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특권의 종말: 세계 기축통화 달러의 미래
달러의 세계적 지위는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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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e Morris
Dave Morris 2021년 8월13일 11:30
디지털 화폐의 영향력을 직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감시와 소프트 파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출처=Unsplash
디지털 화폐의 영향력을 직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감시와 소프트 파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출처=Unsplash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긴장감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는 부채를 기반으로 한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이 경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 5.4%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그의 예측을 뒷받침했다.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실질 임금과 달러로 표기된 부채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불러올 수 있는 또 다른 영향은 이보다 강하고 장기적이다. 지난 5월 투자의 대가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달러가 세계 주요 ‘기축통화’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달러는 세계 무역에서 가장 선호 받는 결제 통화다. 거대한 세계 원유 시장에서 사용되는 화폐 단위이며 결제 수단이기도 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많이 보유하는 외화 역시 미국 달러다. 이로 인해 미국이 얻는 경제적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달러의 “과도한 특권”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지위가 어느 날 사라진다면,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달러의 가치와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만한 초인플레이션은 아니다. 예를 들어 50%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일부 분야에만 국한돼 있다는 증거가 많고, 대부분의 채권 투자자도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재앙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꼭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달러의 세계적 지위는 이미 오랫동안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5월에는 전 세계 기축통화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1999년에 71%를 차지했던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축통화로 유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채권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위안의 세계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전념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것은 디지털 화폐를 비롯한 색다른 통화의 부상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달러가 지위가 약해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인플레이션이 이를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러의 지위가 계속해서 위협을 받는다면, 미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아울러 달러를 위협하는 각각의 주요 통화 수단이 실제로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축통화란?

21세기 들어 ‘기축통화(reserve currency)’의 지위는 이미 공식적으로 정해진 화폐에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신뢰 할 수 있고 국제 무역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에 주어지는 자리가 됐다. 세계 기축통화의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영국의 파운드가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에 따르면,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각국 군대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달러의 지위가 지속해서 상승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은 많은 양의 금을 비축하게 됐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국가의 화폐가 세계 주요 통화가 된다는 법칙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세계 최대 제조 강국의 지위를 유지했고, 각국 기업과 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려면 미국 달러를 필수적으로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국가는 외환 시장에서 자국 화폐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화폐를 보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운드의 가치가 엔보다 하락하면 잉글랜드은행은 환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엔을 매각한다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 원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외환 정책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엄청난 양의 화폐를 비축해야 하는 고정 환율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는 갈수록 줄고 있다.

하지만 특정 화폐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이유가 단지 무역이나 환율 유지의 유용성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달러가 지니는 신뢰성 때문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금으로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한 것이 이와 같은 신뢰 구축에 일조했다. 1971년 금본위제가 철폐된 이후에도 달러가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경제 정책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달러가 절대적인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달러를 위협할 만한 실질적인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러가 여전히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달러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요인

달러의 지배력을 위협하거나 흔들 수 있는 요인은 최소 4가지가 있다. 재정 악화(국가 부채), 화폐 가치 감소(인플레이션), 정치적 불안, 그리고 미국 국채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이다.

세계 대부분의 외화는 부채의 일종인 채권 형태로 보유된다. 즉, 한 나라의 외화 보유고의 상태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의 지급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채권시장 전문가인 대럴 더피 스탠포드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의 달러 보유 규모가 미국의 “장기적인 우려 사항”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최소 수년, 또는 수십 년 후에나 걱정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위협적인 요인일 것이다. 그동안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무분별하게 달러를 찍어내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달러의 양이 많아지면 달러로 표기된 모든 자산의 가치는 그만큼 하락한다. (1960년대 프랑스 프랑이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한 이유는 프랑스 정부가 알제리 혁명에서 비롯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화폐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대체로 무시하고 있지만, 무책임한 정책이 추진될 경우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한편 아이켄그린은 낮은 인플레이션 외에도 세계 주요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국가의 경제적 지위를 꼽을 수 있다. 세계 달러 보유고가 오랫동안 지속해서 감소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한국, 중국, 브라질 등이 주요 생산 허브로 떠오르면서, 이들 국가의 화폐가 국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세기 중반보다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 수출에서 미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제 무역에서 달러가 지니는 가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의 유일무이한 경제 강국이다. 인플레이션 공포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 시장이 평탄하게 유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이유는 미국이 당장 많은 양의 부채를 발행해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미국 경제를 부양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금융 시스템의 개방성과 신뢰성도 매우 중요하다. 규칙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금융 제도와 채권 등 금융상품을 빠르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러 기관이 존재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에는 이러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잠시 무너지면서 미국 국채 시장을 뒤흔든 투매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더피는 당시 상황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급감이 아닌 은행의 지급준비율 요건 등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달러가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시장에 있는 여러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미국 국채를 찾는 이유는 빠르게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애초에 재무부가 (국채를) 팔 수 있는 가격이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과 신뢰성, 투명성도 화폐의 세계적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위안이 오랜 세월 동안 세계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적대적인 무역 정책을 옹호하고 분란을 도모하며 반민주주의적 정책을 추구하는 일부 정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부담 요인이다.

