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의 최초 사업 구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다. 베이시스 캐시에서 이미 비슷한 구조의 사업에 실패했는데 그걸 또 한다고 하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강형석 전 테라폼랩스 개발자(현 스탠다드 프로토콜 대표)는 16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형석 대표는 2020년에 5개월간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에서 테라 블록체인 개발자로 있으면서 논란이 된 UST(테라USD) 설계에 참여했다. 또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베이시스 캐시 개발에도 관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와 UST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두 프로젝트에는 권도형 대표가 있었다. 강 대표는 테라 개발 과정에서 권 대표와 견해 차가 발생해 테라폼랩스에서 나왔다. 강 대표는 테라가 내세운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새롭게 만든 프로젝트가 자기주권형 탈중앙화 준비금 서비스 '스탠다드 프로토콜'이다.

강형석 스탠다드 프로토콜 대표.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강형석 스탠다드 프로토콜 대표.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강형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간과한 두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강 대표는 UST 수요와 공급 문제를 지적했다.

강 대표는 “권도형 대표는 LUNA(테라)와 UST의 수요가 항상 늘어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공급을 늘린 것이고 (5월7일 이후) LUNA 시가총액이 UST 시총보다 낮은 채로 내버려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에는 수요와 공급 법칙 외에도 사람들의 감정이 들어간다”며 “이걸 알고리듬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강 대표는 테라의 불합리한 자기주권 구조를 꼬집었다.

강 대표는 “더 간과했던 부분은 '테라의 펀드가 자기주권을 가졌느냐'는 점”이라며 “UST와 LUNA에 대한 평가는 루나틱(테라 옹호자)이 쌓은 결과인데 이걸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나중에 LUNA를 산 투자자는 손해를 보는 패턴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해 LUNA를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권도형 대표는 알고리듬 기반으로 UST-LUNA의 가치를 담보하는 구조만 고려했고, 투자 심리가 가격에 반영되는 걸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테라폼랩스와 테라 옹호자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구조로 디파이를 운영하려고 했다는 게 문제였다는 의미다.

다음은 강형석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테라에 언제 합류했는지.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에서 리서치 인턴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지인이 테라를 소개해줬다. 가상자산을 핀테크로 옮긴다는 접근 자체가 맘에 들어서 들어가게 됐다.”

 

-테라가 붕괴하고 업계에서는 충격이 컸다. 테라의 UST 설계에도 참여했는데 테라 내부 구조를 처음 본 소감은 어땠나?

“베이시스 캐시라는 프로젝트를 이미 실패했는데 그걸 또 한다고 한 사람이 이상한 거다. 권도형 대표는 자본을 들여오면 될 거로 생각했던 거다.

UST 시가총액이 LUNA보다 커지면 LUNA는 UST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때부터 UST가 하락하면서 LUNA 가치도 동시에 하락하는 데스 스파이럴(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UST는 늘어나면서 UST 시총은 증가하는데 그에 반해 LUNA는 뒷받침이 안 됐다.

나는 UST가 나왔을 때 이걸 두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되지 않고 방치된 구조’(most prolonged exit game)라고 표현했다. 권도형 대표에게 계속 ‘벤처 캐피탈(VC)에 투자를 받아서 준비금이 적절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권도형 대표는 이 사실을 몰랐을까.

“권도형 대표가 간과한 건 LUNA와 UST의 수요가 항상 늘어날 거라고 믿고 공급을 늘린 거다. 공급이 늘어나도 가격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법칙 외에도 사람들의 감정이 들어간다. 그래서 예측이 불가능한데 이걸 알고리듬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더 간과했던 부분은 ‘이 펀드가 자기주권을 가졌느냐’다.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UST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이 쌓아온 결과다. LUNA도 분명히 루나틱(테라 옹호자)이 쌓아온 결과인데 이런 구조가 탈중앙화된 형태의 디파이라고 보기에는 모호하다.”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VC들은 이 사실을 몰랐던 건지 의문이다.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걸까.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VC들은 인적 네트워크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테라폼랩스가 투자받았던 시기는 호황기였으니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이상한 프로젝트에 투자해도 최소 두 배는 번다는 얘기도 돌았을 정도다. 사람들이 가상자산의 대중화에 대해 놀라기도 했고 디파이의 가능성을 느꼈던 시기라서 그렇다.

