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출처=코인데스크US
출처=코인데스크US

지난주 비트코인 해시레이트가 급감했던 배경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였다.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는 가운데 토카예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통신사들에게 인터넷 폐쇄 명령을 내렸고, 그에 따라 카자흐스탄 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가동이 불가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가? 별로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채굴 단속 이후 전 세계적으로 채굴의 다각화가 이뤄져 여러 방면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회복력은 한층 더 증대됐다. 최근 비트코인 실적이 이 뛰어난 적응력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채굴경제 전체가 독재자 한 사람의 행동으로부터 중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있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채굴 단속 이후로 채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저렴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을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해 이를 채굴에 이용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관련하여 일부 정책 입안자들이 가진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청문회 일정을 잡고 있는 미국 의회는 이 같은 교훈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반응(예를 들어 채굴업체들의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 등)은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채굴업체들이 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는 카자흐스탄 같은 국가들로 이전하도록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 의회가 지금 이 기회(가상자산 사업을 운영할 국가로서 독재국가들이 가진 매력이 떨어진 현 시점)를 잘 붙잡는다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고, 또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응당 누려야 할 민주적 자유도 증진할 수 있는 건설적인 정책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해시레이트 대이동은 얼마나 대단한가?

마이닝풀스태츠(MiningPoolStats)에 따르면 최대 규모 채굴풀들(비트코인 전체 해시레이트를 대표할 수 있는 합리적 척도임)의 해시력이 지난 5일 12.7%나 줄어들었다.

물론 다른 요인들 때문에 하락폭이 커진 측면도 있었다. 먼저 이번 사태는 올들어 네트워크 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직후 일어났다. 둘째,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과 관련한 뉴스가 전해지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 그로 인해 일부 채굴업체에서 효율성이 낮아 손실을 유발하는 채굴기들의 가동을 멈췄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낙폭이 상당하기는 했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 지난해 11월24일 바이낸스(Binance) 채굴풀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해시레이트가 급락했던 사건처럼 이례적으로 일어나는 여느 일시적 문제들과는 달리,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원인은 정치적인 사건이었다.

출처=마이닝풀스태츠
출처=마이닝풀스태츠

또 이번 사태는 긍정적인 이야기의 부정적인 면모가 명백히 드러난 최초의 사건이었다. 여기서 긍정적 이야기란 지난 5~6월 중 있었던 중국 정부의 채굴단속 이후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회복되는 데까지는 단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적 다양성이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중국 당국이 초당 90테라해시(TH/S)에 이르는 해시력(당시 비트코인 글로벌 용량의 절반에 해당함)을 앗아간 이후 채굴업체들은 다양한 정치 시스템을 가진,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경제국가부터 석탄에 의존하는 경제국까지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국가들로 이전하게 됐다.

케임브리지 대체 금융센터(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비트코인 세계 1위 채굴국은 글로벌 총 용량의 35%를 차지한 미국이었으며, 카자흐스탄은 18.1%로 2위에 올랐다.

카자흐스탄의 독재자 한 사람이 네트워크 해시력을 그렇게나 많이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해서 ‘높은 탈중앙화 수준과 다양성을 가진 지역적 분산이 더 안전하다’는 명제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는 이번 카자흐스탄 해시레이트 급감은 전체 네트워크의 50%를 폐쇄한 중국의영구적 조치만큼 치명적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을 ‘인간의 자율적인 가치 저장과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막아설 수 없는 독립적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가상자산 이상주의자들이 자주 간과하는 몇몇 현실들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하나는 민족국가는 중요하며, 그 국가 지도자들이 비트코인에 영향을 미칠 법규를 수립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의 움직임에 열광한 비트코인 지지자들처럼 부정적 측면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이 인터넷 연결 여부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 잔고 관리에 사용되는 개인키와 공개키는 오프라인으로 보관할 수 있으며, 인터넷 연결이 끊기더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가할 경우 해당 지역의 이용자들은 송금을 할 수 없고, 채굴업체들은 거래 건들이 담긴 블록을 생성하거나 검증하는 데 참여할 수가 없다.

이걸 비트코인의 치명적 결함이라 본다면 어리석은 시각일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생태계는 놀라운 적응력을 증명했다. 중국의 채굴장 폐쇄 조치 이후 채굴업체들은 새로운 영역에 개방된 자세를 보여줬다.

지리적 장소뿐만 아니라, 이전엔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채굴채산성을 높인 빠르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받아들이는데 열린 자세를 보인 것이다(나는 여기서 지난 한 해 동안 채굴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를 다룬닉 카터 코인데스크US 기자의 칼럼을 읽어보길 다시 한번 권한다).

 

미 의회가 주목해야 할 점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산하 감독조사 분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해당 위원회는 비트코인 채굴의 환경적 영향에 관한 청문회를 조만간 열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 채굴 활동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기존에 폐쇄했던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을 상대로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는우려가 있는 상황이다(나는 이 같은 우려가 꽤나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는 전기가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전력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반사적 반응으로서 중국처럼 채굴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된다면 채굴업계를 국외로 내몰아 화석연료를 더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같은 국가들로 옮기게 만들 것이다.

지금 채굴업체들은 이번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위기가 막대한 차질을 초래한 것이 카자흐스탄 정부가 저렴한 전력 공급을 위해 현지 석탄업계에 제공하는 보조금 혜택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들에게 그런 정치적 위기를 묵과할 이유를 주려 하는가?

정책입안자들은 다음 세 가지 현실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첫째, 기후 변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비트코인 역시 없어지지 않는다. 셋째, 지역과 관계없이 운영 가능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적응력은 매우 높으며, 어떻게든 가장 비용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 나설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어떻게 결합하면 좋을까? 채굴업체들에게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유인책을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수익으로 사회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개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거다.

이 방식대로라면 이산화탄소 순 배출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적 산업들을 지원하는 투자금을 토카예프 대통령 같은 독재자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해 그들이 자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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