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teve Buissinne/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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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25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의 실명 은행계좌를 받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는 가운데, 현재 실명계좌 등록을 하지 않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자금이 3조5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받지 못할 경우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원화를 취급하는 거래소 14곳의 하루(24시간) 거래대금을 확인해보니, 이날 오전 기준으로 총 31조7407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실명 은행계좌를 받는 네 곳(빗썸·코인원·업비트·코빗)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거래소의 거래 금액은 3조5318억원이었다. 전체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코인마켓캡에서 확인되는 국내 거래소는 14곳이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난립해 실제로는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하려면 고객의 실명 은행계좌를 받아야 한다. 오는 9월24일까지 유예기간인데, 그 이후에는 실명계좌가 없으면 입출금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아직 실명계좌 등록을 하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은행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몇 거래소에서 문의가 오긴 했지만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 위험성 등을 고려해 제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행들은 거래소들과 계좌 개설을 협의 중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대체로 공식적으로 계좌 개설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한 지역은행 관계자는 “거래 시스템 구축이나 자금세탁방지 업무 등 부담해야 할 것은 많은데 지역은행 규모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실명계좌 등록’이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로 작용한다며 내심 불만을 갖고 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실명계좌 인증만 없을 뿐이지 범죄 방지나 제반 규정 준수 사항에서 실명 인증을 받은 거래소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 점을 설득하면 계좌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은행을 통한 검증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되는 것을 노린다고 해석한다.

문제는 추후 영업을 못 하게 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가운데 투자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몇몇 거래소들이 거래대금 출금을 제때 하지 않는 등 부실영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투자자 보호에 나서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는 자기 책임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을 알리며 “일부 사업자는 신고하지 않고 폐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객들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업자의 신고상황, 사업 지속 여부 등을 최대한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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