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출처=코인데스크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출처=코인데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도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미국 달러의 장기적 가치 유지와 최대 고용 달성이라는 양대 책무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서도 경기 회복과 부양의 원동력이 되었던 역사적인 자산 매입 계획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발표했다.

11월부터 연준은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씩 줄여, 2022년 중순경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계획을 종료할 계획이다.

다만 연준은 정상 참작이 가능한 상황에 따라 이번 '테이퍼링'을 중지하거나 가속할 재량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연준은 또한 채권 매입을 진행하는 동안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실험적인 것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채권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양적완화'라고도 알려진 연준의 채권 매입 계획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2배 이상 증가시켰으며(현재 8.6조달러 이상으로 평가됨), 노동시장, 자산 가격 및 달러 가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왔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과거 30년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소비자 물가는 연준의 2%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총 4.4%의 증가세를 보였다. 노동시장에서 긴축과 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여러 가지 상반된 지표들이 있다.

퇴직률, 일자리 수, 급여, 복지 등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노동시장의 긴축을 시사함). 그러나 2020년 2월 대비 현재 근로자는 500만명이 줄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인플레이션 간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파월 의장은 말했다. “한마디로 아주 복잡한 상황이다."

연준의 말 한마디에 시장의 흐름이 얼마나 좌지우지되는가를 고려할 때, 파월 의장의 일관적인 메시지는 높이 살 만하다. 파월 의장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이야말로 그 자신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는 것이다. 비록 연준이 테이퍼링 발표로 양적완화의 끝을 알렸지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S&P 50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100과 러셀 2000은 모두 사상 최고가로 장을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를 "활황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정책적 변화에 대해 시장에 선제적으로 경고를 보내왔다. 파월 의장의 연준 동료들은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물론 이 역시도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이 입장을 바꾼 것은 단지 정도의 문제였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라거나 코로나19로 야기된 특수한 병목 문제라고 하기보다, 파월 의장은 완화 요인이 일시적이며 현재의 공급 제약이 영원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공급망 정체, 초전도체 부족, 미국 소비자들의 강력한 구매 수요는 모두 파월 의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문제들이다. 현재의 코로나19와 록다운, 시장 심리와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 시점과 정도를 결정하는 파월 의장도 단순히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파월 의장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지만, 이는 어떤 한 사람에게 엄청난 권한을 주었을 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문제다.

출처=Executium/Unsplash
출처=Executium/Unsplash

동전의 양면

대체 통화 수단으로 떠오른 비트코인은 이러한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

2008년 불황의 늪에서 시작된 원대한 실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비트코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책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굳혀졌다.

달러가 약세(soft)일 때 비트코인은 강세(hard)다. 이유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에 빗대서) 달러가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역시 글로벌 경제에 완전히 통합되었으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도 연준이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 수 개월 간 지속된 양적완화 기조에서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이점을 누렸다. 스마트머니(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 등)는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연준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 파월 의장은 가격 상승의 위험보다 완전 고용을 선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시장의 회복이 급선무이므로,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파월 의장은 밝혔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물가 안정과 동떨어진 수준이다.”

연준이 과열된 경기 진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의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샴은 나에게 개인 메시지로 이렇게 전했다.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헤지 수단이라는 전제하에 충분히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편 연준이 이미 인플레이션 상승을 너무 방치했으며 이를 통제할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파월 의장이 자신의 말처럼 금리 인상 이전에 채권 매수를 종료한다면, 연준은 적어도 2022년 2분기 전까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이나, 심지어 하이퍼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만으로도 비트코인으로 돈이 쏠릴 수 있다.

가상자산 헤지펀드 비트불 캐피탈(BitBull Capital)의 CEO인 조 디파스퀄은 어제 코인데스크US에 이렇게 말했다.

“반면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완화는 연준의 채권 매입 축소 노력과 관계없이 사상 최대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비트코인의 수요와 가격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앞으로도 그러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일시적인 것

또 주목해야 할 점은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가 2022년 2월로 종료될 예정이며(다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종료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자산 매입 종료 절차를 개시했으나, 다수는 여전히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관리할지(심지어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의 권한은 지속될 수 있을까? 과연 미국이 채권을 매입하지 않는 세상에서 비트코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또 하나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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