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Ronnie George/Unsplash
출처=Ronnie George/Unsplash

먼저, 지난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혀 온 고민거리를 트위터에 속 시원히 말해준 NFT 플랫폼 Yup.io의 팀원 Nir.eth에게 감사를 표한다.

“도대체 메타버스에 왜 토지가 부족할까?”

이것은 단지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에 가상자산 관련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의 제작사 유가랩스(Yuga Labs)는 개발 중인 ‘아더사이드(Otherside)’ 메타버스 프로젝트에서 가상 토지 ‘아더디드(Otherdeeds)’를 전량 판매하며 무려 2억8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아더디드 NFT의 최저 가격은 판매가 종료된 이후 12% 가까이 하락하며, 민팅된 ‘블루 칩’이 출시 이후 가격이 급등하다 이내 떨어지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토지는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가?

물론 메타버스는 모방의 확산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현재 수십 개의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출시되었는데,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의 투샤 제인이 지적한 것과 같이 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토지’를 판매하고 있다.

“만약 모든 새로운 게임에서 새로운 토지가 만들어지면, 과연 메타버스에서 토지가 부족할까?”

그러나 Nir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의 경쟁 구도와 관계없이 메타버스 모델 자체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가상 세계의 지리적 공간이 현실 세계의 토지와 같은 방식으로 가치를 생성할 것이라는 발상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의 토지는 위치와 유용성을 기반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현실 세계의 토지는 한 장소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장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도쿄나 뉴욕이 전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들 중 하나인 이유는, 세련되고 멋진 것들이 가까이에 많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의 이러한 사실은 필연적으로 토지 부족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토지는 다른 토지와 구별되는 고유의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토지 구매자들이 마주할 문제는 매우 단순명료하다. 바로 3D 디지털 세상에서 ‘거리’라는 개념은 전부 허구라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웹 주소가 다른 주소와 ‘가깝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갖지 않듯이, 어떤 가상 토지가 위치 때문에 다른 가상 토지보다 더 가치가 높을 이유는 없다. 가상 세계의 유저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어떤 장소로든 즉각적으로 텔레포트할 수 있다.

한 트위터 유저의 주장처럼, 메타버스 토지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이는 유저들에게 완전히 인위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 사용자 경험이 훼손되고, 결국에는 메타버스 가치의 진정한 원천인 유저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무한한 메타버스에서 토지가 부족하다? 메타버스 ‘주인’이랑 단기/중기 투자자들이 돈 벌려고 하는 거짓말로 밖에 안 보인다. 같은 논리라면 텔레포트도 금지해서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몇 년 동안 마인크래프트로 워킹하게 만들어야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메타버스 세계에 개발된다. 출처=제임스타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메타버스 세계에 개발된다. 출처=제임스타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실 세계의 토지가 갖는 부차적 가치인 실용성이다. 현실 세계에서 토지의 실용성이란 농업에 사용될 수 있는 적당한 흙이나 수자원, 혹은 다른 천연자원의 여부 등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메타버스에는 ‘천연자원’ 같은 건 없으므로, 가상 토지에 실제 세계의 가치 구조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토지 판매 모델을 비판하는 트위터 스레드에서 니프티 아일랜드(Nifty Island)의 공동 설립자 찰스 스미스는 가상 토지의 소유권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희소한 가상 토지가 실제로 수십,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 세계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토지 가치를 높이는 것은 사용자 경험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유 세계를 매력적이고 가치 있게 만드는 창작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심지어 유튜브를 봐라”고 스미스는 이어 지적한다. “만약 소수의 토지 소유자들만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었다면, 과연 이 플랫폼들이 성공했을까?”

니프티 아일랜드는 토지 판매를 사업 모델에서 제외하는 것에 줄곧 찬성해왔다. 적어도 다양한 자금조달 모델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에게 위 방식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경제적 스큐어모피즘의 함정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메타버스 토지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경제적 스큐어모피즘’이라고 볼 수 있다. ‘스큐어모피즘’이란 디지털 제품들을 실제 세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뜻하며, 특히 아이폰의 초기 개발 시기에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관련해서 자주 등장했던 개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디지털 사물과 물리적 사물 간의 차이에 익숙해졌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시각적인 스큐어모피즘은 점차 잊혀져 갔다. 메타버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단, 차이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유가랩스 주식만이 아니라 유가랩스가 만들어낸 앱의 경제적 가치에 무려 2억 8500만달러를 투자했다는 것이다.

애플이 스큐어모피즘에서 서서히 멀어진 반면, 여전히 토지 가치를 고집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 개발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투자자들을 내쫓아버리는 독약을 삼켜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토지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하는 인위적인 제약으로 사용자 경험을 훼손시키고, 종국에는 시스템의 실제 가치마저 훼손시키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유저들이 메타버스상에서 쉽게 움직이거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토지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이제까지는 이런 담론들이 개발자들이 초기 모델을 만들면서 진지한 고민 없이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개발자들은 구매자들의 스큐어모피즘에 기반한 편향을 악용하고 있다. 즉, ‘토지’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들이 판매하는 가상 물체의 내재적 가치를 암묵적으로 과장함으로써, 가상 세계의 개발자들은 손쉽게 웃으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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