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문 광장의 자금성. 출처=Nick Fewings/Unsplash
중국 천안문 광장의 자금성. 출처=Nick Fewings/Unsplash

시종일관 암호화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온 중국 정부가 최근 모든 암호화폐 사업과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이번 규제조치는 이전 조치에 비해 사업자에 대한 규제 구속력과 규제 범위가 한층 강화됐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24일(중국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가 야기하는 위험에 대한 제재와 처벌에 관한 통지” 고시를 통해 역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사업이 불법적인 금융활동이라고 규정했다. 

고시에 따르면 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은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간 거래, 암호화폐 간 거래를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해외와 국내 상관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근무하는 개인을 포함해 암호화폐 거래에 연관된 중국 내 거주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는 기소대상이 될 수 있다. 근무자에는 기술지원, 마케팅, 결제 관련 업무 종사자도 포함됐다. 

 

규제기관에 사법기관 포함…”구속력 커졌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이목을 이끄는 부분은 참여기관 수와 구성이다. 중국의 이전 채굴금지 조치에는 7개 기관이 참여했지만 이번 금지조치에는 PBoC를 포함해 최고인민법원(SPC), 최고인민검찰(SPP), 공안국(PSB), 국가인터넷정보단속국(CAC), 국가시장감독총국,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10개 기관이 참여했다. SPC, SPP, PSB는 중국 주요 사법기관이다. 

영미권에서 잘 알려진 중국 정치경제 뉴스레터 시노시즘(Sinocism)의 저자인 빌 비숍(Bill Bishop)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금지령은 여러 기관이 협업한 결과물임을 분명히 한다"면서 “특히 법 집행기관이 참여하면서 이제 중국에서의 암호화폐 거래가 ‘금융범죄’의 성격도 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법률서비스실천법에 따르면 CAC는 ‘온라인뉴스 보도 관련 사업의 관리·조정·감독 및 행정승인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CAC는 2017년 실시한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조치에 참여한 기관이기도 하다. 비숍은 "CAC는 해외 암호화폐 플랫폼을 광고하거나 접속을 지원하는 모든 사이트와 서비스를 추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첼 린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파생상품 플랫폼 신퓨처(SynFutures) 창업자도 "이번 조치에 참여한 기관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 집행기관의 개입으로 인해 이번 단속의 성격이 훨씬 더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규제범위에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 언급…"개념 모호해 확대해석 소지 있어"

이번 조치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는 규제범위다. 규제대상을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법인 및 개인으로 규정한데 이어 기준을 '공공질서와 미풍양속 위반'이라는 넓은 범위로 확장한 것이다.

고시에는 “모든 법인, 비법인 조직 및 자연인이 암호화폐 및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행위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로 이와 관련한 민사법률 행위는 모두 무효며 이로 인한 손실은 스스로 부담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국 암호화폐 벤처캐피탈(VC) 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이에 대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거래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구제책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에 대한 정의가 다소 모호해 향후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치는 불법 자금조달방지 및 처리에 관한 규정과 선물거래관리에 관한 규정 등 9개 법률과 규칙을 인용하고 있다. 비숍은 "이것은 확실히 이전의 채굴금지 조치보다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하다"면서 "고시가 인용하는 법령을 봤을 때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불법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일부 의견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전의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중국은 이미 2013년부터 금융기관이 비트코인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게다가 이번 조치가 시민의 ‘암호화폐 소유 및 거래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고, 곧 암호화폐 소유에 대한 명확한 금지도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는 코인데스크에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북미, 일본, 한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정책을 더 명확하게 내놓을 경우 중국도 천천히 암호화폐에 대한 법과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는 이번 조치에 대한 멘트를 거부했고, 오케이이엑스(OKEx)는 "아직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중국 정부의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면서 20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오전 4시 20분 코인마켓캡 데이터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5.5% 떨어진 4만2289달러(약 4981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ETH), 바이낸스코인(BNB) 등 주요 암호화폐도 7% 가량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영어기사: 김세진 번역, 편집

 

Omkar Godbole 객원기자. 2018년 말부터 블록체인∙암호화폐 금융(CeFi, DeFi) 시장과 연을 맺고 있습니다. 돈(Money)이 디지털로 변하는 과정을 글로 논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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