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Tim Mossholder/Unsplash
출처=Tim Mossholder/Unsplash

트래블룰이 25일부터 드디어 시행됐다.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100만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할 때 송신인과 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다. 트래블룰이 시행되면 각 거래소의 입출금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와 이용자 모두 트래블룰에 주목했다.

지난 한 주동안 트래블룰을 취재해 보니 ‘격동의 일주일’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2일 업비트 공지를 시작으로 글을 쓰는 25일 빗썸, 코빗, 코인원까지 연이어 공지가 쏟아지고 있다.

공지는 죄가 없다. 복잡한 정책만이 잘못이 있을 뿐.

취재 과정에서 트래블룰 시행에 따라 입출금 가능한 거래소 목록을 정리해봤다. 정리하는 내내 든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건 누굴 위한 정책인 거지?

‘가상자산(코인) 실명제’로도 불린 트래블룰은 꼭 필요한 정책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시행 과정을 겪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출금 가능한 VASP 목록이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이고 이해하는 과정이 복잡했다는 점이다.

4대 원화마켓 거래소와 바이낸스, 메타마스크를 모두 쓰는 이용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용자가 트래블룰 시행에 맞춰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는 총 140가지다.

먼저 개인지갑인지 국내 VASP인지 해외 거래소인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국내 VASP 중에서도 베리파이바스프(VV) 솔루션을 사용하는지 코드를 사용하는지 나눈다. 해외 거래소도 각 솔루션 별로 경우의 수를 나눈다. 그리고 거기에 거래소 숫자인 4를 곱한다. 그럼 20개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각 거래소별로 ▲개인지갑 ▲거래소가 채택한 솔루션을 사용하는 국내 VASP ▲거래소가 채택한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 국내 VASP ▲거래소가 채택한 솔루션을 사용하는 해외 거래소 ▲거래소가 채택한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 해외 거래소가 본인 입출금과 타인 입출금이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본인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건 본인 계정에 한해 거래소 계정 간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타인 입출금까지 가능하다면, 본인 계정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렇게 계산하면 총 140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전체 거래소 사항을 정리하려면 140개의 경우의 수를 쫓아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리를 하고 나서도 문제다. 우선 4대 원화마켓 거래소의 입출금 정책을 글로 풀어보겠다. 입출금 가능 목록이 계속 수정되고 있어 26일 오전 8시 기준 입출금 목록임을 함께 밝힌다. 

 

업비트

메타마스크와 업비트 간 입출금은 등록 절차를 거치면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VV 솔루션을 쓰는 8개 국내 VASP와 업비트 간 입출금은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여부 상관없이 자유롭게 가능하다. 코드를 사용하는 국내 VASP 중 빗썸·코빗·코인원과 업비트 간 입출금은 두 솔루션이 연동되는 4월25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모두 자유롭게 가능하다.

VV와 연동되는 해외 거래소 6곳과 업비트 간 입출금은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고 타인 계정은 안 된다. VV를 채택하지 않은 12곳의 해외 거래소는 본인 계정에 한해 업비트로 입금만 가능하다.

 

빗썸

메타마스크 등 3개의 개인지갑과 빗썸 간 입출금은 등록 절차를 거치면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다만 메타마스크는 3월28일부터 사용 가능하고 빗썸 고객센터에서 대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코드를 쓰는 코인원·코빗과 빗썸 간 입출금은 4월8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여부 상관없이 자유롭게 가능하다. 코드를 쓰는 다른 국내 거래소는 4월8일부터 서비스 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빗썸과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할 예정이다.

VV를 쓰고 코드를 쓰지 않는 국내 거래소는 4월25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여부 상관없이 빗썸과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

바이낸스 등 14곳의 해외거래소와 빗썸 간 입출금은 등록 절차를 거치면 본인 계정에 한해 빗썸과 가능하다.

 

코인원

메타마스크 등 개인지갑과 코인원 간 입출금은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코드를 사용하는 빗썸·코빗과 코인원 간 입출금은 4월8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여부 상관없이 가능하다. VV를 쓰는 국내 VASP와 코인원 간 입출금은 4월25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모두 가능하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와 코인원 간 입출금은 등록 절차를 거치면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코빗

메타마스크 등 8개의 개인지갑과 코빗 간 입출금은 등록 심사를 통과하면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코드를 사용하는 코인원·빗썸과 코빗 간 입출금은 4월8일부터 본인 계정과 타인 계정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하다.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 국내 VASP 중 사전 등록 심사를 완료한 국내 VASP는 3월24일 18시 기준으로 만료처리됐다. VV 솔루션 쓰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는 4월25일부터 가상자산 이전이 가능하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와 코빗 간 입출금은 등록을 거치면 본인 계정에 한해 가능하다.

정리 사항을 보고 ‘표로 정리하면 쉬울텐데 왜 말로 복잡하게 설명하지?’라는 얘기가 나올까봐 표도 준비했다. 표로 보면 더 복잡하다.

 

자료 출처=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자료 출처=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혹자는 거래소마다 정책이 달라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래소 탓만 하고 싶지는 않다. 4대 거래소 모두 개인지갑을 허용하면서 대비책을 나름대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책이 다 다르고 복잡하다. 일부 거래소는 정책을 중간에 변경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공지가 미흡해 계속 확인해야만 하기도 했다. 정보를 모으는 사람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용자는 오죽할까 싶다.

솔루션 연동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3월25일 연동을 목표로 한다고 했던 VV와 코드의 연동 일자는 한 달 연기된 4월25일로 변경됐다. 1,2주면 몰라도 한 달은 너무 길다.

그럼 트래블룰을 시행하도록 한 금융위원회 잘못일까. 아니다. 금융 당국도 할 일은 했다. 제도를 도입하기로 정했으니 시행하는 건 응당 맞다.

하지만 금융위가 제도만 만들고 현실 적용 과정에 대해선 대체 고려를 하긴 한 건지, 책임은 거래소와 이용자에게만 넘기는 건 아닌지 의문도 든다.

결국 트래블룰 시행으로 인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판단이다.

가장 크게 당한 대상은 이용자다. 이용자는 거래소마다 다르게 발표된 복잡한 정책을 이해해야 하고 또 수용해야 한다.

거래소는 솔루션 간 연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시 방편으로 개인지갑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개인지갑을 거쳐 가상자산을 입출금해야 하는 이용자의 불편은 누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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