다행인 것은 달러에 대한 대부분의 위협이 아직은 점진적이거나 먼 미래에나 벌어질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에서 분석가로 있었던 야야 파누시 신미국안보센터(CNAS,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통화 문제 담당 선임연구원은 달러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단기적 리스크 요인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 달러를 뒷받침하는 여러 요인이 어느 수준으로 무너지는 순간, 세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러에 등을 돌릴 것이다. 기축통화는 그 지위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 있다. 테크 세계에서 말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효과는 화폐의 지배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달러는 연방준비제도 설립 이후 불과 10년 만인 1925년에 파운드를 대체해 세계 기축통화가 됐다.

Sabrinna Ringquist/Unsplash
Sabrinna Ringquist/Unsplash

달러가 시장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세계 기축통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캐네스 오스틴 미 재무부 경제학자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인 것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수출품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제조업계에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과 미국인이 얻는 혜택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은 세계 어디에서도 달러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미국 기업도 비교적 쉽게 해외에 대금을 청구하고 외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작은 혜택에 불과하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주는 많은 혜택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달러를 얻기 위해 다른 국가가 지불하는 대가, 즉 ‘화폐 주조세(seigniorage)’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미 조폐국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몇 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외 정부는 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얻기 위해 100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내놓는다. 미국 국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효과로 이어진다. 현재 전 세계에는 현금으로 약 5천억달러, 미국 국채로는 약 7조달러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중국 등의 해외 국가가 미국 달러로 표기된 자산을 장부에 기입하는 대가로 제공한, 미국인의 삶의 질에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품과 서비스의 규모를 나타낸다. 아이켄그린은 이를 “비대칭적 금융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서는 국제사회가 “미국인의 삶의 질을 지탱하고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보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해외 국가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 기존에 받았던 달러와 채권을 되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달러의 양은 한정돼 있다. 채권은 미국의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만 유지된다면 수십 년 동안 해외 은행에 묶여 있을 수도 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5천억달러의 현금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도 사용되지만 제3의 국가 간 거래에서도 사용된다.

즉, 미국은 그동안 7조5000억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를 폭탄 할인된 값에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해질수록 둔화할 것이고, 어쩌면 역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그동안 달러가 지배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미 봐 온 것처럼 점진적일 것이며, 그 효과도 한 번에 조금씩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은행 예금의 대량인출 사태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제2의 남북전쟁과 같은 규모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달러는 극심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 경우 여러 해외 국가는 보유하고 있는 달러 채권을 더 안전한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앞다퉈 미국에 상환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통화 통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기축통화 지위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렇게 달러가 급작스럽게 몰락한다면 그 피해는 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사건 자체가 재앙에 가깝기 때문에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는 것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1960년대 프랑스 화폐가 몰락했던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붙잡아 제국을 유지하려던 정부 지출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폭증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1940년대 나치 세력의 전면적 공습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 무질서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 아닌 이상, 달러의 상대적 중요성이 점진적으로 약해진다고 해서 엄청난 무질서나 궁핍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얻는 화폐 주조세도 분명 큰 혜택이긴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획득한 7조5천억달러는 연간 GDP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켄그린은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인을 중요도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화폐 주조세는 23번째에 그친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은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미국은 유통되고 있는 모든 채권에 대해 연간 수천억달러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해외 투자에서 얻는 수익률보다 2~3%포인트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미국이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어쩌면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했을 때 미국 경제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일 것이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미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달러의 지위 덕분에 지정학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파누시는 “현재 미국은 국가 경제 안보에 있어 굉장한 레버리지를 보유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국이 경제 제재 등을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 제재의 효과에 값을 매길 순 없지만, 미국 정부가 결코 잃고 싶지 않은 능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오성홍기. 출처=Macau Photo Agency/unsplash
중국 오성홍기. 출처=Macau Photo Agency/unsplash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세계 각국 화폐는 무역 결제와 기축통화 자리를 두고 사실상 모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결정짓는 주요 척도는 유동성과 안정성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의 경제는 말 그대로 폐허가 됐고, 재건 시도와 연관된 여러 차례의 통화 평가절하와 제국의 몰락으로 파운드와 프랑에 대한 신뢰는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유로, 엔, 위안은 모두 실질적인 기축통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위안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디지털 위안’ 개발은 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달러는 여전히 지배적인 세계 기축통화이며 무역 결제 수단이다. 많은 전문가는 달러를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대부분의 화폐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엔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부채가 일본 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추구하는 여러 정치적 우선순위가 위안을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야망의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달러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러 법정통화의 장단점에 대해 더 깊이 설명하면서 새로운 대안인 암호화폐가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도록 하겠다.

암호화폐가 세계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구체적으로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통화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는 개방성과 유동성 등 기축통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리한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과 같은 순수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나라가 독단적으로 통화정책을 관리하거나 남용할 우려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세계 법정통화가 된다는 개념은 상당히 새롭고 이질적이며 다양한 도전과제와 불확실성, 구조적 변화 등을 동반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미 주류 경제에서 생각보다 많은 인정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마크 카니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활용한 종합적 기축통화의 개념을 제시했고, 드러켄밀러는 암호화폐의 일종이 달러의 뒤를 잇는 세계 주요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겠지만,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될 가능성인 것으로 보인다.

영어기사: 정효원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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