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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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어떤 의미로는 가해자라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단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조심스러워 했다. '무결한' 피해자가 아니란 점에서였다.

통상 다단계는 회원이 또 다른 회원을 유치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받는다. 그런 만큼 다단계 업체가 잠적하는 경우 피해자도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곤 한다. 특히 지인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죄책감도 배가 된다. 다른 피해자는 자신은 돈을 못 돌려받아도 좋으니 지인의 원금이라도 찾고 싶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그 수단이 암호화폐였다는 점도 피해자들의 입을 무겁게 만든다.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은 투기판’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서다. 유명 해외 기관들의 투자로 인해 뜨거운 금융상품으로 부상한 비트코인조차 투기성 자산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하물며 기관투자자가 들어가지 않은 알트코인에 대한 인식은 더욱 부정적이다.

알트코인에 다단계가 더해지니 피해자들을 향한 눈총도 따갑다. ‘애초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느냐’는 힐난이다. 피해액이 클수록 비난도 거세진다. 한탕주의를 노리다가 크게 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또 다른 피해자는 “자신이 욕심을 부리다 이렇게 됐다”고 자책부터 시작했다.

다단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다단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해자가 언젠간 돈을 주리라는 희망때문이다. 몇몇 피해자는 보도가 나가면 가해자로부터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못 받을까 걱정한다. 소위 ‘괘씸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당사자가 배상 의지가 있었다면 잠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안에 먼저 귀를 기울일 정도로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언론 제보, 청와대 청원 등이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으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는 첫걸음이다. 참고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웁살라시큐리티와 함께 ‘암호화폐 범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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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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