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컨센서스 2022 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출처=컨센서스 애플리케이션 캡처
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컨센서스 2022 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출처=컨센서스 애플리케이션 캡처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컨센서스 2022에 현지 특별 취재팀을 보내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합니다.

특별 취재팀=함지현, 박상혁, 임준혁, 이다영, 이정배

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2 연사로 참여했다. 당연히 화상으로 참석했으며, 예상대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가 참여한 세션 주제는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향한 아주 먼 여정'(Edward Snowden on the Long Road to Internet Privacy)이었다.

스노든은 자신이 지캐시(Zcash, ZEC) 개발에 관여했던 시절 얘기를 해주면서 비트코인을 비판했다. 지난 4월 코인데스크 US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지캐시 창립 멤버 중 한명이었다

스노든은 만일 비트코인이 망한다면 그 이유는 비트코인이 프라이버시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확실히 밝혔다.

내가 듣기에 그는 프라이버시가 강한 코인만 살아남는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프라이버시가 강점인 지캐시는 점점 쇠퇴해졌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기준 1위를 자랑하는 토큰이다. 한마디로 가상자산 이용자 대다수가 선택한 코인은 비공개성이 뛰어난 지캐시가 아닌 공개성이 강한 비트코인이다.  

스노든 같은 기술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나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알려주면,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이런 실수가 오만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순수함에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기술에 관한 지식이 뛰어나다고 대중이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아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도 이런 경향이 있다. 이더리움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발전하는 현상을 두고 지난 3월 타임지(Time) 인터뷰를 통해 하소연하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테린이 좋든 싫든 가격이 떡상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 같은 프로젝트가 계속 성공하고 있다.

스노든은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기밀문서를 유출하면서 미국 보안 당국이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엄청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보안 당국이 수집해서는 절대 안 될 여러 종류의 개인정보를 마구마구 끌어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미국 국민 대다수는 아무 걱정 없이 계속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같은 SNS 플랫폼을 사용해왔다. 스노든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려줬지만 별 고민 없이 계속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셈이다.

한마디로 스노든이 기밀문서를 유출함으로써 바랐던 효과는 없었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론: 일반인은 스노든의 생각 만큼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편리성과 유행을 쫓는다. 어쩌면 일반 이용자는 프라이버시를 별로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

스노든은 기밀문서 유출에 따른 반역죄로 몰리면서 미국을 떠나 러시아로 망명했다. 개인의 권리로 인식되는 프라이버시가 손상하고 있다고 생각한 미국을 버리고, 소련 시절부터 프라이버시를 노골적으로 공격해왔던 러시아로 도망쳤다. 결국 프라이버시를 지키기는커녕 미국을 적으로 삼는 러시아의 선전 캠페인에 이용당할 뿐이었다.

개발자와 기술자들이 이것 하나는 분명히 안다면 좋겠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이용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본인이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쓰일 것이다. 그 방식이 마음에 들든 말든 말이다. 이걸 자신의 창작물, 혹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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