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킹하라, 그리고 창작하라
NFT 고래·창작자 2인조 해커타오가 말하는 작품, 그리고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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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혁
임준혁 2022년 3월29일 08:00
NFT 고래 겸 예술가 듀오인 해커타오가 자신들의 작품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처=해커타오
NFT 고래 겸 예술가 듀오인 해커타오가 자신들의 작품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처=해커타오

대체불가능토큰(NFT) 2인조 예술 창작 듀오 해커타오는 탄생 이전부터 이미 NFT를 필요로 했다. 

해커타오는 2007년 밀라노에서 처음 결성하자마자 디지털 예술품 창작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대중은 디지털 예술품의 가치를 그리 높게 치지 않았다.

"매번 디지털 예술 작품을 그림이나 조각과 같은 실물로 변환해야 했어요."

해커타오는 메타버스에 기반을 둔 2인조 창작 듀오다. 나는 서울의 한 카페에 앉아 화상으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내겐 저녁, 그들에겐 아침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해커타오는 그들의 작품을 프로필 그림으로 사용했다.

해커타오는 도자기, 그림, 목탄화와 같은 실물 재료를 가지고 꾸준히 실험을 해 왔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뿌리는 "언제나 디지털에 있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NFT의 출현은 해커타오로 하여금 "본래의 디지털 DNA로 돌아가 '가상'이라는 작품의 본질을 온전히 품어낼 수 있게" 했다.

지난 2018년 해커타오는 예술 및 기술을 주제로 다루는 블로그 '아트놈(Artnome)'을 발견했다. 이 블로그의 주인 제이슨 베일리는 2017년 말 작성한 '블록체인 예술'이라는 글에서 오늘날의 NFT 붐을 예견했다.

제이슨 베일리가 2018년 1월 '크립토아트'에 쓴 글 또한 해커타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이슨 베일리는 이 글에서 "디지털에 근간을 두고, 지리적인 위치를 인식할 수 없으며, 예술가 친화적이고 탈중앙화된 생태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글을 본 즉시 해커타오는 그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해커타오는 제이슨 베일리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베일리를 통해 슈퍼레어 설립자인 존 크레인에게도 연락했다. 당시는 슈퍼레어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 해커타오는 그렇게 슈퍼레어에 상장된 첫 작가가 됐고, 슈퍼레어는 이후 NFT 업계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플랫폼 중 하나로 발전했다. 

지난 2021년 12월 마이애미 비치에서 존 크레인을 만났을 때 그는 해커타오의 팝아트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커타오의 작품 스타일이 그로 하여금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접한 스케이트보드 위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험을 해 왔어요. 그 플랫폼 중 몇몇은 더는 존재하지 않고, 또 몇몇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죠." 

해커타오는 혼동의 여지 없는 분명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해커타오 작품에 팝아트적 요소가 있는 한편,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과 조각,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활용한 실험적 요소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엔 '드로잉 속 드로잉'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세계가 복잡한 직물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해커타오라는 이름은 '해킹하다(hack)'와 '타오(tao)'의 합성어다. '타오'란 음과 양 사이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의미하는 '타오이즘'을 뜻한다.

"'해킹하다'라는 단어로는 무언가 깊이 파고들어서 내면에 숨은 걸 발견해내는 일의 즐거움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또 '타오'로는 음과 양을, 그리고 둘 사이의 끊임없는 역동을 표현하려 했고요."

해커타오의 작품을 여러 점 보다보면, 이 말뜻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에는 서로 충돌하는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요소가 여럿 포함돼 있다.

해커타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곰의 머리'를 재창작한 것이다. '곰을 해킹하다'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해커타오는 다빈치의 스케치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켰다.

 

'곰을 해킹하다'. 출처=해커타오
'곰을 해킹하다'. 출처=해커타오

 

'곰을 해킹하다'는 경매사 크리스티와 '곰의 머리'를 보유한 수집가의 제안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해커타오는 이를 두고 '사후(死後)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다빈치가 남긴 모든 작품을 철저히 연구하다보니, 우리 작품과 그의 작품 사이 평행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자연과 과학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실험 정신, 심지어 난독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통점이 있었죠."

