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출처=Alesia Kozik/Pexels
비트코인. 출처=Alesia Kozik/Pexels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금융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제도화가 가장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제도화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코인데스크코리아, 한국블록체인협회와 함께 주최한 '아시아 가상자산 제도와 금융기관 동향' 가상자산업권법 3차 세미나가 26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먼저, 일본 가상자산 관련 제도와 산업 현황을 발표한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와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일본의 법체계는 우리와 유사하지만,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한발 앞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발 빠른 일본, 2017년부터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일본의 가상자산 관련 법은 지난 2014년 2월 발생한 마운트곡스(Mt. Gox) 해킹 사건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은 2017년 4월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1차 개정으로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윤종수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이용자 보호 필요성과 당시 현금 사용률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포섭했다. 이후 ICO와 파생상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수탁, 해킹사건이 발생하자 규제 공백을 메꾸기 위해 추가 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자금결제법 1차 개정 이후 가상화폐를 가상통화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 일본 금융청(FSA) 산하에 민관합동 '가상통화연구회'를 설치하고,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통화교환협회(JVCEA)'를 자율규제 단체로 인정했다.

2020년 5월 일본 정부는 JVCEA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금결제법 2차 개정과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가상통화를 '암호자산'으로 명칭을 바꾸고, 수탁업을 규제 범위로 포함했다.

윤종수 변호사는 "자금결제법 2차 개정은 이용자 보호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이용자의 예치금을 사업자와 분리 보관하고, 신탁(수탁) 의무화, 콜드월릿 보관 관리, 이용자 암호자산의 반환청구권에 대한 우선 변제권 인정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FIU, 일본은 가상통화교환협회(JVCEA)가 신고수리 담당

지난 3월25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아야 한다. 한발 앞서 일본은 JVCEA에 가입 후 자율규제 규칙 의무를 이행해야만 '암호자산 교환업' 등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정부기관이 담당하지만, 일본은 민간 협회가 담당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내 가상자산사업자를 관리 감독하는 가상통화교환협회(JVCEA).
일본 내 가상자산사업자를 관리 감독하는 가상통화교환협회(JVCEA).

JVCEA에는 1종 회원사 31개, 2종 회원사 6개 등 총 37개 업체가 가입했다. JVCEA는 자율규제 규칙을 만들고, 회원사에 대한 감사, 모니터링, 암호자산 관련 통계 조사 등을 담당한다.

한서희 변호사는 "JVCEA는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인가받은 협회로, 일본 내에서 거래소를 하기 위해서는 협회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증권형토큰 거래를 위한 일본 STO협회(JSTOA)도 별도로 존재한다.

한서희 변호사는 "일본은 IT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가상자산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며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구분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박종백 변호사와 조정희 변호사는 각각 싱가포르와 홍콩의 가상자산 규제 현황에 대해서 발표했다.

 

싱가포르-홍콩, 증권형토큰을 우선적으로 제도화

박종백 변호사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17년 'RMO'라는 증권형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증권형토큰을 사고팔거나, 발행·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단 싱가포르 통화청은 개인투자자는 이용할 수 없고, 기관투자자 혹은 적격투자자만 증권형토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홍콩의 경우도 증권형토큰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포섭하려 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 유사하다.

조정희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OSL 디지털시큐리티즈'가 홍콩 증권거래위원회(SFC)로부터 증권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빗썸이나 업비트가 증권회사 라이선스를 취득해 증권형토큰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경우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는 이용이 제한되며, 기관투자자만 가능하다. 또 새로운 서비스 시작 시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회계법인으로부터 정기 감사와 보고서, 매월 자산 현황을 SFC에 제출하는 등 규제를 받는다.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노태석 자문위원(법무법인 태평양)은 "아시아 각국 규제 현황의 공통점은 상황에 따라 우선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포섭한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증권형토큰은 이미 존재하는 증권법 등의 형태로 포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붕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지원자문역 부국장은 "가상자산 규제에 관한 일본, 홍콩, 싱가포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한다면, 우리나라가 다음단계로 가는 원칙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를 대표한 황순호 두나무 대외협력팀장은 "가상자산 이용자나 사업자 입장에서 정부 입장이 명확해지면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만큼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와 당국, 업계가 잘 협의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