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월드 컴퓨터라 불리는 이유
[칼럼] 김승주의 암호학&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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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고려대 교수
김승주 고려대 교수 2021년 8월10일 18:10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2세대 암호화폐라 불리는 '이더리움(Ethereum)'은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라는 젊은 개발자가 처음 고안했다. 그는 17살 때인 2011년 프로그래머인 아버지에게 처음 비트코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뒤 19세가 되던 2013년에 이더리움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백서를 발간했다. 그로부터 2년 후 2015년에 이더리움을 일반에 공개했다.

비트코인(Bitcoin)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와 달리 비탈릭 부테린은 암호화폐보다 블록체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블록체인상에 단순히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일명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가 저장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이더리움을 설계했다.

 

블록체인을 컴퓨터로 '스마트계약'

더 정확히 말하면, 이더리움은 자바(Java)처럼 EVM(Ethereum Virtual Machine)이라는 가상머신이 설치돼 있으며, EVM 위에서 프로그램 코드가 실행된다.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스마트계약 코드가 실행되고, 이 결과는 다시 블록체인에 저장⸱공유되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가 이전의 작업을 계속 이어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계산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1부터 10까지 더한다고 할 경우 '1+2+3+4+5+6+7+8+9+10'을 입력하면, 서버의 계산기 프로그램은 총합 55를 계산해 사용자 PC로 보내준다.

출처=김승주 교수
출처=김승주 교수

만일 계산 과정상의 오류 또는 서버 관리자의 의도적인 조작에 의해 오답이 발생했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계산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총합을 정확히 계산할 방법은 없을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면 간단하다.

우선 '1+2+3+4+5+6+7+8+9+10'을 계산하는 프로그램 코드를 만든 후, 이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등록한다. 이때 각각의 덧셈 연산에는 암호화폐로 보상금(일명 가스(gas))이 걸려있어서, 해당 연산을 가장 먼저 수행하는 사람이 보상금을 갖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블록체인이 갖는 투명성으로 인해 이더리움 사용자라면 누구든 볼 수 있으며, 일단 한번 공표된 보상금은 불변성으로 인해 무효화 될 수 없다. 프로그램 개발자와 이더리움 사용자 사이에 일종의 계약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만일 이더리움 사용자 중 A가 가장 먼저 1+2를 실행했다면, 보상금은 A의 전자지갑으로 보내지게 되고 중간 결괏값 3은 블록체인상에 저장⸱공유된다. 이어서 사용자 B가 가장 먼저 직전의 중간 결괏값 3에 3을 더해 6을 계산한 후 이를 블록체인에 저장했다면 두 번째 현상금은 B에게 돌아간다.

계속해서 다음번 보상금 수령자는 중간값 6에 4를 더한 결과를 가장 먼저 계산해 낸 사람이 되며, 이 과정은 최종 10이 더해질 때까지 반복된다. 이때 계산이 제대로 이루어져 올바른 중간값이 도출됐는지 여부는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만일 내 프로그램이 더 빨리 수행되기를 원한다면 더 많은 보상금을 걸면 된다.

대중에게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스마트계약을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방법을 훌륭하게 보여준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액시엄 젠(Axiom Zen)사의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게임이다.

2017년 11월에 출시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크립토키티는 디지털 고양이를 수집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펫(pet) 수집·육성 게임의 일종으로 게임 자체는 단순하다.

출처=크립토키티 웹사이트
출처=크립토키티 웹사이트

암호화폐를 이용해 각자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고양이들을 사서 수집하고, 서로 다른 종과 교배해 새로운 유전자를 지닌 종을 탄생시키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면 되고, 원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사면된다.

그러나 기존 펫 게임들과 다른 점은 스마트 계약 기술을 사용하므로 한 번 구매하고 나면 각 고양이는 게임 회사가 망하더라도 영원히 내 것이 되며 중단됨이 없이 영구히 동작한다. 또한 불법 복제나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즉 게임 아이템이 영구히 내 재산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크립토키티 출시 이후 1만달러 이상의 고양이가 100마리 이상 거래됐고, 심지어 몇몇 이용자는 10만달러 이상의 고가의 고양이를 거래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월드 컴퓨터를 향한 질주

구글과 애플이 직접 스마트폰 앱을 만들지 않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해 다른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앱을 업로드 할 수 있는 공간만을 제공하듯, 이더리움은 사람들이 개발한 스마트 계약 프로그램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이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화폐인 동시에 플랫폼', '다른 코인의 개발을 도와주는 코인', '월드 컴퓨터(the world computer)' 등으로 불리며, 혹자는 비트코인을 '황금'에, 이더리움을 '석유'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난 8월5일 '런던'으로 명명된 하드포크(hard fork)가 진행됐다. 이번 런던 하드포크는 스마트계약 보상금인 '가스비' 최적화에 역점을 뒀다. 이는 최근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등이 화제가 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가 급성장했고, 가스비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스비 지불 경쟁은 결국 사용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이더리움에서는 이번 런던 하드포크를 통해 표준 가스비를 만들어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거래가 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가 일반 대중에게 친숙해진 것은 꽤 오래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혁신적 플랫폼을 통해 몇몇 대형 통신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듯, 암호화폐계의 앱 스토어라 할 수 있는 이더리움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승주 교수는 2011년부터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올해부터는 새롭게 사이버국방학과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교수 재직 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암호기술팀장과 IT보안평가팀장으로 근무한 암호 보안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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