그냥 돈을 넣으면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권도형 대표는 투자자에게 LUNA를 분배해서 테라 생태계를 다시 살려보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40%, 40%, 20% 비율로 LUNA와 UST 보유자에게 LUNA 분배를 다시 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건 기존에 있던 밸런스를 다 무시하고 다시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사유 재산을 아예 부정하는 꼴이다.”

 

-이번 테라 붕괴 원인을 두고 거시 경제 악화, 커브 3풀에서 4풀로 사업 구조를 변경한 것, 혹은 앵커 프로토콜의 고금리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됐다. 이번 UST 디페깅(가치 연동 불일치 현상) 사태의 주요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원인은 UST가 무너지자 LUNA 동반 하락한 데스 스파이럴 현상이다. 이게 발생하면서 모든 게 다 깨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커브가 깨졌어도 데스 스파이럴이 안 일어났으면 상관없었다.

실제로 UST 시총은 LUNA 시총보다 조금 높을 때도 페깅을 유지했다. 근데 누군가가 이걸 건드리기 시작하니까 와르르 무너졌다. 테라폼랩스는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낮으면, LUNA로 바꾸면 되고 또 LUNA를 소각하니까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LUNA를 소각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가격 결정이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격도 사람들의 감정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소각해도 가격이 바로 올라가지 않으니 공급만 늘어났다. 권도형 대표가 간과한 가장 큰 지점은 수요 공급 곡선을 감정 없이 그냥 봤다는 점이다.”

 

-테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는데 구조의 위험성을 모르고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무는 다른 직원이 하고, 권 대표는 오더만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테라의 잘못된 구조를 인식하고 멈추는 게 최선이었을까.

“멈출 수도 있었다. 담보를 유지해 UST 시총이 LUNA보다 오르지 못하도록 조처했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라는 자체 발행 토큰을 담보로 걸었다. LUNA는 테라 옹호자의 믿음에 기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ST 시총은 LUNA 시총을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던 상태였다.

또다른 문제점은 UST가 한 번 시장에 나오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되돌릴 수 없는 구조다. UST와 구조가 유사한 베이시스 캐시 프로젝트 진행할 때 전체 물량의 80%를 시장에 풀지 말자고 한 것도 한 번 내놓으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랬다.”

권도형 대표는 UST가 실패하기 전에도 '베이시스 캐시'라는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출처=강형석 대표 제공
권도형 대표는 UST가 실패하기 전에도 '베이시스 캐시'라는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출처=강형석 대표 제공

-베이시스 캐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지.

“어느 날 권도형 대표가 해커톤을 같이 할 건지 물어봤다. 그냥 궁금해서 같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커톤을 하게 됐고 그렇게 2020년 8월에 만들어진 게 베이시스 캐시다.

코드를 만들어봤더니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권도형 대표에게 알고리듬이 정말 공식으로만 돌아가는지 모르겠고, 테스트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정말 문제가 크게 일어날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느새 베이시스 캐시가 출시됐고 실패로 끝나게 됐다.”

 

-베이시스 캐시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나.

“내가 대부분 개발했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 보니 구조가 처음부터 잘못된 걸 나중에야 알았다.

하지만 베이시스 캐시는 테라폼랩스에서 한 해커톤이라서 회사 측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코드는 완성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구조가 전혀 안정적(stable)이지 않은 거다. 이와 관련해 ‘이렇게 하면 자금을 관리하는 베이시스 펀드에서 문제가 생긴다. ‘하락장이 오면 BAC 가격이 내려가면서 보상을 못 줄 수 있으니 공급량을 적게 설정하거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건의 사항을 듣지 않았고 텔레그램에서 보다시피 다른 담당자가 맡을 거라는 말만 있었고, 베이시스 캐시의 잘못된 구조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코인데스크US 기사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베이시스 캐시와 UST 모두 테스트였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떻게 보는지.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베이시스 캐시가 바늘 도둑이라면 UST는 소도둑이 된 느낌이다. 도둑의 성장을 잘 볼 수 있는 듯하다.”

