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나는 전통적인 범주의 경제라는 분야를 적지 않은 시간동안 취재하고 기사를 써 왔지만 가상자산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새로 만나게 된 가상자산이란 세계는 일단 혼란스러웠다. 24시간 쉬지 않고 계속되는 거래와 쏟아지는 정보가 거추장스럽기도 했지만 가장 큰 혼란은 구조와 질서를 파악하는데서 왔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현상,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중앙집권을 거부하면서 생긴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낸 이 세계는 서로를 신뢰하지만 또한 신뢰하지 않는 양가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 최초로 만난 혼란의 포인트. 

거래대금이 코스피 시장을 넘어서기도 할 정도로 투자자가 많아졌지만 관련 법조차 없다는, 무법지대란 점이 그 다음이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은 업권법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사업자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을 가리지만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를 해준다거나 가상자산업 육성이나 진흥에 관여하는 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으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물리기로 돼 있다. 세금을 낸다는 건 우리가 정부로부터 무언가 재화나 서비스로 보상을 받는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인데 세금만 일단 걷는다?

그리고 가상자산의 '자산성'은 인정하지 않겠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책임으로부터 어떻게든 멀어져 있으려는 듯한 정부 당국의 의지였다. 금융위가 국회에 낸 가상자산법 초안은 있지만 그 조차 민간 협회에 많은 걸 떠넘기겠다는 내용일 뿐더러, 미루고 미뤄 정부안이 확정되지 못했기에 결국 연내 법 제정은 어렵게 됐다. 무법의 지대로 얼마간 더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구멍난 곳엔 포퓰리즘이 꼬인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과세 유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증세가 표심을 사로잡을리 없으니 사실상 감세인 과세 유예를 외치는게 당연한 일이고, 흥미롭지도 않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나 거래 시스템 제도화, 시장 감시 등의 역할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에 대한 얘기는 뒤로 밀려나 있다. 청년들의 새로운 투자 기회나 자산 형성 기회를 갖게 해주겠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인 틀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진 않고 있다. 

포퓰리즘은 세상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며 그 힘도 세다. 사람들은 종종 세상의 모든 것을 이윤이 있고 없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이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곤 하기 때문이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발언을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다. 겐슬러 SEC 위원장 역시 가상자산 시장을 가리켜 무법지대(wild west)라 했다.

그러나 다른 점은 투자자 보호책 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데 있다(다른 기관에 비해 규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만약 그게 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은 스스로 갖고 있는 잠재력에 도달할 수 없을 거라고 분명히 말했다.

"기술은(기술만으로는) 공공 정책의 틀 밖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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