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이 6월22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열린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출범식’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원 빗썸(빗썸코리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 김재홍 코빗 최고전략책임자, 이석우 업비트(두나무) 대표. 출처=닥사
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이 6월22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열린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출범식’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원 빗썸(빗썸코리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 김재홍 코빗 최고전략책임자, 이석우 업비트(두나무) 대표. 출처=닥사

5월7일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며 가상자산 시장을 바꿔놨다. ‘지원’과 ‘육성’보다는 ‘규제’가 먼저라는 여론이 거세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5·6월 두차례 당정 간담회에서 규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에 지지가 많았다. 6월22일엔 5대 거래소가 공동협의체 ‘닥사’(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 출범에 합의했다. 금융당국의 공적규제에 앞서 거래소들이 자율규제 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도 뜨거워졌다. 지난 두달간 이어진 규제 논의를 정리하고 가상자산 자율규제의 큰 그림과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닥사 안에서 제재, 의결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할 자율규제위원회(자규위) 설치와 독립적 운영, 시장 감시, 공시 등 전통적이고 주요한 자율규제 쟁점들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검토하고 입법에 반영해야 닥사가 명실공히 법정 자율규제기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수현 한국경제법학회 회장(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19일 닥사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닥사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과 자율규제기구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 참여했다.

 

닥사, 넘어야 할 산 많다

거래소들은 닥사 출범 합의로 가상자산 시장 파수꾼의 책임을 자처한 셈이다. 그러나 닥사가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나 한국거래소처럼 공적규제만큼 신뢰받는 법정 자율규제기구가 되기 위해선 자율규제의 핵심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방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자율규제위원회 독립적 운영(지배구조) △시장감시와 분쟁조정 △공시 △상장기준 공론화의 네가지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율규제위원회

우선 닥사 내부에서 선제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와 감리, 제재 의결 등을 수행할 기구의 독립성, 전문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금투협의 자율규제위원회 같은 기구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자본시장법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었지만 금투협의 자규위는 자본시장법이 아니라 정관에 근거를 뒀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닥사의 자규위도 입법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그 설치 근거를 두고 독립적 운영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규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세부 규정들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규위의 구성과 의결 절차, 제재의 종류 등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금투협 설립 때도 검토됐던 것처럼 자율규제위원장의 상근 여부, 위원의 선출 방식 등도 규정이 필요하다. 권 변호사는 “위원장의 상근 여부와, 외부 위원 선임 여부 등 위원회 구성도 자규위의 독립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시장감시와 분쟁조정

시장감시와 회원 간 분쟁의 자율조정도 자율규제 업무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 사항이다. 자본시장에선 시장감시와 분쟁조정은 금투협의 업무가 아니었다. 자본시장법에 명시한 한국거래소 업무였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자율규제기구가 거래소의 자율규제 기능까지 흡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시장감시는 이상거래를 심리하고 의혹이 제기된 사안과 대상을 감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까지 의결할 수 있다. 거래 분쟁의 자율조정도 민감한 업무다. 자본시장에선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시장감시를 수행(자본시장법 402조)한다. 분쟁조정도 거래소의 자율규제 업무(자본시장법 377조)다.

공시, 자율규제 이뤄지나

가상자산 발행인의 공시는 투자자 보호의 중요 규제 쟁점이다. 5월3일 금융위원회에 제출된 자본시장연구원 용역보고서(‘국회 발의 가상자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의 발굴 검토’)는 “가상자산 발행인의 공시는 투자자 보호의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규제를 도입해야 할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공시를 협회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1안과 금융당국이 법령으로 기준과 상세 내용을 규정하는 2안으로 나눠 두 안의 장단점을 고려해 공시 방법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1안(자율규제)에 대해선 "낮은 가상자산 발행 비용으로 발행이 활발해질 수 있고 관리감독 부담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가 어떤 형식으로 공시수준을 규정할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안(법령 규정)에 대해선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제공할 정보의 기준과 내용을 정부가 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 효과적이지만 가상자산 발행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준도 공론 가능할까

닥사가 가상자산의 상장과 상장폐지에 대해 공통의 기준을 논의할 수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5월 초 테라·루나 사태와 두차례 당정 간담회 이후 “거래소들의 상장 심사가 모두 부실했고 기준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이용자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근거로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을 통일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시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2021년 3월17일 20%의 연이자를 약속하며 앵커프로토콜이라는 디파이(탈중앙금융) 서비스를 테라에 묶어 출시했다. 그러나 이때는 대부분 거래소들이 테라를 상장한 지 1년 이상 지난 뒤였다. 이용자들은 물론 “상장 이후에도 위험 고지가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래소의 책임 상장을 강조한 ‘거래소발행’(IEO)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월24일 자본연 세미나(‘디지털자산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에서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상장규정, 공시규정, 운영규정 등을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규정 제정을 주무 관청이 감독하고 승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 업무와 역할은 이처럼 금투협과 거래소 운영 사례에 비춰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자율규제 논의와 경험을 가상자산 시장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지 고민도 하고 있다. 안수현 회장은 “가상자산시장에서 자율규제의 책임성과 효과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현재 자본시장에서 수행하는 자율규제기관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확보가 될 수 있는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자율규제(self regulation)는 업계가 협회 등 조직을 결성한 뒤 자체적으로 규율(정관)을 만들어 회원들이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감독하고 자율적으로 제재하는 규제 방식이다. 자율규제를 자처한 기구의 책임과 그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다. 닥사가 지향하는 방식이다.

공적규제(public regulation)는 정부기관이나 권한을 위임 받은 감독기관이 정해진 법률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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