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컨센서스 2022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권을 부주의하게 급히 알아보다가 K여행사의 추천 티켓을 덥썩 문 것이 화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오스틴 경유 시간이 짧은 티켓을 선택했는데 탑승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입국심사가 통상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입국심사가 끝났을 땐 내가 타야 할 비행기는 이미 떠난 후였다.

잘 알아보지 않고 스스로 산 티켓. 누구 탓을 할까. 항공사 직원은 내일(현지시간 9일)이나 돼야 오스틴으로 가는 비행기를 다시 탈 수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오스틴으로 가는 데만 5시간은 소요되는데, 이렇게 되면 행사 첫날을 그냥 날린다. 뭔가 제대로 안 알아보고 내일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더 강하게 얘기를 했더니, 결국 다른 직원과 상의 끝에 오스틴으로 가는 8일 오후 11시45분 티켓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약 6시간가량 표류하게 된 셈. 시간이 남아서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하나 눈에 띄는 광고가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걸린 유니코인 홍보 이미지.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걸린 유니코인 홍보 이미지.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유니코인: (가상자산으로) 배당금 지급, 주식담보부가상자산"

해당 문구 아래에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지 리오스, 애플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등이 '유니콘 헌터쇼'라는 TV 프로그램에 공동 출연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미지가 삽입돼 있다. 웹에서 찾아보니 유니콘 헌터쇼는 워즈니악의 TV쇼이며, 유니코인은 유니콘 헌터쇼가 개발한 코인이었다.  

자극적인 문구로 인플루언서 얼굴을 앞세워서 가상자산 광고를 띄운다는 점이 한국 스캠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광고에 나오는 인물들이 실제로 유니코인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스캠 프로젝트는 유명인을 사칭해서 가상자산을 홍보한다. 이를테면 국내 유명 가상자산 VC(벤처캐피탈)의 대표 이름을 A라고 하면, A의 이름을 사칭한다. A는 실제로 해당 가상자산을 홍보한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걸린 유니코인 홍보 이미지.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걸린 유니코인 홍보 이미지.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혹시나 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유니코인에 대해 아냐고 물어봤다. 10여명의 이용객들이 입을 모아 모른다고 답했다. 광고가 이렇게 크게 걸려있고, 스티브 워즈니악이 밀어주고 있는데도 몰랐냐고 물어봐도 "몰랐다"고 말했다. 한 샌프란시스코 공항 이용객은 "광고를 보긴 했지만, '저게 뭐지'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더 이상 구체적인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가상자산 산업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는 것만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쉬웠다. 만약 코인데스크 코리아의 글로벌 가상자산 취재 네트워크가 국내처럼 촘촘했다면, 유니코인의 정체를 진작에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취재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유니코인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 믿을 수 있는 글로벌 취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이번 컨센서스 2022가 '글로벌 우군'을 확보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곧 우리에게 중요한 본격적인 행사의 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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