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남는 제주도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한다면
[비트코인 채굴의 세계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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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박상혁 2021년 7월11일 15:05

중국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급감하는 등 글로벌 채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 65%(2020년 4월)인 중국이 금지 조치 이후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가 비트코인 생산국 1위가 될까요.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채굴사업자를 만나 채굴시장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지난 2013년 무렵부터 약 8년간 중국 중심으로 꾸려져 있던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무게 중심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후보지역 1순위로 거론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활발한 나라 중 규제 불확실성이 가장 적다. 대표적으로 세금 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명확하다. 미국은 개인(비사업적) 채굴자에게 개인소득세를 부과하고, 사업적 채굴자에게 자영업세를 걷는다.

중국에서 채굴사업을 하는 한국인 A씨는 "미국을 제외하면 과세 체계는 물론이고 채굴업에 대한 정의조차 잡혀있지 않다"면서 "중국에서도 규제 불명확성으로 채굴 소득에 대한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미 제도권에 진출한 미국 채굴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스닥에는 이미 라이엇 블록체인, 마라톤 페이턴트, 카나안 등의 채굴 업체가 상장돼 있다.  

지난 2월 CNBC 방송에 출연해 자사 차원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해봤다고 밝힌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
지난 2월 CNBC 방송에 출연해 자사 차원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해봤다고 밝힌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

최근에는 값싼 전기료를 앞세운 중앙아시아가 후보지로 떠올랐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정부 차원에서 채굴 산업을 장려하면서, 차기 주요 채굴 국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화산에서 발생하는 지열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며 국가 차원의 친환경 채굴 산업 육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인식은 한국 역시 미국이나 중국 못지않다.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 서비스 코인힐스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글로벌 법정통화 중 원화가 차지하는 비트코인 거래량 비중은 4.59%로 4위다. 비트코인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비트코인 채굴을 국가 차원의 산업으로 육성할 수는 없을까. 글로벌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지각변동은 한국엔 기회일 수 있다. 현업 채굴자들과 국내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세부적으로는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국내 채굴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서 남는 잉여전기, 비트코인 채굴로 저장하면 어떨까

비트코인 채굴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kWh(킬로와트시)당 5센트 아래의 저렴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가격에 전기를 구하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 불거진 친환경 채굴 논의를 감안하면 화력발전 등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 방식으로는 암호화폐 채굴을 산업화하긴 어렵다.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채굴이 가능해야 한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이런 조건이 맞는 곳으로 제주도를 꼽았다.

조 교수는 "화력발전 등의 에너지 발전소에서 남는 전기를 쓰는 쪽보다는 재생에너지 확장과 채굴산업 육성을 함께 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는 필요보다 많이 생산하더라도 저장하기가 어렵다"면서 "잉여전기가 많이 발생하고 타지역으로 송전하기 어려운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와 채굴 산업을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기.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박상혁 기자
제주도의 풍력발전기.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박상혁 기자

제주도에서는 풍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과도한 잉여전기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전기가 너무 과도하게 생산돼도,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9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정책센터가 발행한 그린에너지뉴딜 브리프에 따르면, 전력공급 과잉으로 인한 제주도의 출력제한 조치는 2019년에만 46차례 이뤄졌다. 

에너지정책센터는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출력제한 문제는 더 이상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각계 각층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출력제한에 대한 규제체계와 미활용 재생에너지(잉여에너지)에 대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린에너지뉴딜 브리프에 따르면 제주도의 출력제한 조치 문제는 HVDC(고압직류송전)을 구축해 잉여전기를 육지로 보내거나 에너지 저장 장치(ESS) 도입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HVDC는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고장이 잦다는 단점이 있다.

ESS 역시 잇달아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조 교수의 아이디어는 이 넘치는 전기 에너지를 따로 저장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으로 바꿔버리자는 것이다. 

글로벌 기관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재생 에너지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시 우드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태양광 발전에 배터리 기술을 접목해서 비트코인 채굴을 하면 에너지 활용도를 40%에서 90% 이상까지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부가 수입이 태양광 발전 비용을 낮춰 재생 에너지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Brian Wangenheim/Unsplash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Brian Wangenheim/Unsplash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비트코인 채굴이 이뤄지는 텍사스 주 역시 지리적으로 보면 제주도와 유사한 조건이다.

비트퓨리 이은철 한국지사장 역시 "텍사스의 천연가스 자원 지대는 도심과 떨어져있어 판매하기가 쉽지 않고, 남는 천연가스를 무한정 저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나오는 잉여전기를 비트코인 채굴로 전환한다면 새로운 디지털 저장수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잉여전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 채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민간 채굴자와 협업이 이뤄지면 환경문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재생 에너지 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비트코인 채굴이 제격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은철 한국지사장은 "앞으로 잉여전기가 있는 곳에는 비트코인 채굴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단순 친환경 산업이나 수익 문제 외에도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점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채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제주도의 남는 전기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산업이 현실화되려면 넘을 산이 많다. 제주도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했던 노희섭 전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에너지를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말"이라며 "(채굴보다는) 실생활에서 미활용 에너지를 밀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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