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동규칙(Travel Rule, 트래블룰) 이행 과정에서 솔루션 제공업체의 역할이 모호합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현실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로 솔루션 제공업체에게도 명확하게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면 좋을 듯합니다."

지난 4월 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KCAMS)의 2대 회장으로 선임된 설기환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상무는 트래블룰 도입 이후 거래소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를 들었다.

설기환 협회장 겸 상무는 KB국민은행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재직 기간 동안 재정경제부장관 표창, 금융위원회위원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전송이 발생할 때 송신인과 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파악해 가상자산사업자가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금세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때 트래블룰에 따라 관리한 송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특금법에 따라 지난 3월25일부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현재 솔루션 제공업체가 1차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자금세탁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이나, 그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설기환 협회장의 지적이다.  

설기환 협회장은 “일반적으로 솔루션 업체와 제휴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선 솔루션 업체가 1차적인 주의 의무를 해야할 것으로 판단되나,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따로 위험관리를 위한 주의 의무를 해야 한다”며 “솔루션 업체와 제휴한 업체에 대해 별도 확인 절차 없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가상자산사업자들도 관련 일 처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지난 17일 설기환 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 겸 한국디지털거래소 상무와 서울 강남구 한국디지털거래소 사무실에서 나눈 질의응답 내용이다.

설기환 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협회장 겸 플라이빗 상무.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설기환 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협회장 겸 플라이빗 상무.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먼저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가 어떤 곳인지 소개를 해달라.

"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는 자금세탁방지(AML)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내 유일한 협회로, 2013년 설립됐다. 새금융사회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가 산학 협력해 개설된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 양성과정(금융지도자과정) 출신이자 KCAMS(한국 자금세탁방지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서 협회를 발족시켰다.

협회 회원 수는 2400명을 넘어섰다. 금융기관 직원뿐 아니라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관심있는 직장인과 학생도 협회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회원 범위도 넓히고 있다."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듣고 싶다.

"내가 은행 생활을 30년 가까이 해왔는데, 그 중 16년을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맡았다. 그렇게 쌓은 실무적 경험과 지식을 인정받은 듯해 뿌듯함과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

 

-협회장이자 가상자산사업자의 임원으로서 트래블룰 도입 이후 거래소들이 겪는 어려움 중 어떤 부분에 가장 주목하나.

"트래블룰 세부 이행기준 없이 가상자산사업자마다 각자의 기준 또는 자의적 해석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금법에 명시된 법 규정이 모든 이행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트래블룰을 이행했다가 금융당국이 나중에 '왜 이렇게 했나'라고 물을까봐 불안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사업자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서 법에서 명시한 것 외에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줘야한다. 

특히 원화 입출금 실명계정이 있는 거래소와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 자금력이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에 자금세탁방지 이행 수준이 차이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위험관리체계가 통일된 방식으로 가게 할 필요가 있다."

 

-트래블룰 솔루션이 각자 달라서 연동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통일된 개발 기준 없이 솔루션이 개발됐고, 거래소마다 다른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외환거래 시장에서는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와 같은 표준 방식이 있는데 트래블룰 시장은 그렇지 않다. 각각의 솔루션 제공업체가 설계한 시스템을 운용해야 하는 현재 체계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 사업자는 람다256(베리파이바스프), 코드, 쿨빗엑스 3사와 동시에 제휴를 맺고 있는데 이것은 권고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협회가 트래블룰 시행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협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트래블룰)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관련 문제점 등을 노출하여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금세탁방지협회인 만큼, 기존 금융권과 가상자산사업자가 같이 회원으로 있을 텐데 둘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나

"우리나라는 특정금융정보법, 테러자금조달금지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도 동일 법규를 적용받고 있어 서로 입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고위험 관리 대상이고, 아직 관련 지식과 정보도 채워 나가야할 부분이 많다. 이런 때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가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트래블룰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점이 추후 타 국가의 규제 당국에게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금융당국이 중심이 되어 가상자산사업자, 솔루션 제공업체 등과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서 자금세탁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운용된다면, 다른 국가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관리 표준과 이행체계를 해외로도 전수할 수 있지 않을까.

금융당국의 한계도 충분히 이해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검사과 10여명이 50개 미만의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관리한다.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금융회사(약 4000개)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신생 산업인 만큼 금융당국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거래소와 현안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앞으로 협회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협회장 타이틀을 ‘재능기부자’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협회의 회원 또한 재능기부자이자 재능 공유자로 표현하고 싶다. 모두가 순수한 동기를 갖고 함께 하고 있어서다. 나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전문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지식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투명하고 건전한 협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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