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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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전통자산과 같은 흐름을 탔던 가상자산 시장이 비동조화(디커플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자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미 국채 수익률도 하락했으며(채권 가격 상승) 채권과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온 금과 달러 가격도 크게 올랐다. 

통상 위험자산으로 간주돼 온 비트코인은 처음엔 이 영향을 똑같이 받는 걸로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3만4000달러대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국제은행간결제망(SWITF, 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일부 은행을 퇴출하겠다는 발표에 이어 서방은 28일 러시아 중앙은행을 직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끊겠다는 것이다. 국부펀드, 재무부와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을 통해 '요새 경제'를 키우려 해왔던 러시아로서는 낭패. 유사시 '실탄'이 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렸고 이 중 달러 비중은 크게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려 왔다. 러시아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약 6400억달러, 이 가운데 4000억달러는 나라 밖에 있다. 

그런데 거래가 중단되면서 당장 4000억달러는 쓸 수 없는 돈이 되어버렸다. 더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대외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1일 뉴욕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일대비 1.76% 떨어진 3만3294.95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5% 하락, 4306.26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1.59% 하락, 1만3532.46로 거래를 마쳤다. 한달 새 각각 5.6%, 6.2%, 5.7% 빠진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통제로부터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는 것이 그 이유. 

스테판 우엘레트 FRNT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정부와 은행이 그 사이에 있는 것과 달리 자산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며 "지금처럼 한 지역에서 은행업이 불안정해지는 시기에는 사람들이 은행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금 보유를) 다양화하려하는게 다양하다. 이런 추세에 앞서 투기가 이뤄졌고 그것이 가격을 높이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방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기로 한 지난 27일 이후로 글로벌 금융 시장은 주춤한 반면, 가상자산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8일 3만7700달러대에서 시가를 형성한 비트코인은 약 18% 오른 4만4400달러대까지 올랐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블룸버그에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많은 면에서 세계의 탈달러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체인 데이터 역시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장기적인 흐름을 가늠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인 비트코인 MVRV는 1일 기준 1.84 수준으로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MVRV는 코인의 시가총액을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코인 가격이 고평가 혹은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MVRV 값이 1이하면 저점, 3.7 이상이면 고점으로 판단한다. 

실현 시가총액은 각 코인 지갑에서 마지막 트랜잭션이 일어난 순간의 시세를 측정해서 시가총액에 반영한 값을 의미한다.

단기적인 흐름을 짚을 때 이용하는 온체인 데이터인 비트코인 선물 거래 시장가 매수 비율 지표도 1일 기준 0.5 수준으로 긍정적인 값을 유지하고 있다.  

선물 거래 시장가 매수 비율은 특정 코인 거래량 중 시장가에 매수한 무기한 선물 주문의 비율을 뜻한다. 값이 0.5보다 높으면 선물 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매도 심리보다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과거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도 참고할 만한 데이터다. 이 지수의 값이 낮을수록 시장에 공포 심리가 가득하다는 얘기다. 통상 공포·탐욕 지수가 0에서 20 사이면 극단적인 공포 상태로 해석한다.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파란색 곡선)와 비트코인 가격(노란색 곡선) 추이. 출처=코인글래스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파란색 곡선)와 비트코인 가격(노란색 곡선) 추이. 출처=코인글래스

가상자산 분석 업체 코인글래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월6일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가 8까지 떨어졌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6850달러까지 하락했다. 저점을 찍은 비트코인은 이후 2018년 3월6일 1만1500달러까지 상승했다. 2020년 3월, 2021년 5월, 2022년 1월에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가 10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했다.

1일 기준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는 51로 중립 상태에 해당된다. 통상 이 지수가 60을 넘으면 탐욕 단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비트코인 MVRV 값이 1.84인 만큼, 확률적으로 아직 깊은 바닥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경우 전체 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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