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처=Janosch Diggelmann/Unsplash
스위스. 출처=Janosch Diggelmann/Unsplash

이더리움 재단. 솔라나 재단. 카르다노 재단. 글래스노드. 바이낸스.

가상자산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이자 관련 업체다. 하지만 이들이 스위스에 법인을 세워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예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스위스는 이렇듯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국가다. 이미 스위스에는 900개 이상의 가상자산 업체가 있고, 그 중 14개가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다.

6일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만난 스위스에서 준법감시인 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제이비 대표 변호사와 이주희 스위스 아시아 크립토 얼라이언스(SACA) 협회장도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는 지난 6월30일 ‘대체불가능토큰(NFT) 및 가상자산 규제, 회계, 과세, 스위스에게서 배우다’라는 행사에서 '스위스 정부와 금융감독원 FINMA의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라는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행사에서 발표하는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제이비 대표 변호사.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행사에서 발표하는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제이비 대표 변호사. 출처=박상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그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규제 관련 법률 전문가인 만큼 트래블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100만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할 때 송신인과 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다. 

기존 금융기관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은 201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의해 가상자산사업자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선제적으로 트래블룰 관련 규제 정비를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해 9월24일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25일부터 트래블룰이 적용됐다.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는 트래블룰의 핵심은 '제재 목록에 있는 대상을 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제재 목록에 있는 대상은 자금세탁 가능이 있는 불법마약이나 무기 거래, 테러리스트 등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트래블룰은 자금이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트래블룰 적용은 아주 쉽다고 생각합니다. 트래블룰을 적용할 때 주안점은 제재 목록입니다.

만일 당신이 제3자로부터 코인을 받는다면, 제3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으면 됩니다. 또 만일 본인 소유의 외부 지갑으로 코인을 보낸다면 그 외부 지갑이 본인 지갑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스위스에서는 '오픈 VASP'나 '트래블룰 프로토콜(TRP)'을 활용해 제재 목록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거래한다면 막을 수 있습니다.”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대표 변호사

스위스에는 VASP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프로토콜인 오픈 VASP나 TRP가 있다. 스위스 내 VASP 간에 프로토콜로 신원 확인을 할 경우 1000달러(약 13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송금할 때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의 설명이다.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대표 변호사가 트래블룰을 설명하며 그린 그림이다.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대표 변호사가 트래블룰을 설명하며 그린 그림이다.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거래소는 어떨까.

한국 내 거래소는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지만 바이낸스 등 일부 해외 거래소에는 트래블룰을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서 해외로 가상자산을 송금할 때, 수동으로 화이트리스팅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전송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동일한 거래소 내에서 거래하는 건 트래블룰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 주체가 다르고 다른 VASP 간 거래를 할 때는 거래소가 직접 거래 주체들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죠.”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대표 변호사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에 따르면, 이 같은 불편은 스위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위스도 같은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거래소 간 거래는 수동적인 절차를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이후에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가상자산 송수신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의 설명이다.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는 '코인데스크 코리아' 로고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변호사는 '코인데스크 코리아' 로고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끝으로 스위스의 전반적인 가상자산 규제 현황은 어떨까.

한국은 지난해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시작으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얘기도 나오며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의 규제는 두 기관이 맡습니다. 하나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가 직접 규제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자율 규제 기관(SRO)에 따라 규제받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SRO로부터 승인받으면 법정통화 기반 거래소 운영은 아니더라도 가상자산 기반 거래소 운영은 할 수 있습니다."

-위르그 발텐스페르거 대표 변호사

일본에 암호자산거래업협회(JVCEA)가 있듯이, 스위스에도 SRO라는 규제 기관이 존재했다. 다만, SRO도 FINMA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규제 기조가 FINMA와 거의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듯 스위스는 가상자산 규제가 어느 정도 정비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처럼 스위스에서는 특정 거래소의 편중 현상은 없었다. 

“스위스 블록체인 업계가 편중되는 현상은 없는 것 같아요. 국내는 젊은 사람들이 투자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스위스는 가상자산 투자하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5% 정도 돼요. 투자를 많이 해야 쏠리는 현상이 나오는 건데 투자자가 적기 때문에 쏠리지 않는 상환인 거죠.”

-이주희 SACA 협회장

이주희 협회장은 스위스 가상자산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없는 이유로 스위스의 낮은 금리를 꼽았다.

앞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6월16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5% 인상했다. 현재 스위스 기준 금리는 -0.25%로 한국은행 기준 금리인 1.75%와 비교하면 2%p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심하므로 원화를 그대로 두면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건데 스위스는 금리가 아직도 -0.25%예요.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헤지(위험 대비)하기 위해 BTC(비트코인)를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이주희 SACA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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