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의 '빅 브라더' 우려...한은 "영지식 증명 등이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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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함지현 2022년 1월24일 18:11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 '빅브라더' 우려에 대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등을 이용해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은 24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현황' 보고서를 발간해 이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는 국가별 CBDC 도입 현황과 익명성, 법적 도입 방식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 현황을 다뤘다.

 

영지식 증명

CBDC의 주요 현안 중 하나가 익명성인데 영지식 증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현금과 달리 CBDC를 사용하면 중앙은행의 장부에 개인의 거래 내역이 기록된다. 정부는 개인이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결제했는지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빅 브라더' 현상이라 부른다.

영지식 증명은 특정 기밀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기밀 정보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은행과 바하마 중앙은행은 CBDC에 익명성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개인 정보보호보다는 불법행위 규제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디지털 화폐에 익명성이 보장될 경우 불법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공익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거래 정보를 열람하고, 디지털 위안화 운영기관으로부터 거래 데이터를 받아 불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 바하마 중앙은행은 모든 거래 내역을 추적해 의심 거래 발생 때 전자지갑 사용을 중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체로 개인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화 발행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룰 전망이다.

ECB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유로존 19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민들은 '지급결제 개인정보'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았다.  

 

'익명성 바우처' 제도

ECB와 유럽연합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모인 유럽중앙은행제도(ESB)는 익명성 문제 해결책으로 '익명성 바우처' 제도를 소개했다.

익명성 바우처란, CBDC 이용자가 규제·감독 기구가 제공한 바우처를 익명성이 보장되길 원하는 거래에서 사용하게 하는 제도다. 부분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한다.  

영국은행은 2021년 재계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기술 포럼에서 익명성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한은도 지난해 연말까지 CBDC 익명성 제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보고서에서 "무기명 선불카드처럼 일정 금액이나 용도를 제한한 오프라인 CBDC를 제공하거나, 영지식증명 등 최신 IT 기술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CBDC 도입이 오히려 사회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IS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달리 중앙은행은 개인 정보를 이윤 추구에 활용할 동기가 없고 (CBDC 거래 내역 외) 개인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CBDC가 공공 차원의 대안적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등장하면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정보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원장과 분산원장 비교 표. 출처=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단일원장과 분산원장 비교 표. 출처=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올해 1월 기준 18개 이상의 국가들이 CBDC를 연구하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바하마, 동카리브국가기구, 나이지리아 3곳이 실제로 CBDC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 중 바하마는 2020년 10월부터 CBDC를 발행했고, 동카리브국가기구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2021년 3월, 2021년 10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중국,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3국은 시범 운영 단계다. 한국과 유럽연합, 일본, 스웨덴, 러시아, 터키 등은 모의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태국은 개념검증(PoC)을 포함한 기초 연구 단계를 밟고 있다.  

CBDC를 공식 도입한 국가들은 중앙은행법을 개정해 CBDC에 법정통화로서의 지위를 부여했다.

나이지리아는 법률 제·개정 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관련 지침을 제정했다. 

 

한은 "CBDC는 국민적 합의 바탕 입법 바람직"

한은 금융결제국은 "CBDC는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새로운 통화 제도이므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입법을 통해 법적 기반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또 "CBDC가 법화로서, 전자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등 민간 지급수단과 구분되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선 CBDC를 법화로 명문화하는 것이 대체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주요국들이 CBDC 도입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분산원장이나 단일원장 중 어떤 것을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일원장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분산원장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이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분산원장이라고 해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비허가형 분산원장은 CBDC에 채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분산원장은 허가된 기관만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 분산원장만을 의미한다.

BIS의 2021년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분산원장과 단일원장 방식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은 2020년 8월 설문조사 때보다 늘어났다.

중국은 대표적으로 단일원장과 분산원장을 결합한 방식을 채택했다. ECB도 혼합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바하마, 나이지리아는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CBDC를 발행했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선 분산원장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럼에도 분산원장 기술이 초기 단계 기술로서 확장성, 효율성, 상호운용성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견해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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