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르디 알렉산더 세리니 캐피털 CIO, 루미 모랄레스 DCG 벤처 및 성장 부문 총괄,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 캐피털 CEO,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US 기자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왼쪽부터) 조르디 알렉산더 세리니 캐피털 CIO, 루미 모랄레스 DCG 벤처 및 성장 부문 총괄,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 캐피털 CEO,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US 기자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컨센서스 2022에 현지 특별 취재팀을 보내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합니다.

특별 취재팀=함지현, 박상혁, 임준혁, 이다영, 이정배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2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오기 전 미국에서는 테라 사건을 어떻게 다룰까 궁금했다. LUNA(테라)와 UST(테라USD)가 폭락했을 때 코인데스크US는 한창 행사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을 것이다. 계획에 없던 세션을 급하게 준비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테라의 몰락을 넘어서’(Beyond the Rubble of Terra) 세션은 테라 중심으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테라는 부수적인 얘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주제에 비해 분위기가 너무 밝았다. 비관적인 관점이란 보기 힘들었다. 세션 연사들은 하락장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크립토 겨울은 나쁜 프로젝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이클에 죽어야 하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전통 금융 시스템 안에서는 나쁜 것들이 죽지 않는다."

모건 크릭 캐피털 매니먼즈(Morgan Creek Capital Management) 설립자이자 최고 투자 책임자 마크 유스코는 오히려 신이 나 있는 모양이었다.

"현재 기성 금융 시스템 안에서는 약 7조달러가 그냥 낭비되고 만다. 이런 자금은 다른 공간으로 흘러들어가고 싶은데 크립토가 그런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다."

유스코는 테라에 관해서 톡 쏘는 한마디를 던졌다. "루나(달)가 테라(땅)으로 굴러떨어지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박수까지 치는 사람 있었다. 만일 한국 행사였다면 절대 이런 반응은 안 나왔으리라.

유스코는 권도형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프로젝트 창립자가 카리스마가 있다고 사람들이 그와 그가 이끄는 프로젝트를 맹목적으로 따르면 안 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스코는 카리스마가 있다. 사람의 시선을 끄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관객들이 그의 말을 더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그는 이런 현상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반면 디지털 커런시 그룹(Digital Currency Group)에서 벤처 캐피털을 담당하는 루미 모랄레스는 카리스마가 별로 없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긍정적인 소리만 한다고 뭐라 하는데 나는 솔직히 이 산업을 매우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기회와 혁신이 다가온다고 본다."

같은 말을 유스코가 했다면 더 집중해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랄레스가 말하면 이상하게 집중이 안 된다. 생각이 자꾸 딴 데로 흐른다.

그녀는 심지어 규제에 관해서도 긍정적인 말밖에 안 한다.

"크립토 규제에 있어서 나는 지금보다 더 낙관적일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이 나올까. 나도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게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잘못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이 크립토판을 제대로 알기가 너무 어렵다. 이쪽 업계에서 뛰는 사람조차 알기 힘든 것을 과연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과 규제를 시행하고 업체들을 단속하는 규제기관들이 뭘 제대로 알고 작업을 진행할까? 나는 확신이 안 선다.

규제가 한번 잘못 성립되면 그 여파가 몇 수십년 동안 갈지 모른다. 90년대 말, 소외계층에 금융적 기회를 더 제공하자는 취지로 빌 클린턴 정권은 신용 점수가 낮은 흑인과 유색인종 소비자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해주라고 은행권에 압박을 가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주택담보 조건을 완화시켰다. 더 많은 흑인과 유색인종 소비자에게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약 10년 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위기의 큰 요인 중 주택 시장의 버블과 그로 인해 부풀린 금융 시장, 그리고 대출을 갚지 못하는 빚쟁이들 있었다.

금융 위기가 터진 이후 사람들이 말했다. "은행들이 누가 봐도 대출을 못 갚는 소비자들에게 주택담보 대출해주면 어떡하냐." 은행은 애초부터 그런 대출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클린턴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근데 이상하게 클린턴 정부를 탓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정권은 이미 교체됐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언론의 표적이 아니었다.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는 모랄레스의 무한한 낙관주의가 불쾌하게 느껴졌다. 하늘이 예쁘다고 위만 쳐다보며 다니면 땅에 있는 돌에 걸려 넘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셀리니 캐피털(Selini Capital)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현실적이었다.

그는 전통 금융계가 남긴 교훈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은행원이나 주식 브로커가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귀에 담지도 않을 제안을 크립토 프로젝트가 하면 유혹에 약해진다. 닫혔던 귀가 솔깃해진다. 20%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그것도 매우 안정적으로? 아무 걱정 없이? 영원히???

"중력의 법칙은 22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루나가 테라로 굴러떨어진 것도 중력의 법칙의 결과다. 기술이 바뀐다고 세상의 이치는 안 바뀐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