얏 시우 "엑시인피니티 넘을 블록체인 '대작 게임' 나와야"
2022년 신년 인터뷰⑨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드 공동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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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2년 2월2일 08:30

애니모카브랜드는 아시아의 여느 벤처캐피털보다 일찍 블록체인 기술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한 게임과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봤다. 애니모카브랜드가 2022년 1월 현재까지 투자한 블록체인·NFT 기업만 150곳이 넘는다. 

NFT 게임의 시초격인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대퍼랩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필리핀에서 플레이투언(P2E) 열풍을 불러일으킨 엑시인피니티 개발사 스카이마비스 등이 모두 애니모카브랜드의 포트폴리오다. 더샌드박스 개발사 픽스올은 2019년 애니모카브랜드에 인수됐다. 

애니모카브랜드는 2017년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 기업에 투자해 왔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애니모카브랜드는 2017년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 기업에 투자해 왔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얏 시우(Yat Siu) 애니모카브랜드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달 11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2022년에는 블록체인 게임 중에서도 '대작 게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된 가상세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P2E 게임이 주목받았지만, 대중화까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미에서다. 

아래는 얏 시우 회장과의 일문일답.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드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이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드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이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애니모카브랜드는 NFT 게임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보고 투자해 왔다. 

=초창기 NFT에 대한 신념은 사업적 계획에 의한 게 아니었다. 애니모카브랜드가 크립토키티의 중국 내 독점 배포권을 획득한 2018년 1월만 해도 NFT는 하나의 산업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원래 대부분의 초창기 사업 아이디어는 욕구와 필요에서 나오지, 사업적인 계획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니모카브랜드에겐 사람들이 분명 디지털 소유권을 필요로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만 해도 10대 시절인 1980년대부터 텍스트 게임 내에서 몇 주 걸려 획득한 검 아이템을 다른 사람과 거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런데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NFT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디지털 세계의 재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NFT에 미래가 있다는 신념이 지난해를 지나며 어떻게 변했나?

=애니모카브랜드는 2018년부터 '콘텐츠가 플랫폼'이라고 주장해 왔다. 콘텐츠가 플랫폼이 된다는 건, 사람들이 개별 콘텐츠 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구축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애니모카브랜드는 2018년부터 '콘텐츠가 플랫폼'이라고 주장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과 NFT가 보장하는 디지털 소유권은 콘텐츠 하나하나가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중요한 근간이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애니모카브랜드는 2018년부터 '콘텐츠가 플랫폼'이라고 주장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과 NFT가 보장하는 디지털 소유권은 콘텐츠 하나하나가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중요한 근간이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한 게임에서 쓰이는 검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도 쓸 수 있고, 그 선택을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아이템 소유자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런 신념은 2021년을 지나며 변했다기보다 진화했다. 특히 데이터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NFT가 보장하는 디지털 소유권이 왜 중요한가? 

=디지털 소유권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로부터 나온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기업은 모두 데이터에 기반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갖고 있는 덕분에 시가총액 상위 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강요 없이, 대가도 받지 않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 그런데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는 순간 페이스북은 이를 다른 수많은 이용자의 사진과 결합한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라면 집 뒷마당에서 유전을 발견한 거나 다름 없는 일이다.

오프라인에선 다른 사람들이 내 소유 토지에서 나오는 석유를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에선 사람들이 이 석유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공짜로 IT 기업들에 제공한다. 아직 이용자들이 스스로에게 무엇이 유리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메타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진정한 디지털 소유권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알아차리는 순간, 다시는 전과 같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될 거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에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한다. 출처=LoboStudioHamburg/Pixabay
이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에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한다. 출처=LoboStudioHamburg/Pixabay

-변화를 앞당기려면 어떤 촉매가 더 필요할까?

=더 많은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블록체인 플랫폼 간, 서비스 간 상호운용성이 높아져야 한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자동차도 하나의 플랫폼이다. 자동차는 수천개의 연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수리공도, 우버 운전기사도, 자동차 딜러도, 세차장 운영자도, 모두 자동차 산업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함부로 자동차 산업을 없애지 못하는 거다. 

지난해 NFT 기반 디파이 서비스나 P2E 길드, 게임파이 프로젝트 등이 다수 출현하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애니모카브랜드는 '개방형 메타버스' 시대로의 변화를 앞당기려면 더 많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애니모카브랜드는 '개방형 메타버스' 시대로의 변화를 앞당기려면 더 많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출처=애니모카브랜드 공식 미디엄

-많은 블록체인 기업가들이 서비스 간 상호운용성이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건가? 

=상호운용성은 NFT의 유스케이스(Use case)이긴 하지만 결국 근본은 디지털 소유권이다. 상호운용성의 핵심은 서비스 간에 자산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니라, 플랫폼 혹은 원저작자의 허가 없이도 '내 의지에 의해' 자산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내 소유 테슬라 자동차를 갖고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고 싶다면, 우버나 테슬라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내 차니까. 

이처럼 소유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호운용성은 의미가 없다. 

