DeFi, 탈중앙지향금융)의 성장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4억달러(한화 약 4740억원)수준이었던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전체 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은 2021년 2월 350억달러(약 40조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겨줄 로켓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이번 디파이 연쇄 인터뷰에서는 초고속 성장중인 디파이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현재 업계의 쟁점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태생적으로 별도의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를 둘 수 없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들은 대부분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자동마켓메이커(Autonomous Market Makers, AMM) 모델을 사용한다. 몇 년째 환상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탈중앙화 거래소를 실제 세상에 구현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디파이 세계에 입문하려는 초보 투자자의 발길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이기도 하다. AMM 모델을 적용한 탈중앙화 거래소는 태생적으로 오더북(호가창)이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매수량과 매도량을 감안해 최적의 가격으로 코인을 사고 싶은 게 투자자의 본능인데, AMM 모델은 이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출처=인젝티브 프로토콜 홈페이지
출처=인젝티브 프로토콜 홈페이지

디파이 합성자산 프로토콜인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이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는 팀이다. 이들이 만든 탈중앙화 거래소인 '솔스티스 프로(Solstice Pro)'에는 거래창 옆에 여느 중앙화 거래소들처럼 호가창이 달려 있다. 거래소 이용자들의 사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구조다. 

디파이 프로젝트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이더리움 플랫폼 대신 텐더민트 기반의 인터체인을 지향하는 것도 비슷한 의도에서다. 최근 이더리움 플랫폼의 트랜잭션 1회에 소요되는 가스비가 한국 돈으로 2만원에 육박하면서 디파이 사용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레이어2 거래 구조를 짠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가스비 부담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2월 들어 디파이 전체 예치금(TVL)이 350억달러를 넘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디파이의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가 없고 오더북이 달려있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나온다면, 사람들이 탈중앙화 플랫폼 위에서 어려운 합성 자산 거래를 하려 할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 9일 에릭 첸(Eric Chen) 인젝티브 프로토콜 CEO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달 말 발생했던 미국 증권거래앱 '로빈후드'의 게임스톱(GME) 매수 버튼 삭제 사건을 예로 들었다. 

"로빈후드 등 여러 증권사들이 게임스톱 주식의 매수 버튼을 삭제하자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이 솔스티스 프로로 와서 게임스톱의 합성자산을 거래하더군요. 중앙화 거래소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고, 탈중앙화 거래소를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첸 CEO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측면에서 사용자의 사용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그와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에릭 첸 인젝티브 프로토콜 대표. 출처=인젝티브 프로토콜 제공
에릭 첸 인젝티브 프로토콜 대표. 출처=인젝티브 프로토콜 제공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합성자산과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를 만드는 팀이다.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신세틱스인데, 인젝티브는 그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 

=가장 큰 차이는 우리 거래소는 오더북 구조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호가창을 보고 가격과 거래량 변동성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용성이 상당히 차이난다. 

 

―유니스왑이나 커브 같은 AMM 모델을 쓰는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가 채굴자의 선행매매다. 블록을 만드는 노드들이 블록에 특정 매수 주문을 포함시키기 전에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레이어2 솔루션과 검증가능한 지연함수(Verifiable Delay Functions, VDF)를 도입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가. 

=사실 레이어2 솔루션인 코스모스를 채택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트랜잭션 순서를 정리하기 편리하고, 구체적인 설정값이 없어도 일단 작동시키기 편리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비잔틴 장애 허용(BTF) 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코스모스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이더리움 가스비 문제도 해결됐다. (웃음)

사실 VDF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쓰다보니 연구가 아직 부족한 상태고 기술 자체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트랜잭션 오더링에 프리퀀트 뱃치 옥션(frequent batch auctions)이라는 모델을 쓰고 있다.

 

―그럼 인젝티브 프로토콜의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선행매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면 되나.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더북 모델을 채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전체적인 매수-매도의 흐름을 조망하면서 내가 원하는 매수, 매도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전 거래의 결과가 어떻든 내가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다. 반면 AMM 모델은 이전의 주문 체결 결과가 다음 주문의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 본격적인 제품(product)이 출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 테스트넷을 진행하고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 솔스티스 프로(Solstice Pro)가 첫 제품일 것 같은데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 2분기 내로 솔스티스 프로가 인젝티브 프로토콜의 메인넷으로 올라올 것 같다. 지금은 테스트넷에서 여러가지 가능한 실험을 하고 있다. 

 

―바이낸스 스마트체인(BSC)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화제가 됐다. BSC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장점이 무엇인가. 

=사실 BSC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의 상당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더리움과 거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가스비 자체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더리움 플랫폼은 경쟁이 심하고 가스비가 비싸다. 개인이 이용하기에도 바이낸스 쪽이 좀 더 편한 것 같다.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오라클로 체인링크를 쓴다.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밴드 프로토콜의 오라클을 사용하는 게 독특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밴드 프로토콜 쪽이 코인이나 토큰 가격 정보가 업데이트 되는 속도가 체인링크보다 약간 더 빠르다. 선물거래와 파생상품 합성자산에 집중하고 있는 인젝티브 프로토콜 입장에서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밴드 프로토콜을 쓰고 있다.

 

―합성자산 프로토콜에 대한 개념이 처음 소개됐던 때를 생각해보면 막상 서비스가 출시된 후에는 예상했던 것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어떻게 대중화 수준을 높여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합성자산 프로토콜들은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능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사용자들이 플랫폼을 신뢰하고 사용할 것이다.

사용자가 편하게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오더북 구조 도입이나 수수료 문제 해결 등을 통해 사용자의 사용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그런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1월 말에 로빈후드 등 여러 증권사들이 게임스톱(GME) 주식의 매수를 못하게 만드는 바람에 논란이 된 적이 있지 않나. 당시 게임스톱(GME) 선물이 우리 거래소에 올라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솔스티스 프로로 와서 게임스톱의 합성자산을 거래하더라.

그 건 하나로 평소보다 트래픽이 1.4배 정도 늘었다. 중앙화 거래소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고, 탈중앙화 거래소를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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