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솔라나
출처=솔라나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솔라나(Solana)는 2020년 3월에 메인넷이 출시됐지만, 그 기원은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솔라나의 창시자 아나톨리 야코벤코(Anatoly Yakovenko)와 퀄컴(Qualcomm) 시절 동료였던 그레그 피츠제럴드(Greg Fitzgerald)는 2017년 백서를 발행하고, 2018년 2월 최초의 내부 테스트넷을 발표했다.

2019년 3월 메인넷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솔라나의 정식 메인넷이 출시했다. 메인넷 출시 이후 지금까지 솔라나는 5천만개 이상의 블록을 생성했다. 현재 솔라나 생태계에는 세럼(Serum), 체인링크(Chainlink), 테라(Terra), 오디우스(Audius), USDC(US달러코인), USDT(테더) 등의 프로젝트가 합류했다.

솔라나의 빠른 처리 속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은 8가지다. 

1) 노드 간 공통의 시계 역할을 하는 '역사증명(PoH : Proof of History)'

2) PoH를 이용해 기존 비잔틴 장애 허용(PBFT)를 최적화한 '타워(Tower) BFT'

3) P2P(peer-to-peer) 파일 전송 프로토콜의 대명사인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응용해 만든 고속 블록 전파 프로토콜 '터빈(Turbine)'

4) 멤풀(Mempool)이 필요 없는 트랜잭션 전달 프로토콜 '걸프스트림(Gulf Stream)'

5) 수만개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s)을 병렬로 처리하는 '해수면(Sealevel)'

6) 빠른 트랜잭션 검증을 위한 '파이프라이닝(Pipelining)'

7) RAM이 아닌 SSD를 활용해 글로벌 상태를 저장하는 '클라우드브레이크(Cloudbreak)'

8) 대용량 분산원장 저장소 '아카이버(Archivers)'

PoH 알고리듬 처리 구조. 출처=솔라나
PoH 알고리듬 처리 구조. 출처=솔라나

이중 솔라나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PoH이다.

퀄컴에서 시스템 최적화에 대부분 시간을 보낸 아나톨리 야코벤코는 통신에서 배운 교훈을 가져와 블록체인 기술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는 분산 시스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정확한 시간에 대한 구성원 간의 합의이며, 이는 블록체인과 같은 적대적인 시스템에서 훨씬 더 어렵고,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기존 블록체인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PoH이다.

서류함에 차곡차곡 쌓인 문서들을 상상해 보자. 각각의 문서가 도착한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맨 아래에 있는 문서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위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최근에 배달된 문서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물론 문서를 도착한 순서대로 쌓아 놓지 않고 중간에 끼워 넣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모든 문서는 자기가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배달된 문서의 내용을 요약해 본인 표지의 정해진 영역에 적어 놓도록 한다. 이 개념을 일방향 해시함수(one-way hash function)라는 암호 기술로 구현해 낸 것이 바로 PoH이다.

사실 PoH의 개념을 솔로나가 처음 제안한 것은 아니다. 1990년 당시 벨코어(Bellcore) 연구소에서 일하던 과학자 스튜어트 하버(Stuart Haber)와 스콧 스토네타(Scott Stornetta)는 '디지털 문서에 대한 타임스탬프 기록 방법(How to Timestamp a Digital Document)'이란 논문을 통해 중앙의 신뢰 기관 없이도 해시함수를 이용해 주어진 문서가 특정 시간 순서대로 존재했음을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다.

이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핵심이 됐으며, 솔라나에서 PoH란 이름으로 기존 PBFT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됐다.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속도 전쟁이 한창이다. 디파이(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의 킬러 앱과 사용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속도 저하는 필연적이며, 이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블록체인 전쟁(The new public chain war)'이라고도 불리는 이 싸움에서 우리 기업들의 승전보를 기대한다.

김승주 교수는 2011년부터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올해부터는 새롭게 사이버국방학과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교수 재직 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암호기술팀장과 IT보안평가팀장으로 근무한 암호 보안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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