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

‘0.5%’ 역대 최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1년3개월만이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유행에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1805조9천억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와 자산 가격 급등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의 최우선 과제로 ‘금융 안정’을 꼽았다.

한은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실물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이날 결정의 근거가 됐다. 감염병 장기화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학습 효과와 백신 접종 확대, 온라인 소비 확산 등으로 1~3차 유행보다 성장 경로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액은 14조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하면서 내수 회복세가 이어졌다.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효과까지 합해지면 코로나19에도 견조한 회복세가 이어져 연 4%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은의 금리 인상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인들의 물가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연속 2%대를 상회하고 있다. 일시적 공급 문제에서 발생하는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사라지겠지만, 수요 측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상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움직임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이 ‘금융 불균형’과 ‘코로나19 불확실’ 사이에서 자산 시장 거품 대응을 우선 과제로 선택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아직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한은은 정부에 재정·금융 정책의 집중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주체들의 가계부채 부담도 커진다. 올해 6월 말 예금은행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7%로, 비은행 비중도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0.25%포인트 인상으로 가계대출(1705조원)의 이자 부담은 약 3조1천억원 증가할 수 있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움직임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역대 최저 금리에서 소폭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 금리의 절대적 수준은 0.75%로 코로나19 이전(1.25%)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한 번의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및 자산 시장에 주는 효과는 기대보다 약할 수 있다. 시장은 앞으로 한은이 어떤 속도로 금리를 추가 인상해 나갈지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이 얼마나 누적될지가 관건이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 수준이 워낙 낮아 향후 한 두번 올려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은이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은 약 11조8천억원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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