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크립토퀀트가 지난 8일 스페이스에서 해시 리본 지표 제작자로 잘 알려진 찰스 에드워드(Charles Edwards)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직접 패널로 참여해 찰스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은 드문 기회였다. 

찰스는 디지털 자산 투자 기업인 캐프리올 인베스트먼트(Capriole Investments)의 창립자이자 알고리듬 트레이딩 전략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운영을 맡고 있다. 해시 리본으로 유명한만큼 채굴과 관련해 상당한 식견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가격과 관련된 지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최근 해시 리본 지표를 매수·매도 신호로 사용했을 때 활용도가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가 채굴자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인사이트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찰스의 답변을 바탕으로 우리가 매매할 때 지표를 어떻게 쓸지와 채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뉴스레터와 함께 보면 더 도움이 된다.

 

해시레이트 기반 지표인 해시 리본은 아직 쓸모있다

해시 리본 지표. 출처=글래스노드
해시 리본 지표. 출처=글래스노드

해시 리본 지표는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전세계 전체 채굴기의 연산량에 비례하는 값)의 일 차트에 단순 이동평균선(SMA)을 적용해 교차 지점에서 매수·매도 기회를 포착하는 데 사용한다. 

30일 이동평균선(이하 이평선)이 60일 이평선을 상향 돌파(골든크로스)하는 시점을 일반적으로 매수 신호로 판별한다.

마지막 골든크로스는 2021년 8월7일에 발생했고, 그 이후 데드크로스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4만2000~4만4000달러 구간이었으나 올해 비트코인은 무려 3만2000달러 구간까지 다녀왔다.

현재도 매수 시점 대비 수익 구간이라기 어려운 가격대에 있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이 하락하든 말든 여전히 열혈 채굴 중인 셈이다. 

그래서 찰스에게 ‘여전히 골든크로스를 유지하는 해시 리본이 현재의 장 상황에서도 유의미한 지표’인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 

찰스의 답은 간단하다. 

해시 리본은 매도에도 유의미하지만 매수 신호로써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즉 해시 리본은 비트코인이 채굴자의 활동 대비 매우 저평가된 영역을 식별하게 해 주는 효과를 가진 지표라는 것이다. 

내 질문에 답변하던 중 찰스는 '매수 신호로 해시 리본을 사용하는 경우 좋은 수익 구간 후 하락 구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시 리본으로 매매하면 매수시에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고, 매도는 알아서 해야한다. 

특히 매도는 다른 지표와 복합해도 쉽지 않으니 ‘알아서 예술적으로’ 하는 것이 수익 보전의 지름길인 셈이다.

(찰스 본인은 여전히 해시 리본 지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영원불변하게 쓸모있는 지표는 없다

현재 찰스는 알고리듬 트레이딩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를 운영하기에 많은 전략의 수익률을 평가해야 한다. 

과거 매우 높은 적중률을 가진 고수익 전략들을 사용해 보면, 1~2년 정도 잘 작동하다가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이 경우 여러 지표를 섞고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시대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찰스는 장기적으로 성공한 전통 금융 분야의 펀드와 기업들이 어떻게 해왔는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데이터에서 그들이 얻는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늘 같은 지표를 뚝심있게 박제된 공식처럼만 해석해서 바라보는 온체인 분석가들이 쇄신해야 되는 부분이다. 

찰스가 뉴스레터에 언급한 거래소 보유량 지표가 대표적이다. 

보통 거래소 물량이 계속 줄어들면 긍정적이라고 보는데 2021년 말부터 비트코인 가격은 그와 상관없이 크게 내렸다. 

해당 지표로 시장 방향성을 단순 예측했을 때 입게 될 손실은 꽤 크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온체인데이터는 긍정적입니다’ 같은 밈까지 돈 셈이다. 

2021년 12월 비트 폭락기에도 계속 줄어든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 출처=크립토퀀트
2021년 12월 비트 폭락기에도 계속 줄어든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 출처=크립토퀀트

찰스도 스페이스 대화 중 본인이 주의깊게 보는 몇 가지 지표의 수치 변화 체크 방식을 알려줬다. 

