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flickr
출처=flickr

주말에 처가에 내려갔더니 장인이 보자마자 내게 한마디 던졌다.

"그래서 비트코인 어떻게 사는 건데"

장인어른은 지방에 사시는 70대 노인이다. 물론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건 아니고-취미로 소규모 농사를 하긴 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쉬엄쉬엄 사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에 가깝다. 덕분에 장인은 주식투자, 부동산, 요식, 임대 등 다양한 사업 경험이 있으시다.

사실 장인이 '비트코인'을 묻는 걸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 사위가 블록체인 전문 매체에서 기자로 일한 지도 꽤 됐건만,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관해서 묻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더 위험한 것이니 절대 하지 말라"라는 경고와 함께 '비트코인=사기'라는 말을 이따금 했다. 그러던 장인이 올해 들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뀐 셈이다.

장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 중 하나로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여럿 있었다.

먼저 작년 말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640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급등하자 국내 뉴스, 특히 방송 미디어에서 비트코인을 다루면서다. 장인이 보기에 그야말로 사기 같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뉴스에도 빈번히 노출되자 '비트코인이 사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건은 주변 지인들의 높아진 관심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장인은 여러 사업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 사업을 하는 지인들이 많다. 장인 말에 따르면, 지인들 사이에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화가 자주 오간다고 한다.

물론 보수적인 성향상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꺼리는 만큼 실제 비트코인을 구입한 지인은 아직 없다고 한다.

장인은 그래서인지 주말 내내 비트코인은 뭔지,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왜 가치를 갖게 된 건지, 전망은 어떤지에 대해서 내게 물었다.

사실 난 여러 차례 말한 것과 같이, '귀차니즘' 때문에 아직 암호화폐 투자를 안 하고 있다. 또 코인데스크코리아 내에서 나는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 혹은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이런 내게 비트코인에 관해 묻다니.

장인어른에게 최대한 건조하게, 현재까지 알려진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만 답했다. 예컨대 비트코인 총발행량, 과거 가격, 현재 가격, 앞으로 남은 채굴량, 비트코인 구입 방법 등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꼭 가격 전망을 말해달라는 장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미국 같은 국가가 비트코인을 사용 못 하게 막는다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앞으로 10년간 장기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시고 비트코인에 투자하시면 은행 이자보다는 수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을 끝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토론은 다음번 처가에 내려올 때 다시 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귀차니즘으로 투자를 안 하던 내게, 전문 기자면 비트코인에 대해 투자 전문가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장인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키워드

#칼럼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