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뒷말이 많던 아로와나토큰(ARW)이 빗썸 윗선의 지시로 급하게 상장됐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충분한 상장 검토를 거치지 않은 '찍어내리기식 상장'이었다는 주장이다.

아로와나토큰의 상장 과정을 잘 아는 빗썸 내부 고발자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A 전략기획실장이 상장 당일 오전 상장팀에 아로와나토큰을 바로 상장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빗썸은 지난 4월20일 아로와나토큰을 상장했다.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아로와나토큰은 지시가 내려온 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원화(KRW) 마켓과 비트코인(BTC) 마켓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입금 주소는 당일 오전 11시30분 생성됐다.

출처=아로와나테크 웹사이트 캡처
출처=아로와나테크 웹사이트 캡처

아로와나토큰(ARW)은?

아로와나토큰은 디지털 금 플랫폼인 아로와나에서 사용가능한 가상자산으로, 투자자들에게 '한컴토큰'으로 알려졌다. 한컴그룹 계열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한컴위드가 싱가포르 법인(한컴 싱가포르)을 통해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아로와나테크)에 지분 투자했다고 밝혀서다.

아로와나토큰은 국내 거래소 중 빗썸에 지난 4월20일 최초로 상장됐다. 이날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전일 종가 대비 4.38%, 이더리움은 3.12% 하락했다. 하지만 아로와나토큰은 종가 기준 시초가 대비 5만% 넘게 올랐다.

상장 당일 가상자산(코인) 가격이 수백% 상승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음에도 아로와나토큰은 시세조종 논란을 겪었다. 거래를 시작한 지 30분만에 가격이 10만%나 폭등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20일 빗썸에 상장됐다. 상장 30분만에 가격이 10만% 폭등했다. 출처=빗썸 웹사이트 캡처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20일 빗썸에 상장됐다. 상장 30분만에 가격이 10만% 폭등했다. 출처=빗썸 웹사이트 캡처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현재 아로와나토큰은 전 세계 거래소 중 유일하게 빗썸에서만 거래되고 있다.

지난 달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의 실 소유주였고, 아로와나토큰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 다음날 빗썸은 아로와나토큰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가, 한 달 후 해제했다. 

톱다운식 상장 절차?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그간 빗썸이 상장 후보군으로 점찍은 코인이 실제로 상장되기까지는 적어도 일주일은 소요됐다. 상장팀 실무자들끼리의 협의를 거친 후 외부 전문가 검토를 받고, 최종적으로 빗썸 상장심의위원회가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게 절차다.

하지만 아로와나토큰 상장은 빗썸 고위 임원이 상장 후보군 중 아로와나토큰을 콕 집어 지시를 내리고, 실무진이 이에 맞춰 상장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그는 "상장 당일 오전 윗선의 지시로 아로와나가 급하게 상장되는 바람에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며 "또한 상장 직후 급격히 펌핑(인위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나서 운영팀과 상장팀끼리도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빗썸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도 "상장팀 실무진 사이에 '아무리 프로젝트를 심사해봤자 결국 위에서 찍어주는 것을 상장시켜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에 대해 빗썸은 아로와나토큰 상장 심사에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빗썸 홍보팀 관계자는 "19일 신규 상장 사전 이벤트를 진행한 만큼, 당일 상장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난해 12월 아로와나 재단으로부터 최초 상장 신청을 수신한 이후 3개월에 걸쳐 정규 상장 검토를 밟은 후 상장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출처=아로와나 웹사이트 캡처
출처=아로와나 웹사이트 캡처

빗썸 안팎서 "부실한 상장심사"

빗썸이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한 상장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상장 지원서 접수
2. 내·외부 상장 검토
3. 재단 커뮤니케이션 진행
4. 빗썸 상장·마케팅 계약 체결
5. 프로젝트 상장

그러나 공지된 절차와 달리 실제 상장심사는 빈약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심사 실무진의 역할이 상장 후보군을 물색하는 정도에 그치는 데다가, 그마저도 인터넷에 나온 정보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빗썸에서 상장폐지된 드래곤베인 재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별의 강민주 변호사는 "상장 검토 단계에서도 빗썸이 현장 실사뿐 아니라 비대면으로 미팅한 적도 없다"며 "빗썸 상장팀과 오직 메일로만 프로젝트를 소개할 사진과 계약서 등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빗썸 내부 고발자도 "상장을 앞둔 프로젝트에 대한 현장 실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며, 빗썸 웹사이트 내 상장 절차에 기재된 외부 전문가는 빗썸코리아의 계열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빗썸 홍보팀은 "빗썸은 아로와나를 포함한 모든 가상자산 상장 시 투명하고 엄격한 상장심사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며 "상장 절차에 문제가 있을 경우 내부적으로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존재한다"고 했다.

한편 빗썸은 지난 19일 금융당국 영업 신고를 통과했다. 허백영 빗썸 대표는 "엄격한 상장 절차를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가상자산을 소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수정 (2021년 11월27일 14:12)

보도 후 빗썸이 아로와나토큰 상장 절차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혀 추가했습니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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