거래소 보유량, 미결제약정, 펀딩비, 거래소 고래 비율 등 4가지 지표의 조합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도 상황을 비교적 일관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뚝심있게 반영해주는 클래식이 될 수 있는 지표(현재 NVT가 대표적)와 그때 그때 상황을 잘 반영해 주는 지표를 분별해 내고 신호가 잡음이 되지 않게 해석해 내는 능력이 분석가에게 필요하다. 

점점 교과서적 해석으로는 온체인 분석으로 생존이 힘들 듯 하다.

앞서 찰스는 해시 리본을 현재 쓰고 있다고 했으나 이 지표 또한 몇 년 내로 가치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찰스에 따르면, 채굴자들이 패권을 다시 잡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나 은행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급량을 좌지우지하며 채굴자에게서 나오는 비트코인 공급량의 파이 자체가 줄어든 상태다. 

심지어 반감기를 거칠 때마다 블록당 채굴 물량이 반감하니 앞으로 그 현상은 더 심해질것이다. 

결국 채굴자 항복기의 영향력도 감소할 것이다. 또 반대매매 전략에 의해 향후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 

해시 리본에 의존하는 개인 트레이더가 다수인 것을 고래가 확인할 수 있다면, 자신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그 지표를 역이용해버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 단계가 온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시장 상황과 지표의 유효성을 실시간으로 잘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 원가는 개당 3만5000달러 부근

찰스는 몇년 전 비트코인 채굴 원가를 도출한 적이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저점 매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만한 영역을 도출하려 했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블록당 고정된 인플레이션율,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알고 있다면 채굴 원가를 구할 수 있다. 거기에 채굴장 운영 비용을 합해서 값을 얻으면 현재는 개당 3만5000달러 선이다. 

전기 요금만으로는 2만2000달러 정도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전기료를 위협하는 지점을 찍은 적이 서너 번 정도 있었다. 

이 구간이 오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온다면 역사적으로는 매우 좋은 매수 신호 구간이었기에 참고할 만하다. 

찰스에 따르면, 전기료는 고정값이 아닌 상황에 따라 바뀌므로 지속적인 상황 확인이 필요하며 도출에 들어간 추정치 값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 

지금은 전기료 뿐 아니라 지정학적, 통화량적 관점에서도 변수가 나올 수 있는 복잡한 시대다. 

갑자기 나올 수 있는 비트코인 금지 규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전쟁 상황 등 생산 비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도사리고 있어 이런 요소들도 명심해야 한다.

 

채굴 마진은 건재하나, 채굴 영향력은 감소

23일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5000달러를 한참 웃돌기에 채굴 마진은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1월 반등한 비트코인의 저점을 고려해 봐도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 원가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는 비트코인 채굴자가 위협받을 정도로 위험한 시장이 아니다.

다만 나는 채굴 산업의 흥망과 별개로 가산자산 시장에서 채굴자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공급량의 반감 뿐 아니라 산업의 다양화도 중요한 트렌드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찰스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등의 분야가 성장하면서 채굴자들은 비트코인과 다른 레이어1 체인 중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고 다른 비즈니스 가치를 포착할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찰스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에서 작업증명(PoW) 채굴 방식이 지속가능성이 있느냐는 이슈는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채굴 외에도 크립토 시장에 돈 되는 일이 많아져서 그런것이니 마켓 쉐어가 줄어든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날 스페이스에서 주기영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CEO)는 “채굴자 대다수를 포함해 7년 이상 된 비트코인 보유자와 작년에 들어온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채굴자들은 시장 상황에 안 맞게 버티며 매매 지표에 혼란을 주는 트롤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그들이 있기에 바닥이 지켜지는 ‘바닥가 수호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찰스의 인사이트가 혼란스러운 투자 심리에 약간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존은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의 방장이다. 밋업을 다니고 코인을 투자하며 느끼는 부분들을 블로그에 적던 것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다. 특기를 살려, 칼럼을 쓰기로 했다. '비트 1억 갑니다, 풀매수 하시죠' 같은 식상한 이야기보다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업계 인사이트에 대한 공감과 비판을, 전세계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 행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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