해커타오의 세계엔 그들이 '팟모크(Podmork)'라고 부르는 생명체 또한 자주 등장한다. 팟모크는 도자기로 구운 "토템 요소를 지닌 조그마한 생명체"로, "드로잉과 다채로운 아크릴 채색으로 장식돼"있다. 

"팟모크는 우리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스타일이 만나 합쳐지는 일련의 실험 기간의 시작을 의미해요." 

해커다오의 많은 작품은 공통의 주제나 주인공을 다룬다. 피부 전체가 드로잉으로 뒤덮인 채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여인이 대표적이다.

"매일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서 작품을 위한 영감을 받곤 해요. 대중문화 세계나 역사적인 참고 자료들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기후위기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자연과 가까이 지낼 것을 강조해요."

두려움, 그리고 두려움에 맞선 싸움 또한 해커타오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두려움에 대한 부담을 기꺼이 지고, 이를 긍정적인 동력으로 전환하는 일은 이들 작품의 단골 주제다.

"우리는 때로 다른 모든 일에서 벗어나 철학이나 역사책을 읽는 데 빠져 지내요. 이를 통해 현재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통찰을 얻곤 하죠. 우리는 그런 차이에 방점을 찍는 걸 좋아해요."

최근 들어 해커타오는 '퀸스+킹스(Queens+Kings)'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퀸스+킹스는 해커타오의 디스코드 커뮤니티에서 나온 요청에서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다. 해커타오는 NFT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2021년 퀸스+킹스 프로젝트를 처음 선보였다.

퀸스+킹스는 이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즈(개인화), 혹은 '해킹' 할 수 있는 프로필 그림(PFP) 아바타 시리즈다. 퀸스+킹스 프로젝트는 이용자들에게 "당신의 주권을 직접 창조하라"고 청한다. 해커타오는 다만 퀸스+킹스가 PFP 프로젝트가 아닌 예술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했다.

 

'퀸스+킹스' 시리즈 중 'Q+K #6790' NFT. 출처=해커타오
'퀸스+킹스' 시리즈 중 'Q+K #6790' NFT. 출처=해커타오

 

"기존 PFP 시장엔 제약이 많아요. 이용자들이 아바타의 특성(traits)을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즈 할 수조차 없잖아요. 퀸스+킹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PFP 세계의 예술을 창조하고 개발하는 거예요."

해커타오는 이용자 커뮤니로부터 매일같이 피드백을 받는다. 해커타오는 이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 꾸준히 창작하고, 아바타의 신규 특성을 발매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PFP에 장착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퀸스+킹스 프로젝트가 크립토 세계, 그리고 PFP의 세계에서 수집가가 공동 창작자가 되는 장을 여는 시금석 역할을 하길 바라요." 

해커타오는 현재 디스코드 커뮤니티에서 컨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선발된 작품은 오는 4월4일과 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대체불가능 콘퍼런스(Non-Fungible Conference)'에 전시된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해킹해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전시에 출품할 작품 총 25개를 커뮤니티 판정단이 선발할 예정이다.

"퀸스+킹스는 젠더리스(성별 구분을 두지 않는) 프로젝트예요. 포용성을 높임으로써 진보적인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게 우리 팀의 목표예요."

해커타오는 2023년까지 이어지는 퀸스+킹스 로드맵을 이미 설계해 뒀다. 로드맵은 2023년 이후에도 끊임없이 진화할 예정이다.

"아주 긴 여정의 시작점에 불과하길 바랍니다."

대화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해커타오는 이르면 올해 봄, 또는 여름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목표는 크립토 NFT 예술 분야와 기존 미술관 사이의 관계를 탐험하는 것. 해커타오는 NFT 예술품 에이전시 '누모모'와 디지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 그리고 디스트릭트가 최근 강릉에 문을 연 아르떼 뮤지엄과 협업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실물과 가상이 상호 교류하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해커타오는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면서, "특별한 연결고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요." 

 

영어 기사: 정인선 코인데스크 코리아 번역

*이 콘텐츠는 '디지털리유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리유어스는 다양한 NFT 아트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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