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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지금부터 더러운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기 대문이다. 은유적인 더러움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냄새 나고 더러운, 예술과 썩음과 방귀와 똥에 관한 이야기다.

이불의 설치작업 '장엄한 광채'는 전시될 때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다. 2018년 런던 전시 때는 생선 냄새를 막으려고 채워넣은 가스 때문에 가벼운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출처=모리 미술관
이불의 설치작업 '장엄한 광채'는 전시될 때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다. 2018년 런던 전시 때는 생선 냄새를 막으려고 채워넣은 가스 때문에 가벼운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출처=모리 미술관

2021년 3월, 미국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Alex Ramírez-Mallis)는 흥미로운 NFT 작품을 경매에 부쳤다. 자신과 친구들의 방귀 소리를 1년 동안 녹음한 음원 파일이었다. 비싼 값에 팔리는 NFT 아트를 비꼴 의도였다지만, 뜻밖에도 현대 예술의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작가 이불이 1997년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 때의 일이다. 생선을 장신구로 꾸며 미술관에 설치하고 썩도록 내버려두었다. 제목은 '장엄한 광채(Majestic Splendor)'. 생선 썩는 냄새가 미술관 밖까지 흘러나갔고 전시는 중단되었다. 

피에로 만초니의 주장에 따르면 이 깡통 안에는 '예술가(만초니 자신이다)의 똥'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그 주장을 의심한다. 이 역시 예술계의 논란거리다. 출처=위키아트.
피에로 만초니의 주장에 따르면 이 깡통 안에는 '예술가(만초니 자신이다)의 똥'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그 주장을 의심한다. 이 역시 예술계의 논란거리다. 출처=위키아트.

냄새는 안 날지 몰라도 더럽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작품이 있다. 이탈리아 미술가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는 1961년에 '예술가의 똥(Artist's Shit)'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같은 무게 황금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안에 든 것은 정말 예술가의 오십년 숙성한 똥일까? 

마크 퀸은 자신의 피를 뽑아 잘 모았다가 5년에 한번씩 자신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냉동시킨다. 사진은 1991년의 작품. 출처=marcquinn.com
마크 퀸은 자신의 피를 뽑아 잘 모았다가 5년에 한번씩 자신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냉동시킨다. 사진은 1991년의 작품. 출처=marcquinn.com

영국의 미술가 마크 퀸(Marc Quinn)은 '셀프(Self)' 연작으로 유명하다(시작은 1991).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피를 뽑아 두었다가 얼려서 자기 머리 모양으로 떠낸 작품이다. 만드는 방법은 냉장고에 얼려 먹는 얼음과자와 같달까.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퀸은 1998년에 '똥 머리 행진 1997(Shit Head March 1997)'이라는 조소 작품도 만들었다. 재료가 무엇일까? 굳이 적지 않더라도 제목을 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듯 싶다.

2021년 4월에 테크42의 석대건 기자는 자신의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 NFT 음원 파일로 발행했다. 예술가가 되려 했다기보다 NFT 발행 체험 기사를 쓰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본 작업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굳이 예술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터. 

그리고 이런 예술 작품을 만드는데 NFT보다 도움이 될 매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by 김태권, https://digitally.your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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