 

-권도형 대표도 베이시스 캐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실패한 모델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UST를 만든 건데 어차피 실패할 거 알면서도 다시 한 것이라는 걸 느꼈나. 그리고 또 이전의 경험을 통해 UST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일단 베이시스 캐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피드백 수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테라의 사업 방식이 회의 후에 수정 사항을 얘기하는 식이지만 개발과 관련된 코드 문제나 변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는데 UST와 베이시스 캐시가 비슷한 프로젝트인 줄 모르고 베이시스 캐시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UST가 실패할 줄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LUNA 시총이 UST 시총보다 커지면 큰 일이 터질 것을 나라면 예견했을 것이다. 왜 권도형 대표가 UST 시총이 1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베이시스 캐시와 테라는 완벽하게 동일한 사업 구조였나.

“완벽하게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루나가 담보로 들어온 게 차이점이다. 비교하자면 베이시스 캐시 프로젝트의 베이시스 펀드가 앵커로 이자를 주는 게 됐고 베이시스 캐시 위에 LUNA라는 담보를 추가한 형태가 테라다.

그러면 UST 가격 유지를 위해 LUNA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LUNA의 가치가 낮으니 루나틱을 통해 LUNA 가격을 높이고 UST를 계속 뽑아낸 거다.

결국 수요와 공급 공식에서 투자자 감정을 빼놓은 게 프로젝트를 망친 거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중앙집권적 펀드 운용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자체가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 저스틴 선이 만든 USDD(트론 스테이블 코인) 같은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도 UST와 똑같은 구조로 이뤄졌을 텐데 어떻게 보는지.

“똑같은 구조일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듬이 그 코인의 안정성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담보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담보로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한다. UST-LUNA 구조에서는 LUNA가 담보였다. 근데 이 LUNA도 재단이 통제하는 자본이다.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이 나중에 만들어진다면 어느 것이 담보이고 어느 것이 빚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의 자기주권을 좀 더 신경 쓴다면 스테이블 코인은 자산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변동성이 있다면 그 변동성을 고침으로써 이득을 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짜 탈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UST나 USDD를 보면 자신을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표현한다. LUNA와 UST가 알고리듬에 따라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를 보면 '알고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든다. 하지만 BTC(비트코인) 등을 끌어와서 담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페깅(가치 연동 현상)을 유지하는 구조를 알고리듬 기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알고리듬은 부분 요소일 뿐이고 LUNA와 UST가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로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일 뿐이다. 알고리듬이 시스템의 모든 걸 대변하진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알고리듬이 자기주권을 어떻게 보장하는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뭘까.

“다들 기술적인 이해도가 아주 부족한 상태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것 같다.

몇몇 사람들 만나보면 디파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 폴리곤에 있는 ERC-20 토큰을 브리지 통해 옮겨오니 본인들 네트워크 대신 폴리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관련 교육이나 경험이 풍부하냐’인 것 같다.”

 

-디파이 프로젝트를 보면 스마트 계약 정보를 제공하는 게 다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는가.

“그게 스탠다드 프로토콜이 해결할 점이다. 그나마 디파이와 엮을 건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게임과 디파이를 엮어 볼 예정이다.

문제는 게임사도 웹3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게임을 가지고 응용할 새로운 게 나와야 하는데 새로운 것보다는 주도권을 쥐고 탈중앙화거래소(DEX)나 디파이를 만들어서 해보자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결국 디파이는 필요할 거다. 디파이가 필요 없다면 금융 거래소가 가진 개인 키를 왜 굳이 빼서 개인 컴퓨터에 저장할 이유가 없다. 탈중앙화된 형태로 자기주권을 넘겨주기 위함이다. 개인 주권을 보장하지 않으려면 그냥 정부 차원에서 금융 사업을 계속 하면 된다.”

출처=스탠다드 프로토콜 웹사이트 캡처
출처=스탠다드 프로토콜 웹사이트 캡처

-테라폼랩스에서 나와 설립한 스탠다드 프로토콜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스탠다드 프로토콜은 스테이블 코인을 준비하고 있기는 한데 가격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자산을 만들고 있다. 가격 변동이 일어나면 오히려 보상을 주는 구조도 생각하고 있다.”

 

-스탠다드 프로토콜은 언제 정식으로 출시하나.

“폴리곤에서 테스트 중이다. 2주년이라 곧 모바일 앱으로도 내놓으려고 한다. 로드맵 개발할 건 다 했는데 일단 수익을 내는 게 우선이다. 미디어 통해 프로젝트 소개도 할 계획이다.

새로운 기술을 소개해도 기술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걸 잘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활용해 스마트 계약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그렇게 나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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