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ROK 캐피털 제공
출처=ROK 캐피털 제공

“흔히 헤지 펀드는 공매도(숏)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헤지 펀드가 공매도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매도는 다양한 전략 중 하나일 뿐입니다. 헤지 펀드는 벤처캐피탈(VC)보다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 유통 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만난 ROK 캐피탈의 펀드 매니징 총괄 파트너(대표급) 앤서니 윤(Anthony Yoon)은 VC 대신 헤지 펀드를 설립한 이유로 '유연성'을 들었다.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인큐베이팅, 자문 등을 통해 프로젝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ROK 캐피탈은 올해 5월 가상자산 헤지 펀드로서 정식 출범했다. 앤서니 윤 총괄 파트너가 올해 4월부터 한 달 동안 준비한 결과였다.

그는 헤지 펀드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리츠(REITs)를 전문으로 하는 주식·부동산 헤지 펀드에 몸 담았다가 가상자산 헤지 펀드 스파르탄 그룹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입문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초기 멤버이기도 하다. FTX에서도 사업개발을 맡았으며, 솔라나 네트워크의 첫 탈중앙화거래소(DEX) '세럼'을 자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FTX를 떠나 ROK 캐피탈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앤서니 윤은 "ROK 캐피탈은 한국에 들어오려는 해외 프로젝트와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는 한국 프로젝트 둘 다 지원하는 '중개 가교'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OK 캐피탈의 성과를 들어다보면 앤서니가 말한 가교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ROK 캐피탈은 2021년 솔라나 재단과 함께 2000만달러(약 297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운영했으며, 현재 솔라나 벤처스 한국 펀드의 자문(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입과 한국 기업의 세계 진출을 다방면에서 지원하기 위해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디스프레드와 팩트블록을 파트너 사로 두고 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이외에도 앤서니와 가상자산 시장 전망, 투자 전략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FTX를 나와 헤지 펀드를 시작한 이유는?

"한국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빛날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FTX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로 나가려는 한국 프로젝트들을 많이 봐왔다. 특히 한국 프로젝트를 글로벌 이용자와 투자자들 앞에서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미국 뉴욕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늘 한국인을 만나면 (언어 등의 측면에서) 도와주라고 했다. 그 신념을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실현하고자 한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 한국인 설립자가 별로 없었는데 최근 게임 업체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조명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ROK 캐피탈은 해외로 나가려는 한국 창업자들과 함께 일하길 원한다. 한국에 진입하려는 글로벌 업체들도 지원하고 싶다. 우리가 세계와 한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가상자산 VC와 헤지 펀드는 어떻게 다른가.

"헤지 펀드는 시장 중립(Market Neutral, 투자 위험도를 표시하는 베타 계수를 0으로 만드는 전략), 재정 거래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VC는 대부분 가상자산 발행 시장(초기 시장, Primary market)에 투자한다. VC는 주로 사프트(SAFT) 전략을 쓰거나 조건부인수계약(SAFE)를 체결하고 토큰을 따로 비율대로 받는다.(SAFE+token warrant)

(SAFT는 조건부인수계약을 토큰에 적용한 것으로, 향후 토큰의 소유권을 개발자에서 투자자로 이전하는 것을 보장하는 투자 계약이다. SAFT는 개인 투자자가 아닌 적격 투자자(accredited investors)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공개(ICO)와 다르다.) 

다만 에쿼티와 가상자산은 많이 다르다. 에쿼티는 기업공개(IPO)까지 보통 10년 넘게 걸린다. 우버만 해도 11년이 걸렸다. 그런데 가상자산은 상대적으로 거래소에 빨리 상장된다. 그렇기에 상승장에 투자를 유치한 프로젝트가 하락장에 토큰을 출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시드 라운드에서 높은 기업 평가를 받은 프로젝트도 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그 가치가 시드 라운드 대비 70~90%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헤지 펀드로서 발행 시장보다는 유동성이 풍부한 세컨더리 마켓에 나온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에쿼티 투자 기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VC가 아닌 헤지 펀드로 시작한 이유는?

"지난해 VC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그래서 VC로는 차별점을 앞세우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상승장 때와 달리 현재는 여러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가장 높은 순이익을 낼 수 있다.

우리는 멀티 전략 펀드로서, 투자뿐 아니라 인큐베이팅, 자문 등도 같이 진행한다. VC가 투자 외 다른 업무를 위해 별도의 조직이나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시드 라운드에 들어가기보다는 이미 상품이 나온 프로젝트의 시리즈A나 시리즈B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세컨더리 마켓에서 기업 평가는 시드 라운드 때보다 낮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시드 라운드에서 5000만~7500만달러의 평가를 받던 기업이 출시 이후에는 2000만~3000만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많이 봤다.  

우리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토큰을 사는 방식으로 투자하기에 락업(투자사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이 투자한 프로젝트의 토큰이나 주식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을 적용받지 않는다. 또한, 수 백개의 기업이 들어간 포트폴리오를 짜는 대신 성공할 만한 기업 몇 십개에만 투자한다."

 

-헤지 펀드라고 하면 '공매도'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헤지 펀드들이 공매도에 몰두해왔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공매도가 하락장을 방어하기에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 공매도 주문만 넣은 헤지 펀드를 운영할 수는 없다."

 

-세컨더리 마켓 헤지 펀드인 만큼, 프라이머리 마켓(Primary market, 발행 시장)을 겨냥하는 VC보다 늦게 진입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는가.

