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컨센서스 2022, 눈여겨본 5가지 포인트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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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박상혁 2022년 7월3일 09:00
컨센서스 2022 세션 메인 스테이지 현장.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컨센서스 2022 세션 메인 스테이지 현장.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2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코인데스크US에 따르면, 컨센서스 2022 행사 기간동안 현장에 참석한 인원은 총 1만7000여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에 열렸던 지난 컨센서스 2018보다 참가자 수가 약 2배 늘었다. 컨센서스 2022가 유료 행사인 것을 감안하면, 현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는 얘기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컨센서스 2022에서는 어떤 대화들이 오갔을까. 또 행사 기간동안 눈여볼 만한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눈여겨봤던 포인트 5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대형 제도권 업체, 크립토를 외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대형 제도권 업체들의 컨센서스 2022 참여였다. 컨센서스 2022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스페이스X, 비자, 엔비디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아디다스, 인텔, 퀄컴 등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제도권 업체가 대부분 참석했다. 

컨센서스 2022 현장 취재가 결정되고 나서 나의 주요 목표 2가지는 대형 제도권 업체 관계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과 해외의 가상자산 관계자들의 산업 전망을 듣고자 했다. 

코인데스크의 이름을 빌린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는 운이 좋게도 복수의 대형 제도권 업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대한 밑그림을 이제 막 그리고 있는 단계"라며 "지금은 가상자산에 대한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회사명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날 만큼 긍정적이었다. 

미국 회사 가운데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한 대형 금융 업계 관계자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비공개 인터뷰에서 "회사 내에서는 가상자산이 어떤 식으로든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가상자산 시장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밑그림을 착실히 그려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회사 중 시가총액 5위 안에 드는 한 대형 IT 업계 관계자 역시 "기관과 리테일(기업이 아닌 개인 고객) 양쪽에서 웹3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컨센서스에 참석했다"며 "몇몇 클라이언트들은 가상자산 결제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제도권 관계자들의 말을 직접 들으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이전보다 한 층 단단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 멀쩡한 미국 디젠들

두 번째로 내가 확인한 것은 컨센서스 2022에 참여한 해외 업계 관계자들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열린 행사다 보니 주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인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파운드리X비트메인 네트워킹 행사.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미국인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파운드리X비트메인 네트워킹 행사.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복수의 현지 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개인 단위의 디젠(Degen, 가상자산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는 열성 이용자)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컨센서스 2022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행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똑같이 가상자산에 관심이 있어도 한국은 가상자산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미국은 단순 투자를 넘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의 가상자산 온체인 영역에 직접 참여하는 '이용자(User)'가 체감상 많았다. 

이들은 투자도 투자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마음에 들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디파이 디젠이라고 밝힌 한 현지 가상자산 생태계 이용자는 "하락장에 내가 가지고 있는 코인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게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나는 분권화된 디지털자산의 가치를 10년 넘게 공유하는 이 시장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을 오스틴 현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중앙화거래소가 이슈의 중심이 되는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탈중앙화 기반의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중앙화거래소가 주축이 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한국의 규제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그런 모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공식 인터뷰를 진행한 지미 송 비트코인 개발자 역시 투자보다는 가상자산 시장의 고유한 가치관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현지 관계자들은 하락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상자산의 미래를 외쳤다는 것이다.   

 

풍성함과 혼란함의 어느 사이에 있었던 행사장

컨센서스 2022는 텍사스 오스틴의 컨벤션 센터와 힐튼 호텔 등에서 이뤄진 대규모 행사였다. 

풍성한 세션 외에도 여러 부스에서 개최한 이벤트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았다. 행사의 주요한 재미 중 하나는 부스에서 제공하는 굿즈(goods)다. 컨센서스 2022 참가자 사이에서 굿즈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부스가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예컨대 메타마스크 부스에서는 큐알코드를 찍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면 에코백, 티셔츠, 선글라스, 양말, 탱탱볼 등을 줬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Fair Market에서 열린 솔라나 해커톤. 출처=이정배/코인데스크 코리아
미국 텍사스 오스틴 Fair Market에서 열린 솔라나 해커톤. 출처=이정배/코인데스크 코리아

오스틴 곳곳에서 별도로 진행된 네트워킹 파티도 행사에 풍성함을 더했다. 주최 측인 코인데스크US가 아닌 업계 관계자들이 각자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행사 규모가 컸던 만큼 혼란스러운 면도 있었다. 본행사 첫날의 경우에는 값 비싼 오프라인 티켓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원 배분 실패로 듣고 싶은 세션을 오프라인으로 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둘째 날부터는 세션 수용 인원이 훨씬 큰 컨벤션 센터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됐다.

컨센서스 2022 본행사 첫날 모습.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컨센서스 2022 본행사 첫날 모습.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세션은 풍성했지만, 질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대부분의 세션에서 심도 있는 대화는 없었으며, 참가자와 발표자의 질의응답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장소 변경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6월의 텍사스 오스틴은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기엔 무더운 날씨다. 실제로 행사 기간동안 텍사스 오스틴의 최고기온은 41~42도까지 치솟았다. 야외 행사를 열기에는 쉽지 않은 장소다. 하지만 컨센서스는 내년에도 오스틴에서 열릴 예정이다. 물론 내년에는 여름을 피해 4월에 행사가 열릴 전망이다.

텍사스 오스틴 현지 밤거리 모습. 출처=이정배/코인데스크 코리아
텍사스 오스틴 현지 밤거리 모습. 출처=이정배/코인데스크 코리아

먹거리의 경우에는 유료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간식만 무료일 뿐,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는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마저도 샌드위치, 햄버거 등의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따로 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오프라인과 조화를 이룬 적절한 온라인 콘텐츠

오프라인과 온라인 콘텐츠를 적당히 섞은 것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모든 연사를 현장에 부를려면, 물리적인 제약이 많다. 

행사 공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 외에도 연사의 사정에 따라 현장 참여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온라인 콘텐츠 활용으로 풀어나가면서 콘텐츠의 풍성함을 키웠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행사 티켓 구매자끼리 온라인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메시지 알람이 제때 울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온라인 채팅 기능 덕분에 네트워킹 파티 정보를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하고 싶었던 사람에게 인터뷰 요청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글로벌 제도권 관계자와의 비공식 인터뷰도 대부분 이 기능을 활용하면서 성사됐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가상자산을 모른다

계속되는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터뷰한 모든 행사 참가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행사장 바깥을 둘러보면 어떨까. 여전히 가상자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스틴 현지의 택시기사,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뉴욕의 시민들에게 물어봐도 반응은 똑같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름 정도는 들어봤는데 가상자산을 어디에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게 그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모집단을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한 시민 인터뷰였지만, 가상자산에 대해 "모르겠다"라고 답변한 이들은 한국보다 많았다.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가상자산이 가야할 길은 더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US 콘텐츠최고책임자 역시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실제로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실생활에서 가상자산이 피부로 와닿지 않으면, 앞으로도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년간 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한 이들은 지난 몇 년간 가상자산 산업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낙관하고 있지만, 대중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가상자산이 없다는 얘기다.    

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이 단순히 기관이나 VC(벤처캐피탈)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이유로, 혹은 막연히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유로 깊은 고민 없이 가상자산을 낙관한다면 이 시장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최근 기관에서도 가상자산을 이야기하고 있다지만, 기껏해야 가상자산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애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변수 몇 개에만 잘못 대처해도 시장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물론 컨센서스 2022를 통해서 이 시장에 뛰어든 많은 이들이 그렇게 시장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인 투자자를 비롯해 가상자산 시장의 모든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대중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고민하는' 하락 사이클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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