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 출처=픽사베이
러시아 루블. 출처=픽사베이

러시아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의 제명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금을 이동하는 방식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기업 재무 전문가는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대기업들이 점차 기업 운영에 있어 가상자산의 수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업 재무 자문 회사 핀링크(FinLync)의 미치 토마스는 언급했다. “기업 재무 관계자들은 점점 더 가상자산 관련 논의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토마스는 기업 및 은행 간 비스위프트(non-SWIFT) 결제 방식과 재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링크의 솔루션 엔지니어링 북미지부장이다.

명목화폐의 위상이 낮아지고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등의) 달러 기반 경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기업들은 비국가적이며 범용성과 검열저항성을 갖춘 가상자산을 글로벌 결제 시스템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토마스의 주장에 따르면, 많은 대기업들이 현재 내부적으로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가상자산을 활용한 송장 발행과 결제 진행 방식을 논의해야 하지 않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지 않는 국가들이나 위험성이 높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국가들의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그러나 토마스는 결제 방식에서 당장 가상자산이나 기타 디지털 도구로의 전면적인 이동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도구들의 사용이 아직 네트워크 효율성을 증대하기에 충분한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가상자산을 활용하여 기업 송장을 결제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해 숙고해 본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업 관점에서 가상자산이 폭넓게 쓰일 가능성은 적다”고 그는 말했다.

이처럼 가상자산을 일부 국가들의 거래에 한정되어 분열화된 상태로 수용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좋은 소식은 아니다. 9.11사태 이후 시행된 흔히 '리스크 감축(de-risking)'이라 불리는 은행 규제 조치로 인해 지정학적인 분쟁 지역들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가상자산을 빠르게 수용한다면 이번 러시아 사태에서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생명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경제적 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토마스의 예측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의 수용은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기억하라: 노동의 분업과 특화는 생산성을 증대시키지만, 시장의 경색과 제한은 이러한 특화 능력을 저하시킨다. 시장의 경색은 서서히, 매우 알아차리기 힘든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며, 그 영향은 단순히 향후 몇 년이 아니라 몇 십년 간 지속될 것이다.

고차원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의료 제품의 생산과 기타 핵심 산업을 중국으로부터 리쇼어링(re-shoring)하고자 하는 미국의 (아직 미사여구에 불과해 보이는) 시도와 같은 현재의 '탈세계화' 추세와도 맥을 같이 한다. 기업들은 현재의 효율적이지만 취약한 적시생산방식(just-in-time production)에서 기존의 단순하지만 높은 비용과 적은 수익이 발생하는 공급망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

가상자산 역시도 이와 비슷하다. 블록체인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블록체인이 전통적인 신뢰 기반의 은행 시스템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효율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취약한 현재의 은행 네트워크가 인간의 나약함에 의해 더욱 약화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은 적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간 결제에 있어 비상용 안전장치로 사용될 만큼 희망적인 기술이라 보기 어렵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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