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소 ‘위장 벌집계좌’ 거래중지…“사실상 전쟁 상황”
금융당국 ‘위장·타인계좌 모니터링’ 강화 요청에
은행들, 거래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계좌 거래중지 통보
“한 은행서 거래 막히면 다른 은행으로 옮겨 영업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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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한겨레 기자
박현 한겨레 기자 2021년 6월25일 14:31
출처=PollyDot/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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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상호금융 등 금융회사들이 일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하는 위장 집금계좌(벌집계좌)나 타인 명의 계좌에 대해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 은행에서 거래가 막히면 다른 은행 계좌로 옮겨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4일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장계좌와 타인계좌에 대해 일일이 파악을 하고 있다”며 “의심스런 자금거래가 파악되면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거래소는 한 은행에서 거래가 중단되면 다른 은행 계좌로 옮겨가고 있어 사실상 은행들이 이런 거래소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들이 금융회사 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면 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기저기 금융회사들로 이동하며 ‘메뚜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특정 계좌의 거래 빈도나 금액 등을 분석해 위장 계열사나 제휴 법무법인 계좌, 임직원 등의 개인 계좌가 거래소 집금계좌로 활용되는 사례를 파악하고 대응을 하고 있다. 위장계좌나 타인계좌의 경우 거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경우 거래중지 통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의 공식적인 집금계좌에 대해서도 의심스런 점이 있을 경우 은행이 고객 신원확인이나 자금 출처 등을 요구해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 거래 중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금계좌는 거래소가 고객들의 돈을 입금받기 위해 개설한 계좌를 말한다.

금융회사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 행위 우려가 있으면 고객의 신원과 거래 목적,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하게 돼 있다. 고객이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거래를 거절·종료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9일 검사수탁기관협의회를 열어 가상자산 사업자의 위장계좌와 타인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은 당시 “(특금법에 따라) 9월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의무화하자, 시중은행의 타인명의 계좌 및 위장 제휴업체 계좌를 활용하는 등 숨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회사들에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또한 거래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가상자산 사업자 위장계좌나 타인계좌에 대해선 금융거래를 거절하고 종료하도록 했다.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이 폐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 돈을 돌려주지 않고 ‘먹튀’를 할 수 있는 만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특히, 은행들은 자칫 자신들의 거래 계좌에서 이런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상자산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새로 나온 상황에서 실명계좌를 이용하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하고 횡령 사고 발생 위험도 커지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경우 국제금융거래에서도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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