또다른 예를 들어 보자. 최근 페이스북이 기업 이름을 '메타'로 바꾸면서, 기존에 '@metaverse'라는 계정명을 10년 넘게 써 오던 이용자가 해당 계정명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내 것'이라고 여겨 온 계정명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물론 메타가 일주일 뒤에 사과하며 계정명을 돌려주긴 했지만, 이런 일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자산의 탈중앙화된 소유를 가능하게 한다. 비트코인이건, 이더리움이건, NFT이건 소유권을 내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게 '개방형 메타버스'와 이전 세상의 가장 큰 차이다. 

-기업이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도 투자 대상을 고르는 주된 기준 중 하나라고 들었다.

=개방형 조직인지, 또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인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무언가가 오래, 혹은 영원히 유지되려면 결국 다수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이건 기업이건 단순한 커뮤니티건 간에, 모든 정당성은 결국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나온다.

정당성을 유지하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수의 이익을 고집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수를 통제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후자의 방식으로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 이용자 입장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떠나기엔 이미 그들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너무 커졌다.

서비스를 떠나는 순간 이용자는 네트워크와 사업 기회 등 모든 걸 잃게 된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메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메타 공식 설명 유튜브 캡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메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메타 공식 설명 유튜브 캡처

애니모카브랜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수의 이익에 봉사하는 서비스가 결국 살아남을 거란 신념을 갖고 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수 이용자가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 이게 바로 DAO가 운영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이 다수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게 가능한가? 이상적으로 들린다. 

=나는 냉전 시기인 1970년대에 태어났다. 내 부모 세대만 해도 미국으로 가는 게 '성공의 전부'라고 여겼다. 막상 가 보면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성조기를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열린 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는 시절이었다. 

미국이 완벽한 국가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모두가 알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와서 '민주주의 국가에 살래? 왕국에 살래?'하고 물으면 왕국을 선택할 사람이 있겠나.

민주주의도 인류 전체의 역사를 놓고 보면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듯, 메타버스 사회 또한 더 나은 쪽으로 진화하기 위한 과정에 놓여 있다. 

-P2E·NFT 대중화를 위한 올해 전략은? 

='트리플 에이 게임(AAA game,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대작 게임)'의 다음 단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영화 수준으로 고도화된 게임이 블록체인 게임 중에서도 나올 때가 됐다.

애니모카브랜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팬텀 갤럭시(Phantom Galaxies)'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개발에만 3년 가까이 걸린 만큼, '탑엔드'급 게임이라고 자부한다. NFT 드롭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게임을 해 본 이들이 이미 후기를 트위터 등에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엑시인피니티류의 게임은 특정한 유형의 플레이어를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만 놓고 봐도 그렇다. 게임 산업이 아주 발달한 국가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 게이머는 엑시인피니티를 할 이유를 못 느낄 거다. 게임의 스타일과 인터페이스가 한국 게이머들이 즐기기엔 너무 단순하다. 

일반 게이머들에게 '이 게임 해 볼래?'하고 물었을 때 바로 '좋다'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진짜 게임'처럼 보여야 한다. 

솔라나 기반 게이밍 메타버스 '스타 아틀라스(Star Atlas)'도 그런 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애니모카브랜드는 지난해 스타아틀라스 내 우주선 NFT 300만달러 어치를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엑시인피니티가 지난해 거둔 성과는 중요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모든 변화를 가속했다.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셈이다.

일단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덕에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게임파이(게임+금융),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공부하는 이가 많아졌다.

특히 필리핀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돈 벌 수단을 잃은 사람들에게 엑시인피니티같은 P2E 게임들이 새 길을 열어줬다.

엑시 인피니티 게임 플레이 화면. 출처=유튜브 플레이 투 언(PLAY-TO-EARN) 캡처
엑시 인피니티 게임 플레이 화면. 출처=유튜브 플레이 투 언(PLAY-TO-EARN) 캡처

필리핀의 엑시인피니티 이용자 대부분이 그 전까지 가상자산에 투자하던 이들이 아니란 점 또한 중요하다. 그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니라, 게임파이를 보고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왔다. 일종의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애니모카브랜드 본사가 위치한) 홍콩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더샌드박스 내 가상 토지인 '랜드(LAND)'를 샀다는 사람도, 또 더샌드박스 내에서 쓰이는 ERC-20 토큰 '샌드(SAND)'를 샀다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흥미롭게도 이들 대부분은 랜드나 샌드를 가상자산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다. 

어느 쪽이 주류인가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가 옳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NFT·P2E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제약이 많다.

=NFT, P2E 게임이 잠재력을 펼치려면, 산업 종사자들이 대관(로비) 활동을 더 잘 할 필요가 있다. 정부 관료가 혁신가는 아니지 않나. 그러니 우리에게 더 잘 소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거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은 블록체인 게임과 일반 게임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거다.

그런데 NFT, P2E 게임엔 분명히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 정부 입장에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P2E 게임이 좋은 세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P2E 게임과 NFT가 정부 재정을 어떻게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측면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 한국은 콘텐츠 시장의 글로벌 리더다. 대중음악, 드라마, 게임 등 모든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이 리더다. 

게다가 콘텐츠와 문화는 웹3 운동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NFT도 '문화 저장 수단(stores of culture)'이지 않나. 전부 다 문화에 관한 일이다.

만약 정부가 그 문화의 발전을 막는다면 매우 큰 실수를 하는 게 될 거다.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걸 막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정부가 NFT와 가상자산(코인)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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