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 출처=픽사베이
러시아 루블. 출처=픽사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이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 등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부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 결정타. 이란이나 북한에만 적용했던 '금융 핵옵션'을 제재 수단으로 꺼내든 것이다.  

러시아는 강온 전략을 모두 구사 중이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평화 협상을 갖기로 합의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국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령을 내렸다. 두 전략 모두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하고 있으며, 28일 먼저 문을 연 아시아 증시와 외환시장 모두 동요하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에선 이미 현금 지급기(ATM)에 긴 줄이 늘어선 장면이 연출됐다면서 금융시장이 공식적으로 열리면 돈을 찾으려는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또한 안전자산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앞에 줄지어 선 러시아 사람들. 출처=트위터
은행 앞에 줄지어 선 러시아 사람들. 출처=트위터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0% 가량 하락했다. 

러시아 팅코프 은행(Tinkoff Bank)은 27일 저녁 달러화를 89루블에 사들였고 3주 전 가격의 거의 두 배인 154루블에 팔았다. 

다른 러시아 은행들도 달러/루블 환율을 천차만별로 고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마감돤 83달러보다 훨씬 높다. 모스크바 알파은행에선 98.08루블, 스베르방크에선 99.49루블, VTB그룹은 105루블, 오트크리티예에선 115루블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베르방크는 지난 주말 문을 계속 여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 러시아 장기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부적격(투기) 등급까지 내려간 것.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무디스가 매기고 있는 러시아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최하단인 'Baa3'다.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상승 중이다. 

혼란을 반영해 28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터키 리라 등 신흥국 통화들이 2% 내외로 급락했고 호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18%로 0.5%포인트 하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 이상 하락했고 호주 달러도 0.6% 하락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달러/엔 환율 하락).

찰스 슈왑의 채권 전략가 캐시 존스는 "러시아 채권 가격과 통화(루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에너지 비용은 상승하고 기업 활동과 소비자 신뢰가 잠재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적인 피해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유로화 가치를 끌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제재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연구소(IIE)의 엘리나 리바코바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할 경우 러시아 경제와 은행 시스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대규모 뱅크런, 달러 환전 행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아마도 러시아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통 금융시장과 같은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도 더 하락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오전 8시40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3.98% 떨어진 3만7556.0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가상자산을 통한 기부가 늘면서 가상자산이 중요한 대체 크라우드 펀딩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1700만달러가 넘는 암호화폐가 우크라이나에 기부됐다. 

관련기사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