"오히려 유동성이 풍부하고 상품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더 좋다.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들은 시드 라운드보다 발행 시장에서 그 가치가 떨어지기도 했다. 세컨더리 마켓의 프로젝트는 상품이 있기에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출처=ROK캐피털 제공
출처=ROK캐피털 제공

-ROK 캐피탈의 투자 전략은?

"우리는 인프라와 미들웨어 프로젝트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들은 그 기업 평가가 높다. 대신 웹2 서비스처럼 대중이 좋아할 만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와 블록체인 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을 관심 있게 본다. 시장은 역사적으로 인프라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흘러간다. 5~10년이 지나면 대중들이 블록체인 서비스인 줄 모르고 디파이를 사용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다음 사이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가 매우 커지리라 본다. 우리는 니어 프로토콜 기반 '걸으면서 돈 버는(M2E)' 프로젝트 스웨트 코인(Sweat Coin)에도 투자하고 있다." 

 

-상장된 토큰에 투자할 경우에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

"프로젝트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 브리지(Bridge)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는 보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브리지를 통해 발생한 거래 대금이 얼마나 되는지, 해킹을 당한 적이 있는지 등을 따진다.

소비자가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에 투자할 때는 지갑 생성 수, 거래 대금 등을 볼 뿐 아니라 직접 사용까지 한다. 우리부터 그 앱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는다면 시장도 당연히 재미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큰 경제다. 로드맵과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투자자가 누구이며, (해당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이 되어있는지, (원할 때 언제든) 매도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지 등으로 가늠한다. 투자하기 전 내부 리서치를 통해 위와 같은 기준들을 검토한다."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디파이, 인프라, 게이밍 등이 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언급하는 것은 투자 권유로 비춰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다만 넥슨의 블록체인 버전 메이플 스토리 출시가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넥슨으로 인해 블리자드 등 다른 게임 제작사도 가상자산 업계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업체들이 가상자산을 세틀먼트 레이어로 쓰고 그 위에서 언리얼이나 유니티 게임 엔진을 돌리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아이템에 적용하는 식으로 게임을 설계할 것 같다. 기존 업체들이 앞으로 가상자산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듯하다."

-글로벌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는가?

"다른 투자사와의 차별점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콘퍼런스 중 하나를 우리가 주최한다.

두 번째는 포트폴리오 안의 기업들을 돕기 위한 국제 서비스 전담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토큰에 대해서만 말하기보단 (투자를 받은 프로젝트들이) 이용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어떻게 소개할지 알려주고 커뮤니티를 구축해주려고 한다.

세 번째는 내가 FTX, 솔라나, 대퍼랩스(크립토 키티) 오퍼레이터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FTX에 있을 때 처음으로 거래 대금 1억5000만달러(약 2088억원)를 넘겼을 때를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떠난 이후 지금은 거래 대금이 175억달러(약 24조36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기업을 성장시킨 경험을 가진 사람이 가상자산 업계에 많지는 않다."

 

-어디를 주요 경쟁자로 보고 있는지.

"전통 금융업계를 떠난 이유는 그 사업 영역은 제로섬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를 이기려고만 들었다. 가상자산 업계가 마음에 든 이유는 협력과 개방성 분위기가 있어서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펀드나 우리가 도울 수 있는 펀드와 함께 일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경쟁자로 보지 않고 다들 협력 여지가 있다고 본다."

 

-만약 VC가 투자한 사실로 인해 대중의 인기를 끈 프로젝트 가격이 망했을 경우, VC에게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가?

"유명 VC가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프로젝트가 인기 있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타트업 중 90%는 실패해왔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그 비중이 좀 더 높다. 벤처 투자자는 실패 가능성 90%의 가능성을 늘 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VC가 자신들이 투자한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중에 토큰을 팔거나, 포지션을 청산했다면 옳지 않다. 사기 프로젝트를 개인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도 옳지 않다. 하지만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가 실패한) 책임을 VC에게 묻기 어렵다.

가상자산 시장의 격언 중 '너 자신의 리서치를 하라'는 말이 있다. VC가 투자했다고 따라서 사는 것은 리서치도 아니고 전략도 아니다."

 

-하락장에 VC들이 펀더멘털 프로젝트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이전만큼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지 않나?

"지금까지 성과가 좋은 프로젝트들은 사실 하락장에서 탄생했다. 상승장 때 내걸었던 로드맵을 지키지 못하고 도망가는 프로젝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폴리곤, 솔라나, 아발란체, 니어 프로토콜 등이 하락장에서도 프로젝트를 건설해왔다. 하락장을 통해 실제로 프로젝트를 구축하려는 자와 거품을 노리는 사람들이 걸러진다. 사기꾼과 돈만 보고 온 사람들, 코인을 신봉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절로 사라진다."

 

-앱토스와 미스틴랩스(수이 네트워크)에만 VC 자금이 쏠리는 듯하다. 포트폴리오가 겹치진 않을까. 

"앱토스와 미스틴랩스와 같은 프로젝트가 자주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프로젝트라고 해도 VC들이 한 번에 수천만달러를 초창기 기업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앱토스와 미스틴랩스가 초창기부터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이런 경우가 드물기에 두 프로젝트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것 같다."

 

-앞으로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거시 경제 차원의 문제라 함부로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하락장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6개월 후면 반전되지 않을까? 길게 보면 하락장이 한 2년 정도는 더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미국에선 디파이 등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져야 기관이 진입할 수 있을 듯하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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