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이시] 프라이버시 vs. 알권리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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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2년 2월15일 07:30
출처=Dayne Topkin/Unsplash
출처=Dayne Topkin/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이번 주 트위터에서 가상자산 지지자들은 “어떻게 플로리다주 출신 두 사람의 신상을 그렇게 털 수 있냐”는 반응에서 “와, 뉴욕 커플의 신상에 대해 재미있는 게 있으면 모두 털어놔 보라”는 반응으로 급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버즈피드(BuzzFeed)의 케이티 노토폴로스 기자가 유명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인 BAYC(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의 설립자 2인의 신원을 공개했을 때, 가상자산 커뮤니티 내 많은 사람들은 당사자가 익명성 유지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신상털기(doxing)를 했다며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6년 비트파이넥스(Bitfinex) 해킹 관련 돈세탁 공모 혐의로 지난 8일(현지시간) 두 사람이 체포됐을 때는 이 용의자 부부의 구체적인 신상을 캐내기 위한 요구가 엄청난 듯 보였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부부가 부정 탈취한 36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특히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용의자 중 아내 헤더 모건이 찍은 우스꽝스러운 랩 뮤직 비디오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는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 계정에 스스로를 ‘연쇄 창업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투자자’ ‘초현실주의 예술가/래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두 사례는 서로 다르다.

오픈시 취약성 공격의 대상이 된 BAYC #9991. 출처=오픈시
오픈시 취약성 공격의 대상이 된 BAYC #9991. 출처=오픈시

최근 신원이 공개된 BAYC를 만든 유가 랩스(Yuga Labs) 설립자인 윌리 애로나우와 그렉 솔라노의 경우 범법 행위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각각 ‘고든 고너’와 ‘가가멜’이란 가명을 쓰기로 결정했을 때 응당 존중받아 마땅한 사생활 보호권을 행사한 것이란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헤더 모건과 그의 남편 일리야 더치 리히텐슈타인의 경우는 전혀 다른 케이스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저질렀다고 알려진 범죄행위에 대해 실제 그들에게 죄가 있다고 추정해 이 부부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추정’하는 것과 ‘~라고 알려진’이란 표현들에 대해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케이스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프로토콜 원더랜드(Wonderland)의 설립자 시푸(0xSifu)의 실명이 논란의 캐나다 가상자산 거래소 쿼드리가CX의 공동 창립자 마이클 패트린이란 사실이 밝혀진 직후에 일어났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 측면에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필요로 하는 공동의 요구와 단순히 정보를 원하는 욕구 사이의 선이 어디쯤 있는지 생각해 보고, 사생활 보호권을 과연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 둘은 하나를 얻으면 나머지 하나는 잃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있으며, 양 측의 주장이 어떻든지 간에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익명성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이들은 특정 선을 넘어서면 대중의 알권리란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반면 대중의 알권리를 외치는 기자들은 자신이 독자들을 자극하고 윗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아니면 '신상털기' 여파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면서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Anne Nygard/Unsplash
Anne Nygard/Unsplash

알권리인가? 낚시성 기사인가?

이번 주 내 동료이자 코인데스크US의 미디어 담당 기자인 윌 고츠젠이 ‘BAYC 설립자 신원 공개, 당연히 괜찮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케이티 노토폴로스 기자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 벌집을 건드렸다.

그는 “애로나우와 솔라노는 잠재적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업체를 이끌고 있다. 에이프들이 시장을 장악했고 문화를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더 자세한 사실들을 캐내기 위해 기자가 나서선 안 될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BAYC 프로젝트처럼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무언가를 이끄는 일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런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상관없을 수 있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타인의 안녕에 미치는 영향력이 현저히 크다고 할 때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수십억달러를 빼내 가는 해킹이나 러그풀(가상자산 개발자의 투자회수 사기 행위)은 주로 내부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 쪽은 실리콘 밸리와 월가 중개 주체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대신 그 권력을 사용자들에게 주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생활 보호가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가상자산이 이끄는 금융 포용성을 찬성하는 이들은 중앙화된 현 시스템들이 요구하는 신원 요건을 해당 시스템이 통제권을 갖도록 게이트 키핑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선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모두가 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찾고자 하는 욕구나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의 이익과 대중의 알권리를 구분짓는 게 어렵기도 하다. 노토폴로스 기자는 BAYC 프로젝트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책임을 설립자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BAYC의 이미지가 인종차별적 표현을 영속화하고 작품에 영감을 준 아티스트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들 말이다.

하지만 버즈피드의 사업 모델은 대부분의 디지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독자 클릭수에 의존한 광고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코인데스크US 역시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리고 상대의 의지에 반해서 신상을 터는 낚시성 기사들이 조회수를 늘리는 데 꽤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람들이 헤더 모건의 래퍼명인 래즐칸(RazzleKhan)의 뮤직비디오를 계속해서 찾아보면서 SNS를 검색하게 된 이유와 똑같은 인간의 기본 본능이다. 우리 인간은 타인의 실패를 비웃고, 곤경에 처한 이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길 좋아한다. 대중의 알권리를 이런 본능에 기반하게 하는 게 맞을까?

 

사생활 보호 지향적인 미디어 정책

코인데스크US는 사생활 보호에 있어 대부분의 매체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주류 매체들은 확실한 폭력의 위협이 없는 한 정보원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평판이 걸려 있을 때 본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데스크US의 윤리기준 담당 에디터 마크 호크스타인은 2년 전 회사 정책을 설명하는 문서에서 공공의 이익에 명백하게 부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만 한다는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입장을 취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가명을 쓴 신원일지라도 가명을 사용한 실제 인물이 지키고 싶어 하는 평판이 있다는 사실을 일부 반영한 생각이었다.

이때 사규의 예외 적용에 대한 기준은 각 경우 별로 다르다. 전통적인 편집국에서는 사생활 보호권이 대중의 알권리보다 우선하는 이유를 정보원이 스스로 증명하도록 정보원에게 책임을 지우는 반면, 코인데스크US에서는 사적 이익보다 공익이 더 앞선다는 사실을 해당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가 직접 보여주도록 기자의 의무로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몇몇 흥미로운 접근들이 가능했다. 코인데스크US에서는 하수(Hasu)라는 필명을 쓰는 칼럼 작가의 논평 기사를 한동안 게재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오는 6월에 개최되는 컨센서스(Consensus) 2022를 앞두고 해당 행사의 조직을 맡은 팀에서 NFT 인플루언서 ‘펑크6529(Punk 6529)’와 계약을 맺을 때 아바타와 오디오 사용 시 출연자의 신원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태도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근간이 되는 핵심 원칙들과의 관련성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는 사생활 보호 기술이 디지털 시대에 우리 인류를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웹2 플랫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사람들의 정보를 빼내며 자행해온 사생활 침해가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인 20세기에 수억 명의 사람들이 피 흘리며 지켜낸 자유민주주의 이상에 매우 큰 위협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30년이란 세월 동안 언론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이상을 구성하는 또 다른 기본 요소가 무엇인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밝히기 꺼려하는 뉴스 가치가 있는 중요 정보를 보도할 수 있게 하는 자유 언론이 가진 권리다.

이 같은 딜레마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그런 규칙을 정립해 준수하는 것이 중요해진 때가 왔다.

언론인들과 가상자산 커뮤니티 모두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빼앗을 수 없는 ‘대중의 알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지에 관해 대화를 